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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자꾸만 ‘깜빡깜빡’ 두려운 치매 똑똑한 예방책

2010년 05월 건강다이제스트 꽃물호

【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대한치매학회 이사장)】

【도움말 | 가천의대 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

【도움말 |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내과 고창남 교수】

2월 종영한 드라마 ‘보석비빔밥’에선 이태리가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은 후 가족도 못 알아보는 모습이 실감나게 표현됐다. 중년의 나이에 치매를 앓게 된 태리를 보며 시청자들은 “남의 일 같지 않다”며 초로기 치매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치매로 진단돼 치료받은 환자는 2002년 4만 7747명에서 2008년 17만 5749명으로 3.68배 늘어났다. 이중 65세 이상이 4.03배(2002년 3만 9589명→2008년 15만 9699명) 증가해 급증세를 주도했지만, 40~50대 치매환자도 같은 기간 중 2.3배(3546명→8266명)나 늘어났다고 공단 측은 밝혔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 박종연 연구위원은 “40·50대 중장년층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고혈압·당뇨병 등이 많아진 것이 치매 발병 나이를 앞당긴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PART 1.?치매에 대해 ‘꼭’ 알아야 할 모든 것

치매란 뇌가 손상돼 정상적인 뇌기능을 유지할 수 없을 때 나타난다. 기억력이 떨어지고 다발성 인지장애, 즉 언어능력·판단력·시공간 지각력·계산력·추론능력 중 한 가지 이상의 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큰 지장을 일으킨다.

치매는 크게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로 나뉜다.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10년간 알츠하이머병을 앓다 사망했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이 치료되지 않아 혈관에 병이 생겨 뇌조직이 손상돼 치매로 발전되는 병이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치매 초기 신호 있다!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해법
건국대병원 신경과 한설희 교수(대한치매학회 이사장)는 “알츠하이머병이 서구사회에 많이 생기는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선 혈관성 치매가 더 흔한 편”이라고 말했다.

치매 원인은 70여 가지에 이른다. 이중 10%는 치료가 가능하다. 가천의대 길병원 신경과 박기형 교수는 “치매의 30~40%에 해당하는 혈관성 치매는 재발과 악화를 막아 진행을 멈출 수 있다.”며 “최근 치매 백신을 비롯해 질병 자체를 없애는 약물들이 개발 중인데, 시판 전 단계로 임상연구 중인 약물도 있으므로 곧 환자들에게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박 교수는 “전측두엽 치매 같이 젊은 나이에 행동이 이상해지기도 하고 단어만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 등 다양하게 증상이 나타난다.”며 “루이소체 치매처럼 파킨슨 증상을 보이거나 환각을 보는 증상을 먼저 호소하기도 한다. 성격이나 행동이 변하거나 평생 늘 하던 일이 어려워지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평생 부엌살림을 해온 주부가 요리 솜씨가 변하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는 얘기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내과 고창남 교수는 “젊어서부터 지나치게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면 나이들수록 순환이 원활하지 않아 치매에 걸리기 쉽다.”며 “공무원이나 교사, 안정적이며 수동적인 샐러리맨, 꼼꼼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 치매에 잘 걸린다.”고 말했다.

당신의 기억은 안녕하십니까??65세 미만 젊은 치매 진행속도 빨라

치매 이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진행될 확률은 1년에 평균 15~20%, 즉 100명 중 15~20명이다. 정상노인의 1~2%가 매년 치매로 진행하는 것과 비교할 때 10배 이상 발병 위험이 높다. 한 교수는 “치매는 조기발견, 조기치료가 최선”이라고 당부했다.

과거 치매를 ‘매병’ ‘노망’이라고 여겨 그냥 집에만 있던 것과 달리 요즘은 일찍 병원을 찾는 편이다. 최근 초로기(45~60세) 치매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초로기 치매는 그 위험성이 크다. 한창 경제활동을 해야 할 남성환자가 직장에서 쫓겨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정이 흔들리기도 한다.

