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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나른나른~ 봄철 내 몸 활력 충전법

2010년 04월 건강다이제스트 향긋호

【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송미연 교수】

【도움말 | 광동한방병원 문병하 대표원장】

“왜 이리 온몸이 나른하지~”

생명이 약동하는 봄이 되면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있다. 특히 50대 이상 장노년층은 심하게 봄을 탄다. 봄철 건강법은 솟아오르는 봄기운에 맞춰 기운을 끌어올려야 한다. 한의학에선 봄을 ‘발진發陳’이라고 한다. 발진이란 묵은 것을 떨치고 솟아난다는 의미다.

봄이 되면 외부 기온이 올라가면서 몸속 신진대사가 빨라진다. 겨울철 체력 소모가 지나쳐 기운이 부족하다보니 에너지 대사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피로를 느끼게 된다. 이른바 춘곤증이다.

50대 이상 장년층 춘곤증 앓기 쉬워

광동한방병원 문병하 대표원장은 “겨울철에 낮이 짧아지면 인체의 신진대사가 줄어든다.”며 “봄에 낮이 길어지면 신진대사가 왕성해져야 하는데, 인체가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 춘곤증”이라고 설명했다.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나타나는 자연스런 신체반응이라는 얘기다.

평소 과로하거나 운동량이 부족한 이들이 춘곤증에 시달린다. 또 추위를 많이 타고 소화기 계통이 좋지 않거나 예민하고 불규칙한 식습관과 수면습관을 가진 이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송미연 교수는 “체력이 떨어진 폐경기 여성이나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일하는 50대 이상 내근직이 춘곤증을 겪기 쉽다.”고 말했다.

증상은 몸이 나른해지면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게 대표적이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피로감을 잘 느끼며, 식사 후 졸음이 잘 오고 입맛이 떨어진다. 소화불량, 긴장성 두통이나 현기증도 생길 수 있다. 아침은 양기가 부족한 시간이라 평소 기가 허한 사람은 일어나기 힘들 수 있다. 점심시간 후 소화기가 약한 사람은 식곤증에 시달린다.

춘곤증을 떨쳐버리고 활력 넘치는 몸과 마음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氣는 생명활동의 근본이 되는 에너지다. 기가 충만하다는 것은 인체 내부의 에너지가 지나치거나 부족함이 없어 인체 기능이 원활하게 유지되는 상태다. 평소 수면리듬과 생활리듬을 깨지 않는 선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

햇볕 쬐며 산책하고 매일 운동하라

운동을 하면 신진대사가 원활해지고, 피로에 대한 저항력도 높아진다. 문 원장은 “숙면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밤늦은 시간을 피해 체조와 스트레칭을 동반한 가벼운 운동을 하면 춘곤증이 예방된다.”며 “겨울철 굳어 있던 몸을 이완하고 근력을 키워주는 조깅, 에어로빅, 수영, 줄넘기, 자전거 타기, 산책이나 등산 등을 일주일에 적어도 3회 이상 30분씩 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이때는 스트레칭이나 보건체조 같은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 하는 게 좋다.

과격한 운동은 금물이다. 겨울동안 피하지방이 쌓여 있고 근육이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강도 높은 운동을 하면 오히려 더 피곤하므로 자기 능력보다 지나쳐선 안 된다. 상쾌한 느낌이 들 정도로 약간 땀이 나는 유산소 운동을 하면 기분 전환이 된다.

직장인들은 점심식사 후 햇볕을 쬐면서 가벼운 체조와 산책을 하면 좋다. 오후 2~3시 체조시간을 정해 매일 반복하면 업무 능력도 높아진다. 주부들은 집안에만 있지 말고 햇볕을 쪼여 양의 기운을 보충하는 게 좋다. 대지에서 싹이 움트는 기운을 몸 안에서 느끼도록 움직이라는 얘기다. 봄은 만물이 생동하는 시기다. 몸과 마음이 자연에 순응해 뻗어나갈 수 있도록 야외활동을 늘리는 게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운동도 실내보다 야외에서 하는 게 좋다.

송 교수는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을 움직여 체형을 바로잡는 요가나 필라테스도 권할 만하다.”며 “업무가 산더미처럼 쌓인 직장인들은 ‘운동할 짬이 없다’고 하소연하는데 운동도 일로 생각하고 우선순위에 두라.”고 당부했다.

아침밥 먹고 낮잠 10분씩 자라

아침밥은 챙겨 먹는 게 좋다. 아침을 굶으면 점심식사를 과식하므로 소화기관으로 몰리는 혈액 공급량이 많아지면서 뇌에 공급되는 산소와 혈액량이 줄어들어 식곤증이 심해진다.

