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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온나라가 들썩 ‘석면공포’ 해결책 없을까?

2009년 06월 건강다이제스트 잎새호

【건강다이제스트 | 반은숙 기자】

【도움말 | 시민환경연구소 최예용 부소장】

베이비파우더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그동안 아이에게 파우더를 발라주었던 엄마들은 분개했다. 뒤이어 석면 화장품과 의약품까지 공개되자 온 국민이 ‘석면 공포’에 휩싸였다. 하지만 석면의 위험성만 제기되고 있을 뿐 해결책은 잘 알려지지 않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석면에 대한 궁금증과 석면 노출을 피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발암물질…석면

석면은 암석에서 추출된 물질로 불에 잘 타지 않고, 전기가 통하지 않으며 화학물질에 노출되어도 성분이 잘 변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슬레이트 지붕, 타일, 외벽, 내장재 등 각종 건축 자재로 주로 쓰였으며, 자동차 브레이크나 전자제품의 패킹 부품으로도 많이 이용되어 왔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석면이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석면 사용에도 제동이 걸렸다.

석면은 날카로운 송곳 모양의 아주 미세한 입자인데 호흡기를 통해 폐 등에 박히게 되면 배출되지 않고 10~30년의 잠복기를 거쳐 폐암, 악성중피종, 석면폐 등의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세계보건기구에서는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석면이 더욱 위험한 이유는 석면의 크기와 종류, 노출된 양,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발병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석면의 위해성을 정확히 파악하기도 힘들다는 점이다.

일상 속에 도사리고 있는 석면의 위험성

최근 언론에 보도된 파우더나 의약품 외 일상 속에서도 석면의 위험성은 도사리고 있다.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건축 현장이다. 특히 오래된 건축물을 폐기하는 재건축 현장에서는 그 위험성이 더욱 커진다. 환경부가 뉴타운 철거 현장과 건물 리모델링 공사장 등 전국의 석면해체·제거 작업장 155개소를 조사한 결과 20%인 31곳에서 대기 중 석면 농도가 실내 공기질 권고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건축물에 함유된 석면을 제거하는 작업을 할 때에는 작업 현장을 철저히 밀폐한 뒤 작업장 외부로는 석면 먼지가 제거된 공기만 배출되는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조사 결과 드러난 사실에 의하면 작업 현장에 고성능 집진 필터를 설치하고 지속적으로 가동하면서 작업한 곳은 155곳 중 29곳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중이용시설인 지하철, 학교에서도 석면의 위험성은 도사리고 있다. 천장재나 바닥재 등의 건축자재가 부식되거나 개·보수 작업을 할 때 가루가 날려 호흡기로 들어갈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2007년에는 지하철 승강장 곳곳에 석면이 분포하고 석면 먼지가 그대로 날리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지하철 노조와 환경단체에 의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교육과학기술부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교 100개교 중 무려 88개교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전자제품 등의 고무패킹에도 석면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은 다들 잘 모를 것이다. 가정 내 세탁기, 냉장고, 헤어드라이기 등에도 석면이 들어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가전제품과 생활용품에 사용된 석면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때에는 검출될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부주의한 취급·폐기 과정에서 석면이 방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폐기 과정에서 석면 함유 부품을 별도로 수거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폐기물 처리장의 석면 먼지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먹는 것은 상관없다?

최근 의약품에도 석면이 함유되어 있다고 발표되어 논란이 되고 있지만 석면이 소화기를 통해 흡수될 경우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나 실험결과는 아직 나와 있지 않다.

지금까지 석면 탈크 약제에 대한 의료계의 공식 입장은 무해 쪽으로 기울고 있다. 석면이 든 탈크가 몸에 들어와도 산도가 강한 위액이 대부분의 석면을 분해시키고 배변을 통해서 배출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석면이 함유된 약제 등을 섭취하는 것이 호흡기로 흡입되는 것에 비해 덜 위험하다는 사실은 미국의 환경기준을 봐도 알 수 있다. 공기는 1cc당 0.01개 이하지만 먹는 물의 경우는 1cc당 7000개 이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얼마나 위험한지 잘 모른다는 것이지 유해하지 않다는 것은 결코 아니므로 자신이 먹고 있는 의약품에 석면 탈크가 들어있다면 다른 것으로 대체하는 것이 보다 안전할 것이다.

석면, 완전히 몰아낼 수 있을까?

석면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석면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석면이 어느 제품에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에 있다.

노동부는 올해부터 석면 함유 제품의 제조와 수입, 사용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또한 석면제품 불법 취급이 의심되는 사업장에 불시점검 등 지도·감독을 강화하고 관세청 등과 공조해 수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계획이다. 또 작업장 내 석면 농도가 기준치를 초과하면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하지만 석면은 이미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왔기 때문에 석면의 피해를 완전히 없애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경우를 보면 석면의 위해성 논란은 석면에 노출된 산업현장 근로자의 건강 문제에서 시작되어 산업현장 주변 공기 중의 석면 문제로 이어진 뒤 생활용품 전반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공산품에 대한 석면 함유 검사 자체가 이뤄지지 않아 어느 제품에 얼마나 들었는지 알 길이 없다.

따라서 한시바삐 공산품의 탈크 검사 의무화가 시급하다. 또 ‘석면 안전필증’ 같은 제도적 장치도 시급히 도입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 대책이 시급하다

석면이 많이 검출되는 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나 석면이 함유된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의 경우 석면에 노출되었을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떨고 있다. 이들에 대한 대책도 시급하다.

최예용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은 “석면 피해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유력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정부에서 ‘석면건강관리수첩’을 발행하는 일”이라고 피력한다. ‘석면관리수첩’은 석면을 원료로 사용한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에게 발행된 수첩인데 산재보험에 의해 병원에서 정기검진과 진료를 무료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최예용 부소장은 “환경성 석면노출 시민들에게도 석면 노출 위험이 있다는 간단한 증명을 거쳐 원하는 때 검증된 병원에서 지속적인 진료와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해당 제품의 반환, 환불보다도 더욱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라고 역설한다.

석면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도 마련되어야 한다. 석면 해체 제거 작업을 철저히 하는 법규를 만들고 석면 해체 작업 중인 공사 현장이나 공기 중에 석면이 노출된 장소를 시민들이 알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예용 부소장은 “석면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은 어느 곳에 얼마나 많은 석면이 사용되었으며 노출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표기해 놓은 ‘석면 지도’를 제작하는 일”이라고 밝히고 “그래야 해당 건물이나 물품을 관리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석면의 노출을 줄이거나 없애도록 하기 위한 조취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상생활 속에서 석면 노출 피하는 방법

▶ 직·간접 흡연을 피하자. 석면에 노출된 사람이 흡연을 하는 경우 폐암 발생률이 비흡연자보다 53배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간접흡연 또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석면에 노출되었다고 생각되면 반드시 금연을 하고 간접흡연을 피해야 하는 이유이다.

▶건축물을 부수는 곳이나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곳은 되도록 접근하지 않는다.

▶사무실이나 집에 석면이 함유된 것으로 의심되는 건축자재가 있을 경우 드릴 작업 등으로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보수를 할 경우에는 석면 관련 업체를 통해 사전에 석면 진단을 하는 것이 예방차원에서 바람직하다.

▶고무탈크가 함유되어 있는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오토바이, 자전거 등의 수리 및 분해는 전문가에게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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