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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의학정보] 기대 만발~ 췌장이식술 당뇨 이기는 새희망될까?

2010년 06월 건강다이제스트 행복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외과 한덕종 교수】

지난 2006년 극심한 당뇨 합병증으로 복막투석까지 받아오던 박 씨(여ㆍ32세)는 결혼을 앞두고 당뇨병을 깨끗이 치료했다.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 백 씨(46세)에게서 신장 한 개와 췌장 일부를 동시에 이식받은 것. 점점 신체 기능이 떨어지며 위험한 지경으로 치닫던 박 씨는 새 삶을 얻었다. 불치병으로 악명 높은 당뇨, 완전히 치료하는 방법은 췌장이식 하나뿐이라는데?

당뇨 근본 치료, 건강한 췌장이식이 유일

전 세계 인구의 2~4%가 앓고 있는 ‘공공의 적’ 당뇨병. 그 중 인슐린 분비 장애로 인한 당뇨병은 10% 전후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역시 당뇨병이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인슐린 분비 장애로 혈당조절이 안 돼 신부전증 등 심각한 당뇨 합병증에 걸려 목숨을 잃는 일도 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외과 한덕종 교수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닐 정도로 고생하고 목숨이 위태로운 당뇨병 환자가 많다.”며 “이러한 당뇨병 환자의 근본 치료는 췌장이식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췌장이식은 인슐린 분비가 잘 안 되는 환자의 췌장을 떼어내고, 대신 그 자리에 건강한 사람의 췌장을 옮겨 심는 치료법이다. 적용 대상자는 주로 인슐린 의존형 1형 당뇨병이다. 또 만성췌장염을 앓아 인슐린을 사용하거나 악성종양으로 췌장을 떼어낸 후 인슐린을 사용하는 환자, 일부에서는 2형 당뇨병에서도 성공적으로 이식술을 진행해 인슐린을 끊은 바 있다.

현재 전 세계 300개가 넘는 이식센터에서 3만 예 이상 췌장이식을 진행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2년 7월 서울아산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신부전증을 수반한 1형 당뇨병 환자에게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성공적으로 이식하며 췌장이식 시대를 열었다. 지금까지 이식술을 받은 환자들은 대부분 새 삶을 얻었다.

췌장이식 수술은 기존의 간이식이나 신장이식에 비해 치료 성적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수술 방법 개선과 면역억제제 개발로 췌장이식 수술이 활발히 이루어지기 시작한 1999년 이후부터는 치료 성적이 크게 개선됐다.

췌장이식수술 점점 활성화 추세

췌장이식수술은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당뇨병에 의한 합병증으로 신부전증에 걸려 신장이식을 췌장이식과 함께 받는 경우다.

기존에는 대부분 뇌사자에게서 신장과 췌장을 동시에 기증받아 이식하는 수술만 가능했다. 혹은 가족에게서 신장을 단독으로 이식받은 후 뇌사자의 췌장을 이식받는 두 번에 걸친 수술을 진행했다. 그러나 지난해 한덕종 교수팀은 생체신장(건강한 사람의 몸에서 일부를 떼어낸 것)과 뇌사자의 췌장을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에 성공했다. 이로 인해 신장과 췌장을 두 번에 나눠 이식받아야 했던 수술에 대한 부담감이 줄었다.

이미 신장이식을 받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 췌장이식을 받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뇌사자의 신장을 단독으로 기증받기 위해서는 평균 5~6년, 췌장은 1~2년, 신장과 췌장의 동시기증은 3~4년 정도 기다려야 한다. 동시에 이식하는 수술이 성공하면서 대기 기간을 줄일 수 있는 이점도 생겼다.

당뇨 합병증 초기에 췌장이식을 단독적으로 받는 것이 있다.

췌장 단독이식은 인슐린 치료가 어려운 당뇨병이나 저혈당을 인식하지 못하는 당뇨병 환자에게 필요하다. 기존의 이식 부작용을 크게 줄인 효과적인 면역억제제와 국내 높은 수준의 기술력으로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국내 췌장 이식 성적은?

한덕종 교수팀은 2009년 12월 국내 치료 성적을 분석했다. 이식받은 환자 119명 중 1년 생존율이 93%로 전 세계 췌장이식센터의 메카로 불리는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의 성적(95%)과 대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10년 생존율은 86%로 수술환자 대부분 건강하게 잘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식 후 췌장 기능이 정상으로 작용해 당뇨 환자들이 인슐린을 끊는 비율 또한 81%로 미네소타대학병원 성적(85%)과 비슷하다. 부작용을 최소화한 면역억제제가 개발된 1999년 이후부터 2009년 12월까지 성적은 그보다 더 높은 89%다. 췌장을 이식받은 환자 대부분은 이식 직후, 즉 수술실을 나오기 전부터 인슐린이 필요 없게 된다.

지긋지긋하게 매일 두세 차례 바늘을 꽂아야 했고, 그럼에도 신부전증ㆍ망막병증 등 합병증 진행을 막을 수 없었던 고통에서 벗어났다.

회복기간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신장이식은 보통 열흘 정도면 퇴원한다. 췌장이식은 그보다 조금 더 긴 3주가량 걸린다.

뇌사자 췌장과 생체췌장이식 바로 알기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췌장이식. 최대 단점은 건강한 췌장을 구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식하는 췌장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방법은 뇌사자의 췌장을 이식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시스템 상 뇌사자의 췌장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법이 허락한 뇌사자는 260명 정도다. 올해 안으로 이식률을 높이고 대기기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잠재 뇌사자 신고규정 법제화를 앞두고 있다.

한덕종 교수는 법적인 보완을 기대하는 한편으로 췌장이식의 문제는 법뿐만이 아니라고 말한다. 췌장이식수술에 대한 인식이 낮아 환자와 가족들이 모르고 시도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덕종 교수는 “심지어 20~30대 뇌사자의 깨끗하고 건강한 췌장이 버려지는 경우도 1년에 몇 번씩 본다.”며 “췌장이식이 활발한 유럽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췌장이식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장기이식이기 때문에 모든 이식이 그렇듯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밥은 굶더라도 약은 꼭 먹어야 한다. 다양한 면역억제제 개발로 예전에 비해서는 부작용이 크게 줄었지만 약 자체가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감염이나 종양 발생,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는 등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그밖에 미용상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머리카락이 빠지거나 반대로 머리숱이 불거나 잇몸이 자라는 등의 문제로 특히 젊은 층이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이때 임의로 면역억제제를 중단해선 안 된다. 주치의와 상담 하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췌장이식의 둘째 방법은 살아있는 사람의 췌장(생체췌장)을 이식하는 것이다. 전 세계 췌장이식 현황으로는 뇌사자 이식보다 드물게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장기기증이 부족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생체췌장이식도 많이 하는 편이다.

생체췌장이식은 환자와 가까운 사람(보통 가족) 중 가족력, 병력, 건강 상태를 검사한 후 기증자의 건강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후 췌장에서 40%를 떼어 내 환자에게 이식한다.

한덕종 교수는 “췌장이식은 성공률이 높긴 하지만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며 “수술만큼 관리가 중요하다.”고 당부한다. 약을 제때 먹는 것은 물론이고 췌장이 나빠지지 않게끔 식사와 운동을 꾸준히 병행해야 한다. 이식한 췌장이 또 나빠졌을 땐 재이식도 가능하다. 한덕종 교수는 “수술은 신체적인 부담이 큰일인 만큼 가급적 그런 일이 또 생기지 않게 건강한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덕종 교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앙심사 평가위원, 대한외과학회 상임이사, 대한이식학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현재 대한면역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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