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영상의학과 이희정 교수】
살이 자꾸 빠지고 소화가 잘 안 되자 대학병원을 찾은 50대 이순임 씨. 의사는 이 씨에게 초음파 검사와 복부 CT를 권했다. 예전에 MRI가 더 비싸고 좋은 검사라고 들은 적 있던 이 씨는 CT 대신 MRI를 찍고 싶다고 말하려다 참았다. 아파서 가든, 건강검진을 위해 가든 병원에서는 필요에 따라 각종 검사를 권한다. 내시경 검사나 초음파 검사는 대충 알겠는데 고가의 CT, MRI, PET 검사는 언제, 또 왜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면 다음을 주목하자.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영상의학과 이희정 교수에게 CT, MRI, PET에 대해 물었다. ?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검사? NO
요즘 새로 나오는 첨단 기기를 보면 세상 참 좋아졌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휴대용 정보기기는 물론 교통, 반도체, 가전제품까지 기기라면 앞에 첨단이 안 붙은 것이 없을 정도다.
이런 현상은 병원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첨단 검진 장비들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기존의 검진기기도 점점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그래서 예전보다 좀 더 자세히 몸속을 들여다보고, 병도 빨리 정확하게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검사를 받는 대상인 우리도 알아야 할 것이 늘어났다.
새로 나온 검사고, 검사비가 비싸면 더 좋은 검사인 줄 아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영상의학과 이희정 교수는 “각각 환자의 증상과 검사 부위, 검사 목적에 따라 올바른 검사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며 “따라서 이런 검사들의 목적과 장·단점을 바로 알고 있으면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뱃속의 장기 한꺼번에 검사~ CT
CT는 X선과 컴퓨터를 이용해 인체의 미세한 조직을 선명한 단층 영상 및 3차원 입체 영상(3D)으로 재구성한다. 검사를 받는 사람이 CT를 찍는 커다란 통에 들어가면 사방에서 X선이 나온다. 이 X선이 우리 몸을 통과하면서 나온 데이터를 영상으로 바꾸며, 그것을 보고 병명을 진단한다.
CT는 MRI에 비해 검사 시간이 짧고, 검사비가 저렴하다. 또한 복부 내 모든 장기를 한 번의 검사로 볼 수 있다. 폐를 검사하는 저선량 흉부 CT는 기존 흉부CT보다 방사선 노출 양은 1/5로 적고, 일반 흉부 X선 촬영에서 보이지 않았던 미세한 병변까지 진단한다.
이희정 교수는 “교통사고 등으로 머리를 다쳤을 경우와 같은 긴박한 상황에 검사 시간이 빠른 CT는 요긴하게 쓰인다.”고 설명한다. 외상으로 두개골이 골절되거나 지주막하 출혈을 정확하게 진단해 수술 등을 신속하게 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머리뿐 아니라 외상으로 생긴 뼈 골절을 진단하는 데도 CT가 좋다.
머릿속과 근골격계를 훤히 들여다보듯~ MRI
MRI 검사법은 검사 받는 사람을 강력한 자장이 나오는 통속에 눕힌 다음 우리 몸의 수소원자를 변화시키는 고주파를 순간적으로 발사하는 것이다. 그럼 수소원자가 변하면서 신호를 내보내는데, 이 신호를 영상으로 재구성한 것이 MRI이다.
이희정 교수는 “자장과 고주파를 이용하기 때문에 CT와 다르게 방사선 노출이 없다.”며 “일반적인 CT는 횡단면 영상만 얻지만 MRI는 횡단면, 시상면, 관상면 영상을 모두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또 CT보다 조직의 대조도가 좋아서 근육, 인대, 연골, 디스크, 뇌, 골수 등의 이상을 발견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한마디로 뇌신경계와 근골격계 질환 진단에 효과적인 검사법이다.
특히 MRI의 한 종류인 MRA는 조영제 없이도 혈관 상태를 자세히 알 수 있어서 뇌혈관질환을 발견하고 예방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MRI의 등장 이후 연골 골절과 퇴행성 변화 진단도 훨씬 쉬워졌다.
MRI는 CT에 비해 검사 시간이 20~30분 정도로 오래 걸리고, 검사비도 비싸다. 자장이 나오는 통에 들어가면 소음이 심하다. 오랫동안 통 속에 누워있어야 하므로 폐소공포증이 있으면 검사를 받기 어렵다. 검사를 할 때는 움직이지 말아야 하며, 수술 때문에 몸속에 금속 물질이 들어 있다면 검사할 수 없다.
전신에 있는 암을 검사 한번으로~ PET
PET는 방사선의 한 종류인 양전자를 이용한 핵의학 검사법이다. 암이 정상조직이나 양성종양과 다른 생물학적 반응을 보이는 특성을 통해 암을 진단한다. 전신 검사이기 때문에 각 장기마다 따로 검사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암의 여부는 확인할 수 있어도 정확한 위치는 찾아내기 어렵다.
이희정 교수는 “PET는 CT나 MRI로 암을 진단한 다음에 하는 2차적인 검사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한다. PET로 암이 몇 기에 해당하는지, 다른 곳에 퍼지지 않았는지 알 수 있다. 또한 암 치료 후에 재발 됐는지, 치료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도 확인할 수 있다.
암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PET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PET-CT다. PET로 암이 있는지 없는지 알아보고, CT로 암의 위치를 정확하게 찾는 것이다. PET-CT로 위암, 갑상샘암, 췌장암, 폐암, 유방암, 뇌종양 등을 한 번에 진단할 수 있다.
암 진단 이외에 심혈관 촬영으로 심근경색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치매 진단도 가능하다. 얼마 후에는 PET와 MRI의 장점을 결합한 PET-MRI도 국내에 도입될 예정이다.
<TIP. CT 먼저 할까? MRI 먼저 할까?>
간혹 복부 검사를 할 때 CT 대신 비싸더라도 MRI를 하길 원하는 사람도 있다. 이희정 교수는 “MRI는 CT처럼 복부를 찍으면 모든 장기를 자세히 볼 수 있는 검사가 아니다.”며 “장기마다 MRI를 찍는 프로토콜이 달라서 간이면 간, 췌장이면 췌장 한 가지 장기만 제대로 검사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복부 장기에 생긴 암, 양성 종양 등은 보통 CT만으로 진단할 수 있다. 그러나 CT를 해서 간에 이상 징후가 발견됐는데 그게 진짜 암인지 다른 종류의 병변인지 100% 확실하지 않다면 간 MRI를 추가로 하는 식이다. 또 암이어도 어떤 종류의 암인지 알아보기 위해 해당 장기의 MRI 검사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