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 랩 원장 의학박사 김형일】
암이란 재수가 나빠서 우연히 걸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증상과 질병의 예고 사인(Warning-Signs)을 경시하며 만성피로와 심적 갈등을 방치하고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당연한 순서인 것이다.
L그룹 P부장은 이사로 승진하여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그것은 잠깐이었고 언제부터인지 늘 피곤하며 매사에 짜증이 나고, 최근에는 너무 힘들고 늘어지며 아무것도 즐거운 일이 없는 것 같았다. 보약도 먹고 피로회복제도 먹어보았지만 별로 도움이 안 되고 틈만 나면 눕고 싶었다. 아침에는 팔 다리가 아프고 무거워 일어날 수가 없었다. 뻑뻑한 눈을 겨우 떠보면 세상이 뿌옇게 보였다.
지난 번 간부직원 신체검사는 자신이 근무하는 L그룹의 부속병원에서 받았는데 별다른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았었다. 그런데도 왜 몸이 이렇게도 무겁고 답답하고 불편한지 알 수가 없었다. 동료 이사와 가족들은 “P이사가 과음 과로하여 간장기능이 저하되어 그렇다.” 고 하여, 꽤나 비싼 간장약을 여러 달째 먹었지만 기분은 좋아지지 않고 오히려 몸이 더 가라앉는 것 같았다.
아주 용하다고 소문난 의원을 찾아갔더니, 역시 “간이 붓고 열이 차고 몸이 허해서 생긴 혈액순환장애”라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치료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쓰디쓴 약물을 수주일 동안 정성들여 먹었다.
그러나 별로 좋아진 것은 없고, 목이 마르고 입이 쓰고 어지럽고 숨이 차고 가슴이 불편하고, 구역질이 나고 토하고 머리도 아프고 배도 아프고 설사도 나고 소변에서는 거품이 생기고 성기능도 없어져버렸다.
그는 별수 없이 부속병원으로 다시 가서 정밀검진을 받기로 하였다. 처음에는 매우 힘들게 CT나 MRI 등 무섭고 겁나는 검사를 여러 날 동안 받아보았으나 진단은 속시원하게 떨어지지 않았다.
며칠 후 다시 혈액면역학정밀검사를 받았는데 결국 종양표지(SCC, IAP)양성, 즉 ‘식도평편상피암’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암이 초기에 발견되어 쉽게 치료되었고, P이사는 현재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잘 지내고 있다.
사람들은 “피곤은 간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하면서 그저 간장약이나 먹고 지내다가 P이사 처럼 큰일을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암이란 재수가 나빠서 우연히 걸리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증상과 질병의 예고 사인(Warning-Signs)을 경시하며 만성피로와 심적 갈등을 방치하고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나타나는 당연한 순서인 것이다.
또한 신체의 기능과 성분의 변화는 어떤 거대한 기계 속으로 들어가는 비싼 검사를 받아본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신체성분측정, 즉 정밀혈액분석검사를 통해서만 그 원인 파악이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