한 교수는 “초로기 치매 환자는 병이 진행되는 속도가 빨라 나중에는 병원에 잘 오지 않는 환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또 초로기 치매 환자는 알츠하이머병뿐 아니라 전측두엽 치매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스스로 병에 걸렸다는 자각이 없는 환자가 많다는 얘기다. 당연히 보호자가 더 큰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치매 가족은 모든 것을 혼자 책임지려고 하지 말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가족 구성원이 환자를 돌봐주지 않아 화가 날 땐 가족 모임을 소집해 환자상태에 대해 상의해야 한다. 치매를 숨기지 말고, 같은 처지의 환자 가족과 경험을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 스트레스를 풀 방법을 찾거나 자신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치매는 남성보다 여성환자가 더 많다. 에스트로겐 때문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폐경 이전의 조발형 치매는 남녀 차이가 없다. 하지만 폐경 후엔 여성 치매환자 비율이 높다.

건망증이 심해지면 치매가 된다고 알고 있는 이들이 있다.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박 교수는 “물론 경도인지장애와는 구별해야 한다.”며 “객관적인 검사로 기억력이 떨어진 상태가 확인되지만 일상생활은 정상이므로 치매도, 정상도 아닌 상태”라고 설명했다. 실제 모든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치매로 발전하진 않는다. 박 교수는 “하지만 치매가 될 가능성이 정상 노인의 10~15배에 이르므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만큼 건망증이 심하면 전문의에게 경도인지장애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머리에 외상을 입으면 치매 위험이 2~4배 높아질 수 있다. 교통사고, 낙상, 폭행이나 스포츠를 즐기다 머리에 손상을 입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 교수는 “머리 외상으로 전두측두엽의 손상이 심한 경우 계획을 세우는 능력이 떨어지고 학습·기억력 장애를 보인다.”고 말했다. 프로복싱 선수가 대표적이다. 손 떨림, 충동조절 장애 등과 함께 병이 진행되면서 파킨슨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Part 2 .?‘망각의 늪’ 치매 예방을 위한?6가지 건강수칙

02노인성치매임상연구센터는 최근 6가지 치매 예방 건강수칙을 발표했다. ▲규칙적인 운동 ▲금연 ▲활발한 사회활동 ▲적극적인 두뇌활동 ▲절주 ▲올바른 식습관이다. 한 교수는 이 수칙의 앞글자를 따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으로 표현했다. “진땀나게 운동하고, 인정사정없이 담배 끊고, 사회활동과 대뇌활동을 많이 하고, 천박하게 술 마시지 말고 명을 연장하는 식사하기” 이 수칙을 생활화하면 치매를 예방한다는 게 한 교수의 말이다.

예방 수칙 1 … 숨 차고 땀 나는 운동, 일주일에 3회 이상 하라
고 교수는 “한의학적으로 뇌는 신장과 관련 있다.”며 “스태미너가 떨어지면 뇌 기능도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허리와 다리를 튼튼하게 하고 자주 걷는 것이 신장과 뇌, 심폐 기능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걷기 운동을 하루 20~30분씩 하면 좋다. 일주일에 3회 이상 걷기만으로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일주일에 12km 이상 걸으면 치매를 30% 예방할 수 있다. 자전거, 달리기, 수영 등 유산소 운동도 좋다.

숨이 차고 땀이 나는 운동을 일주일에 3회 이상 하면 인지장애 발생률이 42% 줄고, 알츠하이머 치매 발병률은 33% 줄어든다. 특히 신체활동, 두뇌활동, 사회활동을 같이 할수록 인지기능 감퇴를 예방하는 효과가 크다. 병이 있을 땐 전문의와 운동량, 운동 강도, 운동 시간 등을 상의해야 한다.

예방 수칙 2 … 25∼30년간 흡연, 알츠하이머치매 2.5배 Up!
박 교수는 “25∼30년간 흡연하면 알츠하이머병이 2.5배 늘어난다.”며 “특히 여성흡연은 남성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더 높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알츠하이머 치매는 여성이 남성보다 1.5∼2배 많다. 흡연은 동맥경화증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도를 높이고, 신경세포를 퇴화시킨다. 박 교수는 “그러나 6년 이상 금연을 하면 치매 발생률을 41%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방 수칙 3 … 친구·친척 만나고 여행, 영화감상 즐겨라
노년기에도 꾸준히 친구와 친척을 자주 만나야 한다. 여행, 영화감상 등 활발한 사회활동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

