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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풀어본 건강] 내 몸에 천연보약 수다의 ‘힘’

2010년 11월 건강다이제스트 결실호 66p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정선용 교수】

‘전원일기’로 잘 알려진 탤런트 이수나는 “동안 비결은 건강한 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섬세한 연기로 유명한 탤런트 이정섭은 “스트레스는 부드러운 수다로 다스린다.”고 말한다. 흔히 ‘수다 떨지 마라’거나 ‘수다쟁이’라는 말을 한다. 부정적인 의미로 통하던 ‘수다’가 알고 보면 천연보약이란다. 그 진가를 알아본다.

생기발랄 수다는 일상의 활력소

‘수다’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쓸데없이 말수가 많음. 또는 그런 말”로 나와 있다. 쓸데없다는 말에서 보듯, 좋지 않은 뜻을 담고 있다. 수다는 전통적으로 생산적이지 않은 행위로 취급받아 왔다. 옛말에 “말 많은 집은 장맛도 쓰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고 했다. 이처럼 특히 여성의 수다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다의 의미가 달라졌다. 바야흐로 수다의 전성시대다. 사람 사이, TV나 라디오, 인터넷은 물론 실내외 공간 어느 곳이든 온통 수다 투성이다. 각종 버라이어티쇼나 토크쇼는 한바탕 ‘수다쇼’를 펼치며 재미를 선사한다. 우리는 이러한 프로그램을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이렇듯 스트레스 해소 같은 순기능이 강조되면서 이제는 수다를 생활의 활력소 정도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입이 무거워야 진짜 남자”라거나 “침묵은 금이다.”라는 말이 오히려 옛말이 되었다. 편하고 즐거운 대화, 발랄하고 걸출한 입담이 주목받는 요즘이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정선용 교수는 “수다는 일단 우리 삶을 재미있게 해준다.”면서 “재미도 재미지만 건강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천연보약”이라고 말한다.

스트레스 해소, 우울증에 특효

2008년 미국의 보험회사 에버케어가 84살 이상의 고령자 200명을 대상으로 장수비결을 조사했다. 그 결과 장수하는 노인들은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 활동적으로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위 사람과 늘 대화를 나누고, 과거나 미래보다 현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며 살고 있었다. 이들은 가족이나 친구와 친하게 지내는 것과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생활, 유머 등을 중요한 장수비결로 꼽았다.

수다는 말하고 듣는 소리다. 소리는 오감五感 중에서 청감과 촉감을 만족시킨다. 특히 저주파음의 전율은 촉감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수다를 떨면, 말을 할 때 가슴이 스피커 진동판처럼 떨린다. 이 떨림과 함께 마음의 짐이 덜어진다.

정선용 교수는 “수다는 가슴속에 쌓아놓은 것을 풀어내는 환기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환기를 일으켜 정신적으로 안정을 준다. 오랜만에 절친한 친구를 만나 실컷 수다를 떨고 가슴이 뻥 뚫리는 듯한 시원한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즐겁게 대화를 하면서 웃으면 엔도르핀과 도파민의 분비가 늘어난다. 이 작용은 기분을 전환시켜 주고, 불안과 스트레스를 줄인다.

정선용 교수는 “수다의 가장 큰 효과는 스트레스 해소”라고 밝혔다. 화가 나거나 스트레스가 심할 때 전체적으로 혈압이 높아진다. 수다는 혈압을 낮추고 혈액순환을 돕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과정이 심신의 건강을 이롭게 하기 때문에 앞서 소개한 미국의 조사에 수다가 장수비결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수다의 효과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작용은 수다가 ‘우울증 특효약’이라는 점이다. 계절이나 연령대, 각자 처한 상황별로 우울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우울증은 삶의 의욕을 상실해 자살에까지 이를 수 있는 무서운 병이다. 점점 우울증에 걸리는 사람이 늘어가는 가운데 예방법이 절실해지고 있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UCLA대학 연구팀의 조사 결과 슬픔이나 분노를 말로 표현하는 순간 스트레스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선용 교수는 “말을 하되 진심으로 공감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말없이 감정을 쌓아두기만 하면 우울증에 빠질 위험이 높아진다. 정신과 전문의나 가족, 친구 등 누가 되었든 자신이 편하게 느끼는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 좋다.

수다가 우울증 해소에 특히 도움이 되는 것은 뚜렷한 목적 없이 가볍고 편안하게 얘기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정식 대화와 달리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 관념이 없다. 수다는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개인이 상호 소통하고, 감정을 해소하고, 내면의 문제를 이끌어내 도움을 주고받는 일종의 심리치료가 될 수 있다. 속상한 이야기를 무심결에 뱉어내고, 이에 대한 위로와 격려, 경험담을 들을 때 자연스럽게 속을 풀게 된다.

또 다른 장점으로 운동 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말을 할 때 생각하는 과정, 언어의 감정처리는 뇌에서 일어난다. 이때 글루코스라고 하는 탄수화물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크게 웃거나 말을 많이 하면 배고픔을 느끼는 것도 이 때문이다.

효과적으로 수다 잘 떠는 방법 4가지

돈 한 푼 들지 않는 천연보약, 수다. 효과적으로 수다를 잘 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노하우를 소개한다.

? 장시간 격한 수다는 삼간다 정선용 교수는 “수다는 돈은 들지 않지만 어느 정도 힘은 든다.”고 말한다. 한의학 고전에서는 지나치게 말을 많이 하는 것은 기를 상하게 해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삼가라고 전한다. 따라서 격한 감정을 이입한 수다나 장시간의 수다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조심한다.

? 서로 공감하는 대화가 더 효과적이다 특히 우울증 환자의 경우 상호간 감정적 공감이 결여된 ‘수박 겉핥기식’의 수다는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도 있다.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며 더 외로움과 고립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경우 친한 사람과 속 깊은 대화를 나눌 것을 추천한다.

? 되도록 좋은 말을 많이 한다 말한 대로 된다는 말이 있다. 말로 내뱉으면 자기도 모르게 그런 쪽으로 생각하고, 보게 되고, 행동하게 된다. 물론 너무 강박적으로 좋은 얘기만 하려고 할 필요는 없다.

?수다 떨 모임을 만든다 일부러라도 자리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지인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다. 불평불만이 많고 염세적인 사람보다는, 밝고 긍정적인 사람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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