【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폐장·호흡내과 (알레르기 및 호흡기내과) 교수 】
주부 민영신 씨(38세)는 장을 볼 때 걱정이 부쩍 늘었다. 요즘 들어 유난히 기운이 없고, 어깨가 무거워 보이는 남편에게 무얼 해줘야 좋을지 고민이다.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출근했다 밤에는 눕기가 무섭게 쿨쿨 잠들어버리는 남편. 그녀의 남편에게 딱 맞는 남성보양식, 뭐가 있을까?
성기능 강화와 무병장수를 위해
쏟아지는 일과 경제적 부담, 불안한 일자리 등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남성들. 만성피로를 달고 사는 일은 예사다. 생활의 즐거움을 잃어버린 채 술과 담배로 시름을 달래는 모습은 흔하다. 나른하고 입맛 없애는 춘곤증까지 겹쳐 ‘고개 숙인 남자’가 되었다면, 꼭 맞는 나이별 보양식으로 활력을 높여보자.
보양補養이란 기혈이 부족한 것을 공급해주고 생명력을 잘 기르는 것을 뜻한다.
경희대 강남경희한방병원 내상ㆍ성인병센터 이범준 교수는 “좁은 의미에서는 남성의 성기능 강화를 도모하는 것이지만, 궁극적으로 생명력을 길러 무병장수를 도모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일대기를 파악해야 보양 수월
남성의 일대기는 여성처럼 월경이나 출산, 폐경이 없어 단조롭고 별 차이가 없다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범준 교수는 “남성의 일대기적인 생리현상을 전체적으로 살펴보고, 그에 따라 대응을 해야 보양이 수월하다.”고 밝힌다.
예부터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일대기적 생리현상을 분류했다. <내경>의 ‘상고천진론’을 보면 남자는 일반적으로 여덟 수로 일생의 변화를 겪는다고 한다.
● 8살에는 선천적 기운인 신기가 충실해지기 시작해 영구치가 나오고 머리카락이 길게 자란다.
● 16살에는 신기가 왕성해져 몸 속 정자가 성숙해지므로 생식 능력이 생긴다.
● 24살에는 신기가 고르게 퍼져 뼈와 근육이 단단해져 신체적 성장이 최고로 오른다.
● 32살에는 힘이 넘쳐 남성의 기능이 정점에 달한다.
● 40살에 이르면 신기가 시들면서 이가 약해지고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한다.
● 48살에는 위에서부터 양기가 고갈되기 시작해 얼굴이 누르스름해지고 머리가 센다.
● 56살에는 간기가 약해져서 근육의 힘이 원활치 않아진다.
● 64살에는 정액이 말라 생식력이 떨어진다.
나이별로 몸 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포인트도 다르다. 이범준 교수는 “음식은 각자 상황에 맞춰 먹어야 약이 되는 것”이라며 “먹는 사람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나이별 섹스푸드 적극 활용하자!
생식력이 중요! 30대 섹스푸드
몸과 마음이 가장 왕성하고 힘이 넘치는 20대를 지나 2세를 만드는 계획에 충실해야 하는 30대. 이 나이는 ‘정精’이 가장 충실한 때다. 정은 중요하다는 뜻으로, 매일 먹는 음식의 영양분과 합쳐져 푸르른 생명의 기운을 만들어 내는 것을 이른다.
이범준 교수는 “은행에 잔고가 넘쳐난다고 마구 써대면 당연히 노년이 힘들어진다.”며 “정이 소모되지 않게 섭생을 잘하라”고 당부한다. 정을 소모시키는 주범은 술이다. 술은 성에 대한 자제력을 풀고 수치심을 상실케 해 성욕을 활발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성욕을 억제하거나 쇠퇴시키며 성행위 수행능력을 감퇴시킨다. 장기 음주나 폭주는 성기능장애마저 초래한다. 술은 열독으로, 많이 마시면 해독을 할 때 몸의 정을 소모시킨다. 이를 푸는 데 가장 좋은 것은 칡이다. 성질이 서늘한 칡뿌리는 체내 알코올 대사를 원활하게 해 술독을 풀어주는 명약이다.
