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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안락사 그 뜨거운 논쟁의 빛과 그림자

2005년 06월 건강다이제스트 신록호

【건강다이제스트 | 김진경 기자】

미국의 테리 시아보라는 여성이 15년을 식물인간으로 지내오다 안락사에 의해 사망했다. 그녀는 그동안 영양을 공급하던 튜브를 제거하면서 사망하게 되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안락사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생명을 존중하기 때문에 고통에서 해방시켜 주는 것과, 생명은 소중한 것이므로 그대로 연장시켜 나가는 것 중 무엇이 옳은 것일까? 안락사 그 논쟁에 대해 알아본다.

또 하나의 죽음 ‘안락사’

요즘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안락사. 안락사는 그 의미가 간단한 듯 복잡하다. 사전에는 “절대로 회복될 가망이 없는 병자를 본인 또는 가족의 희망에 따라,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 인위적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일”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현재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안락사의 의미도 이와 비슷하다. 사회적으로는 통용되는 안락사는 “살아날 가망이 없는 환자가 통증으로 무척 괴로워할 때 빨리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거나, 생명유지장치로 겨우 목숨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에게 고통 없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사전적 의미가 회복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는 회복 여부와 고통 감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안락사는 분류 기준에 따라 여러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생명 주체의 의사’가 기준이 되었을 때에는 자의적, 비임의적, 타의적 안락사로 나누어진다. ‘행위자의 행위’가 기준인 경우에는 소극적, 간접적, 적극적 안락사로 나눌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존 윤리성’에 의해 분류하였을 경우에는 자비적, 존엄적 안락사로 구분되어 진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 같은 안락사가 문제가 되는 것은 왜일까?

첫째, 안락사에는 어찌되었던 간에 ‘죽이는 행위’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실제로 안락사를 반대하는 많은 단체와 사람들은 ‘안락사=살인’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명윤리연구회는 “본인의 동의에 상관없이 안락사는 살인 행위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입장에 따르면 “인간의 생사를 결정하는 것은 신이 영역이지, 인간이 마음대로 결정할 권리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소극적이든 적극적이든 안락사는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다.

둘째, 법률상 허용 기준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

안락사가 살인이 아니며, 자살관여행위가 아니라는 것을 무엇을 기준으로 정할 것인가? 환자 본인과 가족의 결정을 의사의 의견보다 더 우월한 권리로 인정할 수 있는 것인가? 실질적으로 안락사 문제로 인한 고통과 부담을 모르는 법관이 판단을 내리는 것이 적합한 것인가?

이러한 의견들에 대한 불확실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셋째, 생명경시 풍조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이 문제는 특히 장애인에게 위협적이 될 수 있다. 안락사를 반대하는 대표적인 장애인 집단인 <Not Die Yet> 단체는 “지금도 사회의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안락사가 합법화 되면 살아갈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치료받을 권리는 물론 생존권까지 위협받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 외에도 환자의 회복 불가능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불가능하다는 점,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서민층에게 남용될 수 있다는 점, 장기매매 등의 상업적 목적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 등이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소극적 안락사’ 찬성

그러나 조사 결과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안락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림대학교 법학부 이인영 교수는 1,020명을 대상으로 안락사에 대한 의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약 69.3%가 이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또한 적극적 안락사에 대해서도 56.2%의 사람들이 찬성했다.

안락사를 찬성하는 사람들은 ‘생명에 대한 결정권은 환자 본인 또는 그 가족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이 말은 즉 안락사 실행 여부는 환자 또는 가족이 결정할 문제라는 것이다. 과거 이러한 관점을 지닌 환자 가족의 안락사 요구는 종종 의사의 윤리관과 부딪치곤 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는 2001년 “회복이 불가능한 환자에 대해 환자 본인 또는 가족들의 자율적 결정에 따라 문서로 치료 중지를 요청할 경우 의사는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의사윤리지침’을 제정, 발표하였다.

대한의사협회의 권영진 대변인은 이에 대해 “이전에는 환자가 치료를 받을 권리와 받지 않을 권리를 선택할 수 없었다.”고 밝히고 “그러나 이제는 환자가 서면으로 치료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하게 밝힌다면 많은 의사들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한 환자에 한해 무의미한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환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유지되고 있는 생명의 존엄성 존재 여부, 가족들의 고통과 경제적 부담, 무의미한 의료행위로 인한 막대한 의료비 지출 등이 안락사 지지의 근거가 되고 있다.

엄격하고 체계적인 기준 필요

이처럼 안락사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체계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안락사의 합법화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쟁과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시급한 것은 하루 빨리 체계를 잡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실제로 합법화되지 않은 지금도 안락사는 관행적으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안락사를 반대한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이들을 처벌할 것이며, 찬성하는 경우에는 무엇을 기준으로 지지할 것인가?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하루빨리 안락사에 대한 논쟁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그래야 논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

그리고 엄격하고 체계적인 기준을 정립함으로써, 관행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안락사를 엄격하게 감시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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