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성신여대 심리학과 채규만 교수】
남자는 왜 숫자를 더 잘 읽고, 여자는 왜 사람을 더 잘 읽을까? 남자는 왜 지도를 더 잘 보고, 여자는 왜 감정을 더 잘 볼까? 남자는 왜 경쟁을 즐기고, 여자는 왜 화합을 추구할까? 유전학 박사 앤 무어는 “남자와 여자는 인간이라는 종에 속한다는 것만이 유일한 공통점”이라고까지 말한 바 있다. 성신여대 심리학과 채규만 교수는 “예부터 처한 환경이 달랐기 때문에 각각 다르게 진화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지구상의 생물 중 남자와 여자만 다른 것이 아니다. 동물을 보면 암컷과 수컷이 다르고, 은행나무도 암수 서로 다르다. ‘도대체 왜 그런지 이해할 수 없어!’‘어휴, 답답해!’하며 가슴을 치는 당신, 이번 기회에 서로의 차이를 화음으로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PART 1. 알고보면 더 매력적인 남자의 뇌
너무 공격적이다?
남자는 어린 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대결하기’가 일상이 돼 있다. 컴퓨터 게임, 당구, 축구나 농구 같은 스포츠, 장기와 바둑 등 남자들이 즐기는 놀이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이는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밀접하다. 사춘기 때 급격히 증가하는데, 가장 범죄율이 높은 연령이 13~17세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남성호르몬은 성욕보다도 공격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남을 지배하려 하며 자기주장을 강하게 피력한다.
남자가 공격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진화 과정이 어느 정도 설명해 준다. 채규만 교수는 “옛날에 남자는 사냥을 나가고 중요한 자원을 지키며 방어하는 역할을 맡았다.”면서 “공격성은 생존에 필수 요건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남자는 나이가 들면 이 같은 성향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남자는 50살쯤부터 남성호르몬의 양이 점점 줄어들면서 덜 공격적이 된다. 자기주장도 덜 강한 쪽으로 조금씩 바뀐다. 이 시기에 남자는 눈물이 많아지고, 감성적인 순한 양이 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남자가 더 똑똑하다?
보통 남자가 지도를 보고 길을 찾는 능력이 더 탁월하다고 한다. 그에 반해 여자는 길치가 많다. 이는 공간을 지각하는 방식에 남녀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프란시스코 아얄라 박사 팀은 남녀 각 10명에게 아름다운 그림이나 사진을 보여주면서 뇌의 미세한 신호를 측정했다. 그랬더니 남자는 주로 오른쪽 뇌를 이용해 ‘좌표 방식’으로 대상을 인식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목적지를 찾아 운전할 때 남자의 뇌는 전체 지도를 그린 뒤 목적지를 공간 속의 한 점으로 인식해 찾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 길이 어긋나도 공간 속의 위치를 기억해 길을 찾는 능력이 뛰어나다. 반면 집 안의 물건도 좌표 방식으로 기억하진 않기 때문에 뻔히 보이는 열쇠를 못 찾고 온 집안을 헤매기도 한다.
여자는 집에서 ‘소금 옆에 식초’ 같은 식으로 기억하기 때문에 잘 찾아낸다. 이는 원시시대에 사냥을 맡은 남자는 움직이는 사냥감을 추적했기 때문에 좌표로 공간을 인식하는 방식을 발달시켰고, 채집을 맡은 여자는 나무의 상대적 위치를 기억하는 방식을 발달시켰기 때문이다. 남자의 뇌는 추적형, 여자의 뇌는 관계형일뿐 두뇌의 우수성을 가를 수는 없다.
남자와 섹스… 진실 혹은 거짓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모양과 형태에 몰두한다. 당연히 여자의 아름다움과 모양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남자는 미스코리아에 큰 관심을 갖지만 여자는 미스터코리아에 그만큼 관심을 갖지는 않는다. 젊고 예쁘고, 날씬한 허리에 풍만한 가슴을 보유한 여자를 좋아하는 것은 어느 문화권에서나 동일하다. 옆에 사랑하는 여자가 있더라도 예쁜 여자가 지나가면 저절로 집중해서 쳐다보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일 뿐, 눈앞에서 사라지면 금방 잊으니 너무 걱정하거나 분노할 필요는 없다.
