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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제대혈 보관 우리 아이 ‘생명보험’ 될까?

2010년 06월 건강다이제스트 행복호

【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한양대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이영호 교수(소아청소년과)】

【도움말 | 차의과학대 차병원 제대혈은행 강명서 교수(진단검사의학과)】

이 세상 부모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바로 ‘자식이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는 것’이다. 자식이 아프면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팠으면 하는 것이 부모 마음. 아이가 자라며 아플 때를 대비해 치료 확률을 높인다는 제대혈이 예비부모의 눈길을 끌고 있다.?

난치병 치료에 유용한 ‘생명보험’

태아는 사랑의 보금자리인 엄마의 자궁에서 탯줄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 받으며 자란다. 제대혈은 바로 엄마와 아기의 사랑의 매개이자 생명선 역할을 하는 탯줄과 태반에서 채취한 혈액이다. 100㎖ 정도로, 평생 한 번만 얻을 수 있다.

탯줄과 태반은 오래 전부터 중요한 약재로 여겨졌다. <동의보감>에는 잘 말린 후 갈아서 한약재로 썼다는 기록이 있다. 물론 태반에 남아 있는 아기의 피에 줄기세포가 많다는 것을 발견한 것은 현대에 이르러서다.

이 속에는 혈액세포를 만드는 조혈모세포(조혈줄기세포)를 비롯해 우리 몸의 연골과 뼈, 근육, 지방, 신경 등을 만드는 간엽줄기세포 등이 다량 들어 있다. 이 줄기세포는 자신과 같은 능력의 세포를 만들어내는 자기복제 능력과 특정한 세포로 분화되는 다분화 능력이 뛰어나다.

한양대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이영호 교수는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기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꾸준한 치료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국내에서는 1996년 처음으로 중증 재생불량성 빈혈 진단을 받은 7세의 남자아이에게 동생의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식한 것이 시작이다. 지금까지 각종 소아암과 백혈병, 유전성 대사이상, 면역질환, 뇌성마비 환자들을 대상으로 350건 이상 치료를 시도, 평균 60%가 넘는 실적을 보이고 있다. 제대혈을 ‘생명의 미래’라고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현재 전 세계 주요국가 60개국 이상의 곳에서 제대혈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17만 2000명 정도가 제대혈을 보관한다. 일본은 1999년 제대혈 이식 보험적용이 이루어지면서 크게 늘어 4000건이 넘는 시술 횟수를 보여주고 있다.

제대혈, 두 가지 분야로 나눠보면…

차의과학대학 차병원 제대혈은행 강명서 교수는 “제대혈 채취는 간단하고, 안전하다.”고 말한다. 아기가 태어나면 주치의가 직접 탯줄을 자른 후 멸균 소독한 주사기로 태반 쪽 탯줄에서 항응고제가 들어간 전용 혈액백에 제대혈을 담는다. 시간은 5분 안으로 끝나고, 아기나 산모에게 위험이나 고통을 주지 않는다. 이후 검사와 처리과정을 거쳐 단핵세포를 분리하고, 영하 196도의 질소탱크에서 냉동 보관한다. 이때 향후 치료에 따른 검사를 위해 혈장 등 검체도 함께 보관한다. 보관 중 필요한 일이 생기면 즉시 쓸 수 있다.

이영호 교수는 “제대혈 치료를 두 가지 분야로 나눈다.”고 말한다. 그 하나는 조혈줄기세포를 이용하는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고, 또 다른 하나는 자가 제대혈 세포치료다.

? 제대혈 조혈모세포 이식 치료는 기본적으로 골수이식 수술을 필요로 하는 모든 질병에 사용한다. 항암제나 방사선치료로 환자의 면역기능을 거의 소실시킨 다음 냉동보관하던 제대혈을 정맥혈관을 통해 주사한다. 2~4주 후 환자의 골수에 자리를 잡으면 건강한 혈액세포를 만들어 낸다.

조직적합성항원(HLA) 6개가 모두 일치해야 하는 골수와 달리 3개 이상만 일치해도 돼 부모형제 등 가족의 활용 가능성이 더 높다는 장점이 있다. 백혈병 등의 혈액암과 재생불량성 빈혈·환코니빈혈·지중해성빈혈 등의 혈액질환, 선천성 대사장애, 면역장애질환 등의 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강명서 교수는 “아직까지는 조혈모세포를 이용한 제대혈 이식이 제대혈을 이용한 치료의 핵심이지만 최근 뇌성마비 환자에게 본인의 제대혈을 이식하는 치료를 적극적으로 시도하고 있어 자가 제대혈 세포치료도 주목받고 있다.”고 밝혔다.

