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고려대 구로병원 당뇨성 창상센터 한승규 교수】
【도움말 | 을지대 강남을지병원 족부센터 양기원 교수】
20년 넘게 당뇨를 앓아오던 이 모 씨(63세ㆍ남)는 몇 달 전에 발가락에 작은 상처가 생겼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냥 두었는데, 어느 날 보니 염증이 곪아 상처가 점점 깊어지고 있었다.
깜짝 놀라 부랴부랴 병원에 갔지만 낫지 않았다. 결국 발가락을 절단하는 수술까지 받게 되었다. 이 씨처럼 당뇨 합병증인 당뇨발로 발을 절단하는 경우는 꾸준히 늘어 교통사고로 인한 절단을 훨씬 앞선다. 생활에 불편과 우울감을 안겨주는 하지 절단, 이를 막을 대책이 발표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감염되기 쉬운데 낫기는 어려워
당신의 한쪽 다리가 없다고 상상해 보라. 생각만으로도 막막해질 것이다. 당뇨병 환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합병증 중 하나가 당뇨발이다. 이는 당뇨병 환자의 하지 부위에 나타나는 모든 문제점을 포함한 광범위한 말이다. 당뇨족, 당뇨병성 족부궤양, 당뇨성 창상이라고도 한다.
당뇨병 환자는 발의 신경이 손상돼 감각이 둔하다. 따라서 다치기 쉬운데, 다친 것을 알아채지 못해 병을 키울 때도 많다. 혈액순환도 잘 안 될 뿐 아니라 면역력도 떨어져 있어 염증이 쉽게 낫지 않는다. 상처가 작더라도 환자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시간이 흘러도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다.
또 한 가지 알아둘 사항이 있다. 당뇨병 환자 중엔 노령층이 상당수다. 이들은 자연적인 피부 노화로 인한 피부 손상이 쉽게 발생하기 때문에 발에 상처가 날 확률이 더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우리나라만 해도 해마다 10만 명 이상이 당뇨발을 치료하지 못해 결국 발을 절단한다고 한다.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보다 다리를 절단할 확률이 15배나 높다. 당뇨발은 모든 상처 중 치료가 어렵기로 악명 높은 만성 창상이다.
을지대 강남을지병원 족부센터 양기원 교수는 “당뇨발에 있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감염과 혈액순환 장애, 발의 변형”이라며 “감염이 발생하거나 혈액의 순환이 막히면 발이 썩어 들어가기 때문에 상처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발을 절단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불필요한 복부지방으로 말끔 치료
두려운 당뇨 합병증 당뇨발. 그동안 상처 소독과 혈당 조절로 더 나빠지지 않게끔 유지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치료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고려대 구로병원 당뇨성 창상센터 한승규 교수팀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복부지방세포를 상처 부위에 즉시, 간단히 이식해 치료하는 방법이다. 복부지방세포는 기존 치료방법과 달리 배양이 필요 없어 응급환자도 즉시 적용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세포배양에 필요한 별도의 공인된 시설이나 설비가 필요치 않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임상에 적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환자 본인의 세포를 이식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다. 그동안 미용수술로만 여겨지던 지방흡입술을 상처치료에 적용해 쓸모없는 지방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치료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치료법은 약 10개월간 당뇨발 궤양 환자 26명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각 환자의 복부에서 지방조직을 흡입한 후 지방조직세포를 추출해 배양하지 않은 상태로 창상부위에 도포했다. 그 결과 8주내에 모든 환자의 창상부위가 완전히 나았다. 같은 기간 세포치료법을 사용하지 않은 환자들은 62%만이 완전히 나았다. 확연히 차이가 난다. 성공적인 치료 결과를 입증한 것이다.
한승규 교수는 “창상 중에서도 특히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는 당뇨발에 대해 지방조직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효과적이라는 것을 입증했다.”며 “당뇨병 환자의 경우 비만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방흡입을 통해 많은 양의 지방조직세포를 쉽게 얻을 수 있어 더욱 유용하다.”고 밝혔다.
특히 다각도의 임상시험 결과 이 방법은 당뇨발 환자뿐만 아니라 피부암, 깊게 패인 상처의 재건에도 좋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밝혀져 앞으로 상처치료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승규 교수팀의 연구(지방조직세포를 이용한 당뇨발 궤양 치료)는 세계적인 창상치유 전문지 ‘SCI 저널’ 7월호에 게재됐다.
미리 조심하는 당뇨발 예방법 4가지
당뇨발, 치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예방이 먼저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당뇨발 예방에 더욱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양기원 교수는 “차고 건조한 계절적 영향은 발에도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며 “발 관리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지의 가장 끝부분에 속하는 발은 원래 피가 적게 돌기 때문에 날씨가 추워질 경우 혈액순환장애가 일어나기 쉽다. 또 발의 피부도 매우 건조해져 각질 부위가 많이 늘어난다. 두터운 양말을 신다보면 발이 신발에 끼이게 돼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양기원 교수가 전하는 당뇨발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혈당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당뇨병에 걸린 모든 사람이 합병증을 앓는 것은 아니다. 혈당 관리를 잘하는 당뇨병 환자는 발에 상처가 생겨도 쉽게 당뇨발로 진행하지 않는다. 반대로 술을 많이 마셔서 술독(아세트 알데하이드)으로 신경 손상이 생긴 사람, 담배를 피워서 니코틴으로 혈관벽이 좁아진 사람은 혈당 조절도 잘 되지 않아 당뇨발 고위험군이다.
발가락에 상처를 내면 안 된다.
발가락의 혈관은 여러 갈래가 아닌 외길로만 나 있기 때문에 이곳에 균이 들어가 감염되면 잘 낫지 않는다. 발톱을 깎을 때 상처가 나지 않게 조심한다. 티눈이 있다면 제거할 때 피부에 상처를 유발하는 약제나 부착력이 너무 강한 반창고는 사용하지 않는다.
목욕할 때 탕에 들어가기보다는 샤워하는 습관을 들인다.
당뇨병 환자는 감각이 둔해져 뜨거운 물인데도 이를 잘 느끼지 못한다. 화상을 입기 쉬운데, 그것이 궤양이 될 수 있다. 탕에 들어가더라도 반드시 뜨거운 물보다는 미지근한 물을 쓴다. 이때 손발이 불어서 피부가 변할 수 있으므로 5분 이상은 지속하지 않는다.
보습제를 자주 바른다.
건성 피부라서 발바닥이나 발등이 잘 트는 환자의 경우 피부가 갈라지는 것을 막는다.?
한승규 교수는 성형외과 전문의로, 2007년 국제창상학회 조직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대한창상학회 학술위원장이다. 대한성형외과학회 최우수논문상 수상.
양기원 교수는 족부정형외과 전문의로 연세대 의대 졸업 후 미국 코넬대를 거쳤다. 현재 프로 축구 성남 일화 축구팀 주치의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