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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원의 섹스앤라이프] 행복의 조건은… 적당한 자유와 적당한 구속 사이

2010년 04월 건강다이제스트 향긋호

【건강다이제스트 | 성칼럼니스트 배정원】

“우리 애인은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나를 꼼짝도 못하게 하는 것만 빼면….”

“꼼짝 못하게 하다니요?”

“내가 연락 없이 어디를 간다거나 어디에서 누굴 만난다거나 하면 왜 그렇게 불안해하고 꼬치꼬치 알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남자들은 다 시간을 주면 바람을 핀다느니 하면서 거기가 어디냐, 누구랑 함께 있냐? 끈질지게 물어보지요. 그럴 때면 정말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도 싶고, 진짜 확 바람이나 피워 버릴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숨이 ‘꽉’ 막히는 기분이지요.”

남편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 남자친구는 정말 이상해. 내가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누굴 만나는지 왜 그렇게 궁금하지? 혹시라도 휴대폰을 못 받거나 회의 중이라서 꺼놓기라도 하면 전화해서 막 화를 내곤 해. 왜 무슨 일을 하는데 전화도 안 받느냐고 하면서…. 그럴 때면 휴대폰을 던져버리고 싶다니까….”

매일 애인의 사랑 아닌 간섭을 받는 여성의 이야기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이들의 배우자나 연인들이 상대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그러는 것일까? 의구심이 들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랑이 그 혹은 그녀를 잡아두는 집착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간섭과 사랑을 구분하자. 구속하면 더 도망가고 싶은 게 사람의 본성이다.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사랑을 얻으려면 그 사람에게 잘해 주고 사랑을 잃으려면 그를 구속하라. 그러나 사랑을 오래 유지하려면 그에게 자유의 날개를 달아주라.”

자유의 날개를 달아 주라니? 아예 날아가 버리라고? 그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생각해보자. 작은 새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새가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 것 같아서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그러면 그 새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곧 죽어버릴 것이다. 그렇다면 조금 자유를 주자. 기왕 날던 새니까.

다리에 길게 실을 매달아 놓았다. 그럼 그 새는? 아마 손에 꼭 쥐고 있던 새보다 조금은 오래 살 것이다. 그러나 아마 다리가 실에 묶인 이 새도 필경에는 날아오르다 상처투성이가 되어 죽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은 새를 자유롭게 두는 것이다. 그것이 그 새를 제대로 사랑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그 새가 내가 그리워, 내 어깨 위가 정말 편안해서 날아오고 싶게 해야 한다. 그 새가 스스로 멀리 가지 않도록 그 새에게 정말 좋은 사람이 되는 것, 그것이 온전한 그의 사랑을 얻는 법이다.

그러려면 나는 누구랑 견주어도 괜찮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어디를 가도 저만한 사람이 또 있으려구’ 하면서 스스로 돌아오도록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성숙한 사랑이고 현명한 사랑이다. 그러려면 나도 발전해야지, 이 자리에 머물러 있기만 해선 안 된다.

싫증나지 않는 사람 되려면 변화하라

살림이든 일이든 공부든 육아든 무언가 끊임없이 몰두하고 ‘늘 변하고 있음’을 그에게, 혹은 그녀에게 보여주자. 더 좋아지고 있는, 늘 변하는 사람에게 싫증을 내는 경우란 없다. 어쩌면 간섭이란 이미 그에게 자신감이 사라졌다는 반증이 아닐까?

종종 결혼을 앞둔 이들을 위해 즐겨 인용하는 시구가 있다. 바로 철학자이면서 화가인 칼릴 지브란의 ‘결혼의 서’인데 결혼을 했거나 안 했거나 사랑을 하는 이들은 꼭 읽어 보았으면 한다.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 사람의 잔으로만 마시지 말라….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바람이 다니는 길을 두라. 사원의 기둥도 떨어져 서 있다. 사이프러스 나무와 전나무는 서로의 그늘에서 자랄 수 없다.”

사랑하는 이를 묶지 말자. 그는 애초에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 영혼의 자유로움 때문에 그를 사랑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자유롭고자 하며, 또 건강한 영혼과 몸을 가지고자 한다. 그러므로 그를 정말 사랑한다면 그가 그의 시간을 얼마간 자유로이 사용하도록 모르는 체 해야 한다. 원래 그것은 그의 것이었고, 그래야 그도 발전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나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구속받지 말자. 내가 그의 곁을 떠나고 싶다면 구속해 주기를 부탁하자. 사랑하던 이가 스토커가 되면 더 이상 그를 사랑하기 어렵게 된다. 그것은 그가 나의 자유를 사랑이라는 이름의 볼모로 잡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가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더 이상 그를 사랑하지 않는데… 그래서 그와 헤어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그는 나를 줄기차게 사랑한다면 그의 스토커가 돼라.’고.

그래서 그가 있는 곳에 반드시 나타난다. 입가엔 배시시 웃음을 베어 물고…. 그리고 그의 집 앞에 가서 기다린다. 또 10분, 5분마다 전화를 해서 무얼 하느냐고 묻는다. 그러면 필경 헤어질 수밖에 없다. 지긋지긋해서 그가 먼저 헤어지자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그 반대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

아내와 남편도 마찬가지다. 결혼했다고 인간의 본성이 달라지진 않는다. 물론 결혼하면 독신이었을 때보다 책임감도 느끼게 되고 당연히 귀소본능이 생긴다. 또 무한대로 자유스럽게 살 수도 없다. 모두 다 안다. 그렇게 살아선 안 된다는 걸.

그러니 내가 조금 더 자유를 준다고 해서 그가 어디로 달아나지는 않는다. 물론 나도 그에게서 그만큼 놓여나야 할 것이다. 그는 놓아주고 나는 그에게 묶여 있다면 그것은 정당한 계약이 아니다.

서로 간섭하고 받는 것을 너무나 좋아한다면 정말 바랄 나위가 없겠지만 그런 커플은 결코 많지 않다.

언제나 신선함의 논리…사랑에 생기를 불어넣고 사랑을 오래 가게 하는 꽃병의 얼음 같은 것은 바로 얼마간의 자유다.

남편에게, 그리고 아내에게 자유를 주자. 결혼은 교집합이지 합집합이 아니다. 밖에서의 그들의 시간은 처음부터 그들의 것이었다. 하지만 나에게 돌아오면 그때 꼭 잡고 사랑을 하자. 아주 멋지고 열정적으로….

내 남편을, 아내를 정작 꼼짝도 못하게 하는 것은 오히려 얼마간 놔두는 것, 나는 더 멋진 사람이 되어 나를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자유, 그 내면의 느긋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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