뇌성마비는 뇌의 신경세포가 정상적으로 발달되지 않아 사지가 마비되고 지능·감각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으로, 수술이나 약물을 이용한 치료법이 없다. 미국에서는 1998년부터 뇌성마비, 안젤만씨병 등 각종 뇌손상 질환 치료에 제대혈 이식을 시도하고 있다. 뇌손상으로 운동 능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제대혈을 이식하면 6개월 뒤 운동 능력이 조금씩 개선되는 등 변화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 자가 제대혈 세포치료로 뇌성마비뿐 아니라 각종 퇴행성뇌신경질환, 심근경색, 버거씨병(말초혈관폐색), 신생아 허혈성 저산소성 뇌증, 소아당뇨병 등 치료가 가능하다.

이영호 교수는 “주로 난치성 뇌신경질환(뇌성마비 포함), 말초혈관폐색 등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며 “전 세계에서 당뇨병, 간부전, 심부전 등에 대한 임상시험이 활발하다.”고 설명한다. 향후 다른 사람의 제대혈(중간엽 줄기세포)을 이용한 세포치료제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인다.

한계점도 분명히 존재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생명의 선물 ‘제대혈’. 그러나 제대혈을 보관할 수 없는 경우도 상당하다. ▷산모에게 B형간염, C형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 매독 등의 감염증이 있거나 병력이 있으면 안 된다. ▷악성종양, 당뇨병(인슐린 의존형), 내분비질환, 신경질환, 교원병, 혈액질환도 포함한다. ▷해외에서 귀국한지 3주가 지나지 않은 산모도 어렵다. ▷임신경과 중 다태임신이나 양수검사에서 염색체 이상으로 판명된 경우 불가능하다. ▷제대혈을 오염시킬 수 있는 산모의 음부감염이 확인되거나 양수감염 우려가 있는 경우, 신생아에게서 4촌 이내의 가족 중 악성종양, 유전성 혈액질환이나 대사질환, 선천성 면역결핍질환 병력이 있는 경우도 피해야 한다.

이영호 교수는 “가족제대혈로 보관할 때 산모의 요청과 분만을 담당하는 의사 판단에 따라 달리할 수 있으니 자세히 상담해 볼 것”을 권한다.

그 밖에 제대혈 치료의 한계점은 무엇이 있을까? 강명서 교수는 “제대혈은 상대적으로 줄기세포의 수가 적은 것이 단점”이라고 지적한다. 골수 이식과 비교해보면 줄기 세포가 적기 때문에 현재 15세 미만의 소아환자에게 제대혈 이식을 적용하고 있다. 또 이영호 교수는 “부작용은 거의 없지만, 효과 면에 있어서는 검증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더욱더 활발한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더 궁금한 제대혈 치료

Q 여러 번 쓸 수 있나?

A No! 보관된 제대혈은 일단 해동하면 다시 냉동할 수 없으므로 2번 이상 쓰기 어렵다. 따라서 양 부족이 예상되면 조직적합항원이 비슷한 기증 제대혈을 함께 이식해야 한다.

Q 쌍둥이는 둘 다 보관해야 하나?

A Yes! 쌍둥이는 제대혈의 양이 적기 때문에 쌍둥이 모두 보관하는 편이 좋다. 또 이란성이 많아 조직적합성항원이 다를 수 있다. 각기 보관할 필요가 있다. 일란성인 경우라 할지라도 1난자+1정자가 수정 후 분리된 것이라면 둘의 유전자가 같지만, 1난자+2정자인 경우 100% 같지 않을 수 있다.

Q 가족에게도 아이의 제대혈을 쓸 수 있나?

A Yes! 형제자매간에는 조직적합성 항원이 완벽하게 일치할 확률 25%, 절반이 맞을 확률이 50%로, 총 75% 정도에서 제대혈 이식이 가능하다. 부모 자식간에는 형제간처럼 잘 맞는 경우는 드물지만 맞을 확률이 절반이다.

Q 제대혈 기증은 무엇인가?

A 제대혈 보관을 하지 않더라도 국내 공여제대혈은행에 기증신청을 하면 소중한 탯줄 혈액이 버려지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갈 수 있다. 다만 기증한 제대혈은 훗날 소유와 교환의 권리가 없다.

 

이영호 교수는 대한혈액학회 정책홍보이사 겸 제대혈이식연구회 위원장이며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 간행위원을 맡고 있다.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강명서 교수는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혈액학회, 대한수혈학회, 한국혈전지혈학회,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에서 활발한 활동 중이다. 현재 차병원 제대혈은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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