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김형일 의학박사】
강남에 여러 빌딩을 갖고 있는 G씨는 얼마 전부터 속이 메스껍고 식욕이 떨어지고 매우 피곤하였는데, 엊그제부터는 눈알이 노랗게 변해 보였다.
전부터 알고 지냈던 의원에 갔더니 “황달이 생겼는데, 이것은 간에 열이 있기 때문”이라며 여러 첩의 약을 지어주었다. 정성을 다해 약을 달여 먹었지만 증상은 호전되지 않았다. 부인의 권유로 J대학병원에 입원하였다. 그날 즉시 그는 췌장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췌장은 간의 아래쪽, 위의 뒤쪽에 있다. 오른쪽으로는 십이지장과, 왼쪽으로는 비장과 꼬리가 맞닿아 있다. 췌장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소화제 공장이며 인슐린과 글루카곤이라는 호르몬을 만들어 내 탄수화물과 단백질·지방질 대사에 관여하는 내분비기관으로서 대단히 중요한 생명장치다.
췌장암은 우선 복통과 체중감소, 황달이라는 뚜렷한 3대 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일반 X선 사진으로는 진단이 안 되지만 조영촬영이나 단층촬영에서는 발견 가능하며 경험 많은 초음파 전문의는 곧 알아볼 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혈액정밀검진을 통하여 고통 없이 곧 알아낼 수 있다. 그런데 왜 췌장암은 찾기 어렵다고 하며, 일단 발견되면 곧 죽는다고 무서워하는가?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 우리의 전통적인 신체 개념을 차지하고 있는 한의학 오장육부 체계에서는 췌장이라는 장기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것을 비장이나 신장에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그 구조, 기능, 목적, 위치가 그것들과 전혀 다른 중요하고도 고유성이 높은 독립장기다.
둘째, 그것의 앞쪽으로는 위가 있고, 상부로는 간장과 담낭이 있고, 옆쪽으로는 비장과 십이지장, 뒤쪽으로는 대동맥과 대정맥, 림프총관, 척추 등이 복잡하게 위치해 있어서 그 증상이 옆 장기 질환과 혼동되기 때문에 췌장암 진단이 늦어진다.
셋째, 위와 같은 해부학적 구조 때문에 암의 전이가 빨라서 옆 장기로 전이된 암이 동시에 발견되기도 하며 어느 것이 먼저인지 구분이 어렵고 그만큼 수술도 어렵게 된다.
넷째, 어지간한 종합검진에서는 췌장암 검사 항목이 들어가 있지 않다. 이것 또한 췌장암을 위험하게 하는 요인이다.
췌장암 자체를 발견하기 어려운 것이 아니고 사람의 사고방식이 췌장에서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췌장암은 치명적이다. 배가 아프고 눈이나 피부가 노랗게 되고, 체중이 떨어지고, 자주 피곤하고, 소화장애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췌장암에 한 번쯤 관심을 가져 볼 필요성이 있다. 췌장암은 진단이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