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현철 교수】
당뇨병 진단을 받고도 매일 같이 술을 마시던 이 모 씨(56세)는 공복 혈당이 기준치의 3배를 넘어 결국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와 반대로 한 모 씨(60세)는 운동 중에 어지럽고 식은땀이 나서 서둘러 병원을 찾았더니 저혈당이었다. 솟아올라도 문제, 뚝 떨어져도 문제인 혈당 관리. 어떻게 해야 할까?
혈당을 알아야 당뇨병 대처
우리 몸은 건강한 삶을 위해 36.5도의 체온, 1분에 60~70회 뛰는 맥박을 유지하려는 습성이 있다. 이를 항상성이라고 부른다. 혈액 속에 들어 있는 포도당을 뜻하는 혈당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사람의 몸은 당을 공급하고 소비하는 균형을 알맞게 유지한다. 그러나 당뇨병에 걸리면 혈당이 오르락내리락 춤추며 문제가 생긴다.
우리 몸의 정상 혈당은 70∼110mg/dℓ 정도다. 보통 사람이라면 식후에도 180 mg/dℓ를 넘는 일이 없다. 밥을 굶어도 60mg/dℓ 이하로 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식사 후 혈당이 급격히 올라가는 듯 보여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정상으로 돌아온다.
위의 이 씨는 전형적인 고혈당증이다. 새벽 공복 혈당치가 140mg/dℓ 이상인 경우 고혈당으로 본다. 당장은 이 씨 같이 수치가 심하게 높지만 않다면 별 문제는 없다. 그러나 혈당 관리에 무심하면 차차 고혈압ㆍ뇌졸중ㆍ심장질환ㆍ족부질환 등의 합병증을 유발한다.
반대로 한 씨는 저혈당증이다. 혈당치가 5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다. 혈당이 50mg/dℓ 이하로 떨어지면 중추신경계에 이상증세가 나타나고, 30mg/dℓ 이하가 되면 경련을 일으키며 의식을 잃게 된다.
전 세계에서 큰 폭으로 늘면서 ‘몸의 시한폭탄’으로 불리는 당뇨병은 200mg /dℓ 이상, 2시간 이상 고혈당을 지속하면 판정 내린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이현철 교수는 “당뇨병 치료의 첫걸음은 혈당 관리”라면서 “관리만 잘하면 누구보다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밝혔다.
고혈당을 유발하는 주범
과식=과식을 하면 췌장베타세포가 많은 일을 시켜 인슐린을 무리하게 많이 분비하게 한다. 지속하면 우리 몸이 뚱뚱해져 췌장베타세포가 계속 많은 일을 하게 된다. 나중에는 베타세포가 탈진해 인슐린을 충분히 만들지 못해 혈당이 올라간다. 특히 피자, 햄버거, 아이스크림 등 기름진 음식은 지방질을 많이 함유해 이런 현상을 촉진한다.
술=알코올 중독 환자의 30~40%가 당뇨병이 있을 정도로 술은 당뇨병의 주요 위험인자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는 술이 당뇨병을 유발하는 과정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간과 췌장 세포에는 당을 분해하는 GCK라는 효소가 있는데, 술을 마시면 이 효소가 줄어든다. 당 분해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맥주 한 캔, 소주 한 잔은 물론 와인, 토속주 할 것 없이 알코올 섭취는 곧바로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뿐 아니라 술을 많이, 자주 마시는 사람은 생활이 불규칙하고, 배가 나오기 쉽다. 운동부족이 겹치는 경우도 많다.
이현철 교수는 “술의 악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줄일 것이 아니라 완전히 끊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스트레스=우리 몸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아드레날린, 코르티솔, 성장호르몬 같은 스트레스호르몬을 방출한다. 이들은 인슐린 작용을 방해해 혈당을 올린다. 이현철 교수는 “스트레스 자체가 혈당을 올리는 것은 물론 술과 단 것을 찾는 연쇄작용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충고한다.
우리 삶은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자극받고, 견디거나, 처리하면서 살아간다. 스트레스가 무조건 건강에 악영향만 끼치는 것도 아니다. 환경에 적응력을 높이고 활력을 주는 긍정적인 작용도 있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라면 건강한 사람보다 스트레스 해소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함은 틀림없다.
약물오남용=치료제로 쓰는 약물 중 혈당을 올리는 약들이 있다. 스테로이드제제, 면역억제제 등은 췌장의 인슐린 분비를 억제하거나 인슐린 작용을 방해해 혈당을 올린다. 이 약들을 복용하면 잠재된 당뇨병이 발병하거나 나빠진다. 특히 스테로이드제제는 오래 복용하면 유전적으로 당뇨병과 무관한 사람이라도 당뇨병이 생길 확률이 높다.