또 성취를 우선시 하는 남자의 뇌는 여자의 친절이나 관심을 곧잘 성적으로 연결시키기도 한다. 연애 관계에서도 빨리 성관계를 가지고 싶어 함은 물론이다. 심지어 자기가 정복한 여자의 수를 계산하는 일도 있다. 때때로 그것은 능력과 자랑이 되기도 한다.
남자가 본능적으로 성적인 쾌락을 추구한다고 해서, 모든 남자를 못 믿을 사람으로 취급할 필요는 없다. 일명 ‘백기사호르몬’으로 불리는 바소프레신은 여자에게 헌신하고 배우자와 자식을 보호하게끔 유도한다.
물론 성행위에 남자가 더 집중하고, 이기적인 성향을 보인다. 혹자는 포르노의 영향이라고도 하고 남자가 여자를 복종시켜 권력을 유지하려는 음모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 이전에 성적 본능과 공격성, 지배욕이 남자의 본질이다. 포르노 영상물이 없던 시절에도 남자의 욕구는 변함없었다. 남자가 여자를 성적 대상으로 보는 점을 비난하며 뜯어 고치는 일은 불가능하고, 맞지도 않다. 그보다는 진화의 맥락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채규만 교수는 “인류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며 “남자의 본능을 이유삼아 과거의 성역할에 머무르기보다는 배려와 협력의 힘이 중요한 미래의 양성적 성역할을 준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PART 2. 알고보면 더 사랑스러운 여자의 뇌
공격을 싫어한다?
물론 남자가 더 공격적 성향을 보인다. 운전을 할 때도 남자가 자기 앞의 차가 지체할 때 더 자주 경적을 울린다. 극단적인 연구치도 있다. 남자는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이 여자보다 5배 높고, 도둑질을 할 가능성도 20배나 높다고 한다.
그렇다고 여자가 온화한 동물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언어로 공격을 하는 경우는 남녀 모두 비슷한 빈도를 보이기 때문이다. 여자들끼리 언어로 경쟁을 하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남자들끼리 내기당구와 바둑으로 경쟁을 한다면, 여자들은 말로 비교하는 경쟁을 한다. ‘우리 아들이 반에서 1등을 했다.’거나 ‘남편이 승진을 했다.’는 자랑을 경쟁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라.
체력소모가 큰 대결이나 육체적인 격투를 피하는 것을 두고, 여자가 선량하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은 무리다. 공격성은 남녀 모두 중요한 생존 수단이다. 여자도 공격성을 드러낸다. 다만 장미가 향기를 뿜어내듯 은근한 방식으로 공격성을 드러낼 뿐이다. 채규만 교수는 “여자가 공격을 피하는 이유는 육체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그렇게 진화해 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자는 너무 감정적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감정적으로 예민하다는 고정관념은 얼마나 진실일까?
흔히 여자는 육감이 있다고 한다. 육감은 막연한 감정이 아니라 뇌의 특정 부위에 의미를 전하는 실제 감각이다. 예를 들어 여자는 사귀는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 육감적으로 느끼기 시작할 때 가슴이 두근거리면서 불길한 예감을 느낀다. 부정적인 감정을 예견하고 판단하고 통제하는 활동이 활발한 전두대상피질은 여자가 남자보다 크다. 여자는 전반적으로 사소한 힌트에도 남의 생각이나 신념, 의도를 빨리 파악하는 경향이 있다.
여자의 독심술은 마술이 아니다. 이는 생존을 위한 것이다. 많은 진화심리학자들이 여자가 남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공감능력과 빠르게 정서적 분위기를 읽어내는 능력은 석기시대부터 가져온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능력으로 약자인 자신에게 다가오는 위험을 감지해 대처함으로써 자신과 자녀들을 보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자의 뇌는 공포를 예견할 때 더 활발히 작동한다. 여자는 남자보다 4배나 더 많이 불안해한다. 이것은 특히 재생산 기간인 가임기 동안 활발하게 벌어지는 일이다. 이때 여자는 우울증을 남자보다 2배나 많이 겪는다.