낮잠을 10분쯤 자도 좋다. 다만 오후 3시 이후 낮잠을 자거나, 30분 이상의 낮잠은 피해야 한다. 잠은 하루 7~8시간 충분히 잔다. 평일에 쌓인 피로를 풀겠다며 주말마다 9시간 이상 몰아 자면 오히려 피로가 쌓인다. 피로는 그날그날 풀어줘야 한다.

지방과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은 춘곤증을 더 잘 일으킨다. 송 교수는 “인스턴트식품이나 단 음식, 정제된 식품을 많이 먹으면 비타민과 무기질 결핍으로 체력이 떨어져 춘곤증이 심해진다.”며 “칼로리가 높고 기름진 음식은 소화기에 부담을 주므로 피해야 한다. 특이한 음식이나 약물도 피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송 교수는 “체력이 떨어진다고 과식할 필요는 없다.”며 “소화기에 부담을 주면 체력이 약해지고, 피로해진다.”고 덧붙였다. 직장인들은 졸음을 쫓는다며 커피를 4, 5잔씩 먹는데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설탕과 프림을 타지 않은 블랙커피 한 잔만 먹는 게 낫다.

비타민 B군과 면역 기능을 증강시키는 비타민 C를 먹으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종합비타민 제제를 복용하면 좋다.

쌉쌀한 봄나물 많이 챙겨 먹어라

특히 쌉쌀한 봄나물은 입맛을 돋운다. 비타민과 무기질도 풍부하다. 대표적인 봄나물로 냉이, 머위, 달래, 씀바귀 등이 있다. 쌉쌀한 맛은 습담(노폐물)을 없애 소화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다.

냉이=소화기관이 약하거나 몸이 허약한 사람에게 좋다. 피를 맑게 하고, 동맥경화를 예방하며, 변비를 완화시키고, 소변을 시원하게 보는 효과가 있다. 한의학에서 눈은 간과 연결된 기관이다. 피곤하면 눈이 빨갛게 충혈되고 눈 주위에 통증이 생긴다. 간에 열이 쌓여 생기는 현상이다.

간염, 간경화, 간장쇠약 등 간질환이 있을 땐 냉이를 뿌리째 씻어 말린 것을 가루로 내 식후에 먹는 방법이 민간에서 전해져 온다. 하지만 몸이 차고 팔다리에 찬 기운을 느끼는 사람이 오래 먹으면 몸이 더 차가워질 수 있다.

머위=줄기는 연하고 굵은 것으로 아래쪽이 붉은 게 좋다. 머위를 생으로 먹으면 비타민 C를 많이 섭취할 수 있다. 당질 함유량이 적은 대신 칼슘, 인, 니아신, 비타민 C 등이 풍부하고 아미노산 17가지를 갖고 있다.

달래=성질이 따뜻하고 매운맛을 갖고 있어 ‘작은 마늘’로 불린다. 양기를 보강해 정력을 돕는다고 해서 남성에게 좋은 봄나물이다. 위염·불면증을 치료하고, 피를 만드는 보혈 약재로 쓰이며,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능이 있다.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다. 비타민 C가 많아 노화 방지와 면역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체질적으로 열이 많은 사람이 너무 많이 먹으면 좋지 않다. 손발이 유난히 찬 냉한 체질의 사람은 달래가 건강을 유지시켜주는 좋은 야채다.

씀바귀=소화불량을 치료하는 한약재 중 쓴맛을 갖고 있는 것이 많다. 쓴맛은 늘어져 있는 위장 기운에 활력을 주고 위장에 습기와 열기를 가라앉힌다. 쓴맛은 아래로 내리는 기운이 있어 흥분을 가라앉히고, 열을 내리며, 소화액 분비를 촉진시킨다. 설사를 자주하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다.

일주일에 2~3회 냉온욕·족욕하라

일주일에 두세 차례 40도가량의 온탕에서 3분, 냉탕에서 1분간 교대로 담그는 냉온욕을 20분간 하면 좋다. 족욕도 괜찮다. 일주일에 두세 차례 냉온욕과 같은 방법으로 한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 임산부는 고온에서 온욕하는 것은 좋지 않다.

별을 관찰해보면 봄하늘이 가장 혼탁하다. ‘발진發陳’이란 말대로 온 천지가 묵은 것을 떨쳐냈기 때문이다. 하늘은 황사와 꽃가루로, 땅은 많은 곤충과 찌꺼기로 넘친다. 유행병, 피부병, 눈병이 많이 생긴다. 이를 한의학에선 “봄바람에 상한다.”고 한다. 출퇴근 시 손발을 잘 씻어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혼자 있지 말고, 억지로라도 웃어라

자살은 우울증 증상이 절정을 넘어선 시기인 겨울에서 봄 사이에 집중된다. 주로 우울증 환자들의 ‘생물학적 시계’에 이상이 온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봄에는 원인 모를 우울증과 고독에 빠지기 쉽다. 우울한 마음을 잘 다스리려면 말없이 참지 않는 게 좋다. 믿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도움을 구해야 한다. 취미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줘야 좋다.