호두, 동물의 간, 복숭아도 좋다. 호두는 정자를 건강하게 하고 빠르게 헤엄치게 돕는 셀레늄의 가장 좋은 공급원이다. 공해 속에서 정자를 보호하는 항산화 물질인 비타민 E도 넉넉하다.
동물의 간에는 ‘성생활 미네랄’로 불리는 아연이 풍부하다. 남성이 사정할 때마다 하루 아연 요구량의 3분의 1에 달하는 아연을 5mg가량 배출한다. 간을 먹어 부족한 아연을 보충해 준다.
복숭아는 오렌지 못지않은 비타민 C의 좋은 공급원이다. 비타민 C를 하루 200mg 이상 섭취한 사람의 정자 수는 덜 먹는 사람에 비해 훨씬 많다.
점점 고개 숙이는 40~50대 섹스푸드
40~50대는 정이 줄어들면서 노화하기 시작하는 시기다. 특히 고혈압·당뇨병 등 성인병에 걸리는 일이 흔하다. 스트레스와 과로로 조루와 발기부전이 잘 나타난다. 이때 대표적으로 좋은 식품이 오미자, 구기자, 산수유다.
오미자는 <본초강목>에서 “남자의 정을 보한다.”고 했고, <동의보감>에서는 “정액을 잘 나가지 않게 하는 데 치료한다.”고 기록돼 있다. 구기자는 위로 오르는 화를 내리고 뼈를 튼튼히 하며, 남성의 정력을 돕고,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을 막는다. 술이나 차로 즐긴다. 따뜻한 성질에 신맛이 나는 산수유는 차갑고 습한 기운을 몰아내 배를 따뜻하게 한다. 허한 땀을 거두며 정액을 굳건히 간직하게 한다. 달여 먹는다.
미국에서는 블루베리, 시리얼, 초콜릿을 권한다. 티아민(비타민 B1), 리보플라빈(비타민 B2) 등을 첨가한 시리얼은 우리 몸의 에너지 효율을 높인다. 신경계의 고장이 없어야 성관계 도중 성적 자극과 즐거움을 유지할 수 있다. 위 식품은 신경계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게 해준다.
양질의 단백질과 아연을 많이 함유한 해산물인 조개와 굴도 좋다. 서양역사에 ‘나폴레옹과 비스마르크가 정력을 보호하기 위해 즐겨먹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유명한 섹스푸드다.
기름기를 뺀 스테이크도 추천한다. 순간적인 힘을 발휘하는 데 효과적인 붉은 쇠고기의 단백질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노르에피네프린 분비를 늘린다. 성관계 시 민감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붉은 쇠고기를 즐겨 먹으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잘 분비된다. 성기의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남성의 정력을 감퇴시키는 SHBG(sex hormone-binding globulin)의 생산이 억제된다.
아, 옛날이여! 60대 이후 섹스푸드
노화에 가속도가 붙는 60대. 이범준 교수는 “60대부터는 더 적극적인 관리와 보충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미 앓고 있는 성인병은 적극적인 관리를 통해 치료에 임한다. 허해진 기운을 보충하고 정을 기를 수 있는 음식과 약재를 적극적으로 먹는다.
이 시기에 과반수 남성들이 전립샘비대증으로 고생하게 된다. 노화로 정상조직인 전립샘이 커져 소변줄기가 약해진다. 더불어 야뇨증이 생겨 잠을 깊게 자지도 못하게 된다. 이때 복분자가 효과 있다.
복분자는 산딸기의 일종으로 소변의 힘으로 요강이 엎어진다는 데서 유래된 이름이다. 노화로 음경에 힘이 없고, 소변줄기가 가늘 때 치료효과가 있다. 술이나 차로 마신다.
이범준 교수는 전 경희의료원 한방중환자실을 담당, 현재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수석 임상연구원겸 경희대 한의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