부부가 부부싸움을 하고 난 후 보이는 증상을 떠올려 본다. 남편은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친구를 만나 까맣게 잊은 채 술을 마신다. 그가 집을 비운 사이 아내는 어떤 상태일까? 머릿속으로 최악의 상황까지 시나리오를 쓴다. 이혼, 양육권, 재산분할, 새집 구하기 등 아내가 쓴 시나리오를 본다면 깜짝 놀랄 것이다.
채규만 교수는 “남자는 일부지만 여자는 두뇌 전체에서 위험한 상황을 감지하는 능력을 가졌다.”면서 “단점은 너무 전체적인 면에서 보기 때문에 지나치게 걱정과 염려가 많다는 점이지만 위험한 상황에 미리미리 대비하기 때문에 위기 대응력이 빠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여자의 뇌가 원하는 남자는?
여자는 성행위를 통한 만족을 남자보다 덜 중요시한다. 대부분 애정과 친밀감을 느끼기 때문에 이성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남자는 여자가 자신과 같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열적으로 동작을 반복하면서 ‘이게 그녀가 원하는 것’일 거라고 오해한다. 그러나 여자는 더 섬세하고 부드럽게 대해주기를 원한다. 여자는 결혼한 후에 오르가슴을 느끼는 비율이 560%나 증가한다. 이에 비해 남자는 조금 더 오를 뿐이다. 이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은가. 상냥하고 친밀한 사랑의 긍정적인 효과가 무엇인지.
연인 관계를 더 자주 끝내는 사람은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이 또한 뇌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여자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더 잘 알기 때문에 어떤 관계가 성공적인 것인지 실패인지 더 쉽게 판단할 수 있다. 심리학자 호잉거는 “가슴과 관계되는 일에 있어서 여자는 남자보다 더 실용적인 경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남자는 여자가 왜 관계를 끝내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심리학자 칸시안은 한 남자에게 그의 애인에게 애정을 보이라고 요청하는 실험을 했다. 그러자 그는 자기 애인의 차를 닦았다. 여기서 알 수 있다. 어떤 활동을 통해서 애정을 표현하는 남자의 사랑 방식을. 그러나 여자는 물질적이거나 물리적인 선물 이전에 비밀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여자에게 감정 공유는 중요하다.
채규만 교수는 “특히 우리나라 남자들은 경제적인 역할만 하면 할 일은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여자들은 다르다.”면서 “그것은 물론이고 정서적인 안정감과 친밀감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 마음에 한이 맺힌다.”고 말한다. 따라서 정서적인 충족감을 주는 일이 다소 서툴고 어렵더라도 노력할 것을 권한다. 오래 함께 있는 관계에서는 서로 이해하고 보듬는 것이 건강한 관계 지속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달라도 많이 다른 남녀. 당신은 조물주에게 남녀를 왜 이렇게 다르게 만들어서 오해와 다툼을 만들었느냐고 불만을 토로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남녀가 똑같이 느끼고 똑같이 생각했다면 서로 쉽게 지루함을 느꼈을 것이다.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면 더 만족감이 생기지 않겠는가?
남자와 여자는 다름으로써 더 잘 조화를 이루고, 진화해왔다. 채규만 교수는 “남자와 여자는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아름다운 상보적 관계를 발전시켜 왔다.”고 말한다. 앞으로도 끝없는 충돌과 이해를 통해 발전할 인류의 발걸음을 주목해 본다.
평균적으로 보는 남 VS 여 뇌구조의 차이
남자의 뇌
● 남자 아기는 자기 앞에 놓인 물체를 보는 것에 더 관심을 보인다.
● 공간지각 능력이 뛰어나다.
● 사물이나 이론을 다루는 데 강하다.
● 밝은 곳에서 여자보다 더 잘 본다.
● 짠맛을 잘 구별한다.여자의 뇌
● 여자 아기는 사람의 얼굴에 더 관심을 보인다.
● 언어능력검사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 더 광범위한 감각 정보를 받아들인다.
● 어두운 곳에서 남자보다 더 잘 본다.
● 쓴맛에 민감하고 더 높은 농도의 간과 단맛을 선호한다.
채규만 교수는 현재 청소년 및 부부치료 센터장, 한국 여성상담센터 이사장이다. 한국 인지행동학회장과 대한성학회장, 한국 임상심리학회장, 한국 정신보건 전문요원협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