문 원장은 “우울한 마음을 다스리려면 혼자 있는 시간을 줄이고, 다른 사람과 대화를 자주 나누는 게 좋다.”며 “사람의 뇌는 가짜 자극과 진짜 자극을 구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개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즐겁지 않아도 억지로라도 자주 웃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송 교수는 “하루 종일 바쁘게 살면 우울할 틈이 없다.”며 “일부러 일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라고 권했다. ‘피아노 학원을 매일 다니겠다’ 같은 거창한 취미보다 식물 키우기 같은 생활에서 틈틈이 할 수 있는 취미활동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운동 친구’를 만들어 야외 운동을 하는 것도 좋다.

나른한 몸에 활력 주는 한방차 마셔라

한방차도 나른한 몸에 활력을 준다. 기운이 약한 사람은 홍삼차가 좋다. 우울하며 기 순환이 안 되는 사람은 향부자차가, 간의 해독 능력이 떨어진 사람은 해독 능력을 좋게 만드는 민들레차가 도움이 된다. 송 교수는 “약차를 먹을 땐 차의 농도를 약하게 만들어 음료처럼 가볍게 마시는 게 좋다.”며 “하지만 한두 달 먹었는데도 증상이 낫지 않거나 몸이 무겁게 느껴지고 대변이 묽어지면 병원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쑥차=쑥은 제철 음식이다. 비타민 C가 풍부하고 독특한 향기가 봄철 미각을 돋운다. <동의보감>에는 혈액순환에 도움이 돼 생리통, 출혈 증상, 부인병, 감기, 오한, 전신 동통 등에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다.

민들레차=혈액 생성과 흐름을 원활하게 해 봄을 잘 나도록 도와준다. 간 기능 강화, 빈혈 치료,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된다.

두릅차=간에 작용해 나른한 봄날의 피로를 쫓는 데 효과적이다. 당뇨 환자에게 좋다고 알려져 있다. 위를 안정시키고 활력을 되찾아준다.

춘곤증 vs 만성피로증후군 어떻게 다를까?

문 원장은 “춘곤증은 보통 3월 중순에서 4월 초 사이생겨 1~3주일 후 사라진다.”며 “피로감이 한 달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피로를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원장은 “목덜미나 겨드랑이, 어깨, 팔, 다리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며 “학업이나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고 체력이 약해져 권태와 무기력이 심해진다.”고 덧붙였다. 피로가 계속 될 땐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그냥 휴식을 취하거나 효과가 불확실한 건강식품, 피로회복제 등만 먹으면 안 된다.

춘곤증과 만성피로증후군은 비슷한 증상이 많아 헷갈리기 쉽다. 송 교수는 “피로감이 주증상인 다른 질병으로 간염이나 빈혈, 갑상선질환, 우울증 등이 있다.”며 “계속 피로하고 몸 상태가 좋지 않은데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치료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춘곤증은 만성피로증후군에 포함되지만 다소 차이가 있다. 만성피로증후군은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일상 활동이 아주 힘들다. 통증·우울감·불안감·소화기능장애 등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반면 춘곤증은 일부 식욕부진과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지만 대체로 피로감을 호소하는 것 외엔 특이한 점이 없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기준에 따르면 ‘10가지의 신체증상’ 중 8가지 이상을 동반하거나, 6가지 이상의 신체증상과 2가지 이상 ‘신체증후’를 동반할 때 만성피로증후군 (CFS)으로 판단한다.

CDC가 제시하는 신체 증상은 미열, 목의 통증, 목이나 겨드랑이의 임파선통증, 전신적인 근육 쇠약감, 근육통, 지속적 피로감, 두통, 관절통, 신경정신과적 증상(눈부심, 건망증, 주의력집중장애, 우울증 등) 수면장애 등이다. 신체증후는 가벼운 정도의 열(37.6~38.6도), 인후염, 목이나 겨드랑이의 임파선이 만져질 때다.

송미연 교수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보완통합의학센터 교환교수를 지냈다. 현재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비만체형클리닉장, 한방재활의학회 교육이사 등을 맡고 있다.

문병하 원장은 중풍·치매 등 뇌질환분야 전문가로 활발한 방송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대전대 한의대 외래교수. 한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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