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기자】
【도움말 |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현철 교수】
열 명에 한 명꼴로 걸린다는 국민 질병 당뇨병. 당뇨병 합병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이제 증상이 없다고 당뇨병을 쉽게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다. 그러나 당뇨병 직전 단계인 ‘숨어있는 당뇨병’ 혹은 ‘전당뇨병’이라고 하면 우습게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가만히 있어도 운이 좋으면 당뇨병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당뇨병의 20~40%는 5년 안에 당뇨병으로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지금처럼 마음이 편할 수 있을까? 반대로 전당뇨병임을 알고 당뇨병과 멀어지는 생활습관으로 돌아선다면 당뇨병은 남의 일이 될 수 있다.
당장은 편하지만 당뇨병으로 가는 빠른 길을 선택하겠는가? 다소 불편하지만 당뇨병을 피해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겠는가? 정답은 당신 선택에 달려 있다.
공복일 때 혈당이 126mg/dL 이상이거나 75g의 포도당을 먹고 2시간 후에 검사한 혈당이 200mg/dL이상이면 당뇨병이라고 진단한다. 공복일 때 정상 혈당은 100mg/ dL 미만이며 포도당을 먹는 검사에서는 140mg/dL 미만을 정상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그 중간, 즉 100~ 125mg/dL과 140~199mg/dL는 무엇이라고 부를까? 이것이 당뇨 전 단계인 전당뇨병이다. 전자는 공복혈당장애라고 하고, 후자는 내당능장애이다. 둘 다 전당뇨병이다.
공복혈당장애는 식사 전, 내당능장애는 식사 후에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해서 정상보다 혈당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정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높지도 않은 상태다. 이런 진단을 받았다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고민이 될 수도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현철 교수는 “당연히 혈당이 정상보다 높다는 사실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당뇨병 우습게 보다가 대혈관 다쳐
대부분 전당뇨병은 특별한 증상이 없다. 그래서 보통은 혈액검사를 통해 전당뇨병임이 드러난다. 특히 전당뇨병에 걸릴 위험 요소가 있다면 정기적인 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이현철 교수는 다음의 경우에는 전당뇨병이 생길 가능성이 크므로 남들보다 빨리, 정기적으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부모나 형제가 당뇨병이 있을 때
●몸이 뚱뚱할 때(특히 복부 비만)
●고혈압일 때
●이상지질혈증일 때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당뇨병은 40대 이상이 잘 걸린다고 알려졌는데 서구화된 식생활로 발병하는 나이가 점차 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30대, 심지어 10대에도 생길 수 있다. 나이에 관계없이 하나라도 위의 경우에 해당된다면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다.
전당뇨병도 당뇨병처럼 합병증이 생긴다. 전당뇨병일 때는 당뇨병에서 잘 발병하는 망막병증, 신장질환 같은 미세혈관질환 합병증은 잘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뇌기능장애가 상당 기간 이상 지속되는 뇌졸중, 심장 근육에 문제가 생기는 심근경색증과 협심증 등 대혈관질환 합병증이 올 수 있다. 따라서 전당뇨병으로 진단을 받았다면 평소보다 계단이나 언덕을 오를 때 숨이 차거나 왼쪽 가슴이 뻐근하다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생활습관 고치면 전당뇨병 걱정 뚝!
그냥 두면 큰 병으로 발전하는 전당뇨병. 어떻게 예방해야 할까?
전당뇨병 예방법도 당뇨병 예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올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
현대인들은 고기를 즐겨 먹고, 식사량이 많으며 자주 먹는다. 자신이 필요한 열량보다 훨씬 많이 먹는 것이 익숙하다. 이러한 식습관은 당뇨를 부르기 쉽다. 따라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양만큼만 먹어야 한다. 기름지고 단맛이 나는 고열량 음식보다 열량이 적고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를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지나치게 먹으면 몸에 쌓이게 된다.
몸에 지방이 많이 쌓이면 인슐린 저항성이 커지고, 동맥경화증이 생기기 쉽다. 비만이 되지 않게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언제나 적당히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운동도 꾸준히 해야 한다.
운동을 하면 지방 축척을 막아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데 도움도 되지만 인슐린의 효율성을 높이므로 정상 혈당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자신의 체력에 맞는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걷기나 빨리 걷기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도 혈당을 올리는 주범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의 종류는 여러 가지지만 모두 혈당을 올리는 호르몬이다. 평소에 스트레스가 쌓이면 바로 해결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하는 것이 정상 혈당 유지에 도움이 된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전당뇨병,?가래로 막아야 하는 당뇨병
전당뇨병의 가장 문제는 병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빨리 생활습관을 고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현철 교수는 “전당뇨병으로 진단받고도 폭식을 하고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다가 심한 당뇨병 증세가 나타나 병원을 찾는 환자도 많다.”고 말한다.
이런 경우는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극복할 수 있었던 시기를 놓쳐 오랜 시간 약을 먹거나 엄격한 식단 관리로 힘든 치료를 감당해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합병증이 올 가능성도 크다. 전당뇨병일 때 생활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전당뇨병일 때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생활습관을 개선해서 정상 혈당을 찾고, 꾸준한 관리로 전보다 더 건강해진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즉 전당뇨병을 우리 몸이 보내는 이상 신호라고 생각하고 그때부터 혈당 관리에 힘쓰고, 식습관 개선과 꾸준한 운동 등으로 자기 관리를 한다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말이다.
이현철 교수는 “전당뇨병을 그냥 방치해서는 안 되지만 당뇨병은 완치되기 어렵다고 포기해서도 안 된다.”고 충고한다. 꾸준히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정상 혈당을 회복할 수 있고, 합병증의 위험에서 점점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이현철 교수가 추천하는?전당뇨병 예방법
1. 정상 체중을 유지할 수 있게 적당한 열량을 먹는다.
2. 규칙적인 식사를 한다.
3.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4. 술을 줄인다.
5. 고칼로리 음식은 피한다.
6. 과식, 폭식은 하지 않는다.
7.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8. 가족력이 있거나 비만이라면 정기적인 당뇨검사를 받는다.
이현철 교수는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세브란스병원 당뇨병센터 소장,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