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관동대 제일병원 내과 윤현구 교수】
【도움말 | 을지대 식품영양학과 이정윤 교수】
집에서 손자를 보고 있는 손금자 씨(58세)는 얼마 전 손자를 업어주고 난 후 갑자기 극심한 통증을 느꼈다. 별다른 질병도 없고, 건강한 편이라 생각한 그녀는 당황스러웠다. 그러나 며칠 쉬면 나을 것이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시간이 갈수록 통증은 심해지고 숨쉬기조차 힘들어져 결국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골다공증으로 작은 충격에도 척추 뼈가 무너져 버리는 ‘골다공증성 척추골절’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망연자실한 그녀가 말했다. “어떻게 갑자기 이럴 수가 있어요?”
‘소리 없는 뼈 도둑’으로 악명 높은 골다공증이 중년 이후 여성들의 뼈를 공격하고 있다. 올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50세 이상 골다공증 환자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7배 정도 많다.
여성의 골량은 선천적으로 남성보다 10~15% 정도 낮다. 뼈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말이다. 특히 뼈의 분해를 막아주는 여성호르몬이 폐경 이후 줄어들기 때문에 50대에 들어서면 갑작스럽게 뼈가 약해지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된다.
골절 같은 문제가 생기기 전에 특별한 통증이 없어 잘 모를 수 있다. 특별한 통증이 없다는 것이 더욱 상태를 악화시키기 쉬워 위협적이다.
골절은 단순히 뼈가 부러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몸을 움직이기 어렵게 하는 대퇴골절은 체력과 면역력 저하, 폐렴, 욕창 등 합병증을 유발해 사망에 이르게 한다. 실제 대퇴골절을 당한 노인의 20~35%가 사망하고 있는 상황이다.
관동대 제일병원 내과 윤현구 교수는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젊을 때는 물론 뼈의 구조가 느슨해지는 40대부터 특히 뼈를 튼튼하게 해 폐경기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먹어서~ 예방하는 골다공증
골다공증은 주로 중장년층이 잘 걸린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 들면 으레 그러려니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골다공증에 걸리는 것은 아니므로 명백한 질병이다. 심지어 요즘엔 남성 골다공증과 젊은 여성 골다공증까지 늘고 있는 추세다. 흡연과 음주, 다이어트와 불규칙한 식습관이 골다공증 발병 층을 넓히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윤현구 교수는 “원칙적으로 골고루 먹는 게 중요하지만, 특히 칼슘과 비타민 D 섭취를 부족하지 않게 유지해야 하며 싱겁게 먹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칼슘은 신체기능 유지뿐만 아니라 뼈의 건강에 매우 중요한 영양소다.
칼슘 섭취가 부족하면 체내 칼슘 균형이 깨진다. 그렇게 되면 혈액 내에 칼슘치가 떨어져 부갑상샘 호르몬 분비를 촉진시킨다. 이 호르몬은 뼈 안의 칼슘을 혈액 내로 빠져나오게 한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뼈 안의 칼슘이 줄어 골다공증을 일으키게 된다. 성장기는 물론 노년기까지 적절한 양의 칼슘을 섭취하고, 폐경 후에도 꾸준히 적당량의 칼슘을 섭취하는 것이 골다공증 예방에 필수다.
을지대 식품영양학과 이정윤 교수는 “골다공증 환자가 아닌 일반 여성은 하루 권장량인 700mg의 칼슘을 섭취하면 되지만, 골다공증 위험이 있는 여성은 1200~ 1500mg의 칼슘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칼슘은 우유와 요구르트, 치즈 같은 유제품을 추천한다. 단, 비만이나 고지혈증 환자는 저지방 우유를 권한다. 멸치나 뱅어포, 미꾸라지 등 뼈째 먹는 생선에 많이 들어 있다. 음식물로 칼슘을 섭취할 때는 칼슘의 흡수율을 고려하는 것이 좋다. 채소 중에는 양배추나 고추, 파슬리와 같은 녹색 채소가 흡수율을 높여준다. 어린 솔잎이나 무청, 청경채 등의 녹황색 채소와 연어, 정어리 같은 해조류도 칼슘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비타민 D는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양소다.