예방 수칙 4 … 독서·글쓰기·퍼즐 맞추기로 두뇌활동 활발히~
적극적인 두뇌활동을 해야 치매가 예방된다. 독서, 글쓰기, 퍼즐 맞추기 등 두뇌를 쓰는 오락이나 게임 활동을 해야 한다.
글쓰기나 독서를 하지 않는 사람은 치매가 걸릴 확률이 4배 높다. 박 교수는 “기억력을 유지하기 위해 매일 아침 세계의 산 이름을 1625개를 외웠다는 고 서정주 시인의 치매 예방법은 본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최근 휴대전화, 컴퓨터, 내비게이션 등 디지털 기기에 의존해 기억력이 감퇴하는 ‘디지털 치매’에 관심이 높다. IT기기 사용량이 많은 20~30대가 가족·친구 전화번호처럼 간단한 정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이다. 한 교수는 “두뇌활동은 뇌를 자극해 뇌의 구조와 기능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며 “기억력이나 시공간 능력, 계산 능력 등을 기계에 의존하면 기능이 퇴화된다.”고 우려했다. 한 교수는 “젊은이들이 새 기기에 대한 적응능력이나 조작법을 금세 배우는 모습을 보면 ‘디지털 치매’라고 볼 수는 없다.”며 “평소 쓰지 않는 일부 기능이 축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신이 기계에 의존해 ‘생각하지 않는 뇌’를 만들고 있지 않은지 살펴봐야 한다. 생활의 편리를 위해 개발된 전자기기를 쓰지 않을 수는 없지만 사소한 일에서 조금만 신경 써도 ‘생각하는 뇌’를 만들 수 있다. 자신만의 독특한 암기법을 개발하거나 메모하기, 일기 쓰기 습관을 들이면 좋다. 뇌도 자주 사용하고, 기억하고, 외우는 것을 반복하면 좋아진다는 얘기다.

예방 수칙 5 … 중년기 과음 시 치매 확률 2.6배 증가
하루 한 번 술 한잔을 마시면 치매 가능성을 45% 낮춘다는 보고가 있다. 알코올은 뇌에서 아세틸콜린 분비를 촉진하며, 심혈관 기능을 개선한다. 적포도주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와 같은 항산화제와 폴리페놀성분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애주가들은 이를 핑계 삼아 술을 마시지만, 사실 하루 한 잔 음주는 불가능하다. 술이 술을 부르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중년기 과음 시 치매 확률이 2.6배나 높아진다.”며 “한잔 이상의 술은 오히려 독이 되므로 아예 금주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예방 수칙 6 … ‘제때에, 골고루, 적당히!’ 뇌건강 식사하라
03젊을 때와 같은 뇌기능을 유지하면서 나이 들어가는 과정이 성공적 노화다. 신체의 다른 부위처럼 뇌 기능을 잘 유지하려면 뇌손상을 최소화하고 적절한 영양을 공급해야 한다. 제때에, 골고루, 적당히 음식을 먹어야 한다.

고 교수는 “잡곡밥, 등푸른 생선, 카레, 호두 등 견과류, 검은깨, 콩제품이 치매 예방에 좋다.”고 말했다. 동물성식품보다 야채가 훨씬 더 좋고, 과식보다 소식이 낫다. 고 교수는 “호두와 브로콜리는 뇌 구조와 비슷하다.”며 “호두는 뇌를 활성화시켜주는 효능이 있고, 브로콜리도 머리를 맑게 하면서 신진대사를 촉진시킨다.”고 덧붙였다.

심장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줄여주고, 뇌세포를 보호하는 식품 섭취를 늘려야 한다. 반대로 동맥을 막히게 하고 알츠하이머병 발병을 높이는 식품 섭취는 줄인다. 고지방식은 줄여야 한다. 육류를 많이 먹으면 채식하는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확률이 3배 높아진다. 중년기에 비만한 사람은 30년 후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은 2배, 혈관성 치매에 걸릴 확률은 5배나 높아진다.

● 채소·과일=매일 섭취하면 치매 발병률이 30% 줄어든다.
쪹 생선=매주 1회 이상 먹으면 치매 발병률 35%, 알츠하이머병 발병률이 60% 줄어든다. 등푸른 생선에는 DHA, EPA 등 항산화 효과와 혈전 억제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 우유=매일 마시면 알츠하이머병 발생률을 65% 줄일 수 있다.
● 수분=충분히 섭취한다. 과일주스나 야채주스를 주 3회 이상 마시고 녹차를 하루 1~3잔 마시면 인지기능 저하를 26%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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