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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극복 프로젝트] 암 치료 돕는 ‘좋은 의사’의 조건

2010년 04월 건강다이제스트 향긋호

【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진정한 의사는 두 귀로 듣는다. 한 귀로는 환자가 말하는 것을 듣고 남은 한 귀로는 환자가 말하지 않는 것을 들어야 한다. 침묵도 충분한 의사표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의사란 사자의 심장과 숙녀의 손을 갖고 있어야 한다. 대담무쌍하고 결단력이 있는 동시에 부드럽고 친절하고 사려가 깊어야 한다.?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항암치료 하지 않는다고 하니 얼마 살지 못할 것처럼 말합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무섭습니다, 선생님….”

“‘항암제 맞으면 낫습니까?’라고 물어보세요. ”

“……? 그래도 계속 맞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의료현실을 단적으로 나타내 주는 말이다. “좋은 의사를 만나라.” 이 말은 당연하면서도 어려운 과제다. 암 진단을 받고 어떤 치료를 받을지를 결정하기 전에 좋은 의사를 찾아 자신의 몸과 마음을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사선을 넘나드는 사람들의 비애

많은 사람들은 치료결과를 가지고 좋은 의사, 나쁜 의사를 판단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치료결과가 나쁘면 아무리 친절하고 열심히 해도 실패한 의사로 낙인찍히고 치료결과가 좋으면 무뚝뚝하고 불친절한 의사도 능력 있는 좋은 의사로 최고의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당신에겐 친절하고 능력 있는 의사 두 가지가 모두 필요하다. 이 두 가지를 모두 갖고 있다면 그만큼 치료성적도 좋을 가능성을 증대시키기 때문이다. 몸과 마음의 관계를 증명하는 인지학, 신경정신학의 발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의지, 믿음, 감정이 신체 상태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물리학, 생물학, 화학, 생체학, 약리학에만 관심을 갖는 것처럼 보인다. 각종 최첨단 장비로 검사를 하고 그 결과를 바꾸기 위해 부단히 움직일 때 환자의 몸은 두려움과 공포 속에서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과학의 마력에 걸려든 의사들은 항암제나 항생제로 암을 정복할 수 있다고 믿게 되었지만 그 믿음은 얼마 지나지 않아 깨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항암제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한 채 암 환자들을 고통과 죽음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미 환자와 의사와의 소통은 단절된 채 물리ㆍ화학적인 처치만으로 어떤 결과를 이끌어 내려는 의사들의 시도가 계속되는 한 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은 가중되어 갈 것이다.

암 전문의는 찬 두뇌와 따뜻한 가슴을 가져라

암 전문의라면 적어도 암 치료 성적을 최고로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치료성적이 좋지 않으면 돌팔이와 무엇이 다를까? 아니 오히려 돌팔이보다도 못한 결과를 연출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암 전문의가 암 환자를 도울 수 있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그 위치에서 암 환자들에게 어떻게 새 생명의 비상구를 만들어 줄지는 암 전문의 자신의 몫이다. 자신의 진정한 역할을 무시하고 서둘러 무덤으로 보내는 암 전문의라면 하루라도 빨리 없어져야 한다.

암 전문의라면 잘 훈련받은 보조인력, 이를테면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운동처방사, 심리상담전문가, 자연치유사 등을 두고 최고의 성적을 거둘 수 있도록 치료와 보살핌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의사는 환자나 가족과 충분한 대화를 해야 하며, 환자의 심리상태나 영양상태, 그리고 신체 상태까지 면밀히 체크해야 한다.

보살핌이 부족한 의사를 만났을 때

운 좋게도 가족처럼 가슴 따뜻한 의사를 만났다면 당신의 행운이다. 그러나 국내 의료현실을 감안하면 그런 의사를 만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필자가 진행했던 설문조사에서도 대부분 의료서비스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담당 의사와 가슴 따뜻한 대화를 갖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의료 현장은 경직되어 있다.

이런 의료 현실을 감안한다면 충분한 보살핌으로 암 환자를 대하는 의사는 매우 드물다고 생각되는 데 그렇다면 심신이 모두 지쳐있는 암 환자는 어디로 가야 한단 말인가? 세컨드 오피니언제도나 선택 진료 등도 암 환자의 정서적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 맞닥뜨리다보니 암 환자들이 자연요법사에게 의지하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 암 전문의가 환자의 심리적 요구를 만족시켜 주지 못함으로써 발생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이 현상이 자칫 상업주의에 걸려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보살핌을 받는 동안에는 심리적 안정을 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요소도 있음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만든 것은 전적으로 의료서비스를 제대로 해주지 못한 의료계의 책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심리학자나 암 치유 성공 사례자들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이들은 언제나 삶에 대한 의지와 희망을 보여주며 보다 많은 가능성을 제시해 주기도 한다. 그것이 의학적인 효능이나 효과가 미확인된 것이라 하더라도 여러분은 언제나 희망을 품고 투병에 임해야 할 것이다.