칼슘을 아무리 많이 섭취해도 비타민 D가 결핍되면 전혀 흡수되지 않는다. 비타민 D는 우리 몸을 햇빛에 정기적으로 노출하기만 해도 충분히 몸에 흡수되는 영양소다. 문제는 햇빛을 덜 받았거나, 흡수된 비타민 D가 활성화된 비타민 D로 바뀌어야 하는데 노화로 그 기능을 상실했을 때다. 따라서 골다공증 환자는 비타민 D가 들어있는 음식을 더 신경 써서 먹어야 한다.
비타민 D가 많은 식품은 정어리ㆍ고등어ㆍ참치 같은 등푸른 생선, 달걀노른자, 동물의 간ㆍ표고버섯ㆍ인삼 등이다.
그밖에 ‘폐경기 질환 예방식’하면 콩을 빼놓을 수 없다. 골다공증에도 마찬가지로 콩이 좋다. 특히 콩으로 만드는 음식 중 청국장은 발효되면서 활성물질인 제니스틴에서 당이 떨어지면 제니스테인이 되는데 이것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구조가 비슷하다. 따라서 폐경기 이후 여성들에게 문제가 되는 폐경기증후군 및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을 준다.
▶싱겁게 먹기는 고혈압ㆍ당뇨뿐 아니라 골다공증에도 필수적이다.
다만 짜게 먹는 사람이 갑자기 간을 하지 않고 먹으려고 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점점 소금을 줄여 나가야 한다. 나물에 소금을 넣지 않고 간장을 찍어먹게끔 유도하는 것도 좋다.
피해서~ 예방하는 골다공증
우리 식습관 곳곳에는 골다공증을 유발하는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 골다공증에 좋은 식습관을 아는 것만큼 나쁜 식습관도 알아둬야 할 것이다. 윤현구 교수는 “알코올과 카페인, 짠 것, 지나친 섬유소와 단백질 섭취를 조심할 것”을 강조한다.
▶알코올은 요즘 남성 골다공증 환자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알코올은 골 소실을 촉진한다. 뼈 건강에 좋은 성호르몬 분비도 부족하게 만든다. 하루에 소주를 8잔 이상을 섭취하는 남성은 골다공증 위험이 1.21배로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페인은 장에서 칼슘 흡수를 막고, 칼슘을 소변과 대변으로 배출시킨다.
따라서 몸에 칼슘이 부족하게 만든다. 커피를 많이 마시면 대퇴부 골절 위험이 2~3배 높아진다는 연구가 있다. 커피나 콜라 등 우리가 자주 마시는 음료를 줄이도록 한다. 이정윤 교수는 “커피는 하루 2잔 이하로 마실 것”을 권한다.
▶짠 음식도 카페인과 마찬가지로 칼슘을 소변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짠 음식 중에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윤현구 교수는 “골다공증을 예방하기 위해 생선 중 칼슘의 보고인 멸치를 많이 찾는데, 멸치가 뼈 건강에 좋은 생선인 것은 맞다.”면서 “그러나 짠 맛이 나는 멸치는 염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오히려 뼈에 좋지 않다.”고 덧붙인다.
▶지나친 단백질과 섬유소 섭취도 조심한다.
단백질과 섬유소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지나친 단백질 섭취는 칼슘을 소변으로 빠져나가게 한다. 섬유소도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는 기능이 있다. 윤현구 교수는 “그렇다고 섬유소를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며 “칼슘이 주를 이루는 음식과 시간차를 두고 먹을 것”을 권한다. 이정윤 교수도 “섬유소는 하루 35g 미만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한다.
<친해져야 하는 음식>
● 저지방 우유, 요구르트, 생선, 해조류
● 콩, 두부, 두유, 들깨, 참깨, 달래, 무청 같은 채소
● 귤 등의 과일, 차(모든 종류)
<멀어져야 하는 음식>
● 짠 음식, 인스턴트나 가공식품, 과량의 육류, 지나친 곡류나 섬유질 섭취
● 시금치, 땅콩을 우유와 같이 섭취
● 음주, 흡연, 탄산음료, 커피
윤현구 교수는 현재 대한골대사학회 회장이다. 대한골대사학회 감사와 간행위원, 대한내분비학회 감사와 연구위원장을 역임했다.
이정윤 교수는 현재 국가기술자격시험 시험위원, 영양사 국가시험 문항개발 정리위원, 성남시 아동급식 자문위원이다. 2003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표창장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