바람직한 암 전문의의 조건

1. 암을 치료해 줄 수 있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판단되더라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암에 대한 지식을 최대한 암 환자나 가족에게 나눠준 후 적절한 방법을 찾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설령 병원치료로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정도라고 판단해도 병원치료 외적인 방법을 알려주어 최선을 다하도록 해 주어야 한다. 자신이 고치지 못한다고 판단해서 생명을 재단하는 일은 없어야 하며, 스스로 발병 원인을 분석하여 이를 제거함으로써 본래의

강한 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말해 주어야 한다. 의사 자신이 고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을 못하게 막는 것은 생명을 지키고 죽이는 일이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는 오만의 극치를 나타내는 행위임을 알아야 한다.

2. 항상 환자와 대화하려고 하며 환자를 위해 시간을 최대한 많이 할애하려고 애쓰는 의사여야 한다. 환자에 대해 정확한 정신과 신체 상태를 파악한 후 적절한 진단을 내리고 최선의 치료법을 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치료방법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만약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치료법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대체요법을 알려주어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의료현실에서는 이러한 사고와 행동이 용인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생명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애를 쓰는 의사가 진정한 의사가 아닐까?

3. 물리적 치료 대상자로 환자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전인격적인 존재로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여야 한다. 권위적으로 대하거나 혹은 위협적인 말투, 환자나 가족을 무시하는 어투, 그리고 애매모호한 어법 등을 쓰지 않는 의사가 또한 진정한 의사가 아닐까?

4. 암 진단을 받은 환자와 가족은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닐 것임을 알고 환자나 가족이 묻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를 모를 경우에는 정직하게 모르겠다고 인정하는 의사여야 한다. 무조건 내용도 알지 못하면서 자신의 치부가 드러난다는 생각에 무시하거나 큰소리치는 의사는 자신의 무식을 스스로 폭로하는 경우이며 이런 의사에게 자신의 생명 일부를 맡기는 것은 위험한 일이 아닐까?

5. 치료계획을 알려주고 치료과정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부작용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의사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설명한 후 환자나 가족이 스스로 선택하게 하는 의사여야 한다. 비록 병원치료를 받지 않는다고 해도 불쾌하거나 불친절하게 대하지 않는 의사여야 한다. 선택은 언제나 환자나 가족의 몫으로 인정하고 이를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의사라면 당신의 주치의로서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본다.

6. 결국 신체적 아픔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과 자비로 심리적ㆍ정신적 치유까지 이끌어 낼 수 있어야 진정한 암 전문의로 존경받게 될 것이다.

의사도 사람이다. 환자가 의사로 하여금 신적 존재로 인식하게 해서는 곤란하다. 의사도 분명한 한계가 있으며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의과대학부터 시작하여 의사로 가는 길에 영양학을 공부한 일이 있던가? 생화학과 물리학을 공부한 일이 있던가? 생약학을 공부한 일이 있던가? 의학을 뺀 나머지 분야에서는 전문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할 때 환자의 치료 가능성은 보다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전문의는 암 치료 및 치유와 관련하여 모든 학문을 아우르는 전지전능한 존재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앤드류와일 박사의 말처럼 “의사는 병에 대해서는 해박하지만 건강에 대해서는 무지하다.”는 말을 듣지 않고 암 전문의로서 보다 당당해지려면 병만 보지 말고 건강을 만드는 요소, 즉 생물학이나 생화학, 영양학, 생약학, 운동학, 심리학, 정신종양학 등에 대해서 보다 폭넓은 지식과 지혜를 겸비해야 할 것이다.

병만 알고 건강을 모른다면 암 전문의로서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의사에게 생명의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고 수동적인 치료법만을 택한다면 치료결과는 나쁠 수밖에 없음을 알고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자기 목숨에 대한 권리를 행사해야 할 것이다.

암 치유의 조력자로서 얼마나 의사를 활용해야 할지는 전적으로 환자의 몫이다. 좋은 의사가 암 치료에 많은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결국 환자 스스로의 선택과 노력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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