운동부족=운동을 하지 않으면 당대사 능력이 떨어져 혈당이 올라간다. 따라서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은 운동을 하는 사람보다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저혈당을 유발하는 주범
당뇨병은 고혈당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이다. 당뇨병의 합병증으로 저혈당을 생각하는 것이 생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당뇨병 환자는 높은 혈당을 낮추는 것뿐 아니라 낮은 혈당을 높이는 기능에도 문제가 생긴다. 저혈당은 당뇨병 환자에게 흔하고 위험한 증상 중 하나다.
식사 거르기=당뇨병 환자는 식사를 거르면 일반인보다 혈당이 뚝 떨어지기 쉽다. 특히 공복 시간이 긴 밤을 지나고 아침이 오면 식사에 신경 써야 한다. 아침 식사 전에는 가급적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아침밖에 운동할 시간이 없다면 혈당을 높여주는 간식을 챙겨 먹는다.
부적절한 운동=식사 후 30분~1시간 사이는 혈당이 가장 높은 시기다. 무리하게 운동을 하면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다. 인슐린 주사를 맞고 있는 환자는 인슐린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때 운동을 하면 혈당이 떨어지기 쉽다. 운동 시작 1시간 전에 맞는 것이 좋다.
약물오남용=당뇨병 치료 과정에서 인슐린을 지나치게 많이 투여하거나, 경구 혈당강하제를 과도하게 복용해 저혈당이 오기도 한다.
당뇨병 이기는 혈당 유지법 5가지
1. 고섬유소 식사를 생활화 한다
당뇨병 환자 중 식습관을 바꾸지 못해 혈당 조절에 실패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밥은 쌀밥보다 잡곡밥을 먹는 것이 혈당 조절에 좋은 영향을 준다. 혈당을 천천히 오르게 유도하는 섬유소가 2~3배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 흰 식빵 대신 호밀빵을, 녹즙 대신 생채소를, 과일주스 대신 생과일을, 육류 위주의 식사 대신 해조류가 풍부한 식사로 바꾼다. 그밖에 인스턴트식품을 피해야 한다.
2. 운동은 기본이다
운동은 모든 성인병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특히 당뇨병 예방과 치료에 으뜸이다. 운동을 하면 체중이 줄어 비만을 교정할 수 있다. 팔다리 근육이 튼튼해져 인슐린의 작용이 더 효과적으로 이루어진다. 심장과 혈관이 건강해져 합병증도 잘 생기지 않는다.
이현철 교수는 “당뇨 환자는 노인이 많기 때문에 운동 중에서도 복합운동이 좋다.”고 말한다.
복합운동은 유산소 운동과 저항훈련을 섞어서 하는 것이다. 유산소 운동은 가장 쉽고 편한 걷기가 있다. 저항훈련은 웨이트, 탄력 밴드, 아령이나 자신의 체중 등 다양한 중량 도구를 이용해 근육을 강화한다. 근육이 많아야 당분을 많이 저장할 수 있다.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학 생의학연구소에서도 최근 유산소 운동과 저항훈련을 병행하는 것이 혈당관리에 이롭다는 발표를 한 바 있다.
3. 물을 충분히 마신다
혈당이 높아지면 신장 기능의 한계를 넘기 때문에 소변으로 당을 배설한다. 이때 당과 함께 수분이 나가서 몸에 수분이 부족해진다. 간혹 당뇨 환자 중 물을 많이 마시기 때문에 소변 량이 늘어난다 생각해 갈증을 참는 일이 있다. 물을 마시지 않으면 고혈당으로 계속 소변량이 많아진다. 탈수 현상이 더 심해지고 혈당이 더 높아진다. 혈당이 높을 때는 물을 충분히 먹어 탈수를 교정하는 것만으로도 혈당이 상당히 떨어진다.
4. 스트레스를 조절한다
만약 식사나 운동 등의 생활습관에는 변화가 없는데 혈당이 높으면 스트레스 때문일 수 있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생각하고, 대처방법을 고민한다. 너무 스케줄이 빡빡했다면 한가한 시간을 갖는다. 맑고 경치 좋은 산이나 바닷가에 다녀와도 좋다. 긴 여유가 없다면 잠시 심호흡을 하고, 명상에 잠기기도 추천한다.
5. 혈당 체크를 자주 한다
보통 하루 2~3회씩 주 2~3회 정도 측정한다. 특히 혈당이 들쭉날쭉 하거나 몸이 안 좋을 때, 치료 방법 변경 후 등 집중 관리가 필요할 경우 주치의와 상담 후 하루 4~7회까지도 측정이 필요하다.
이현철 교수는 대한당뇨병학회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세브란스병원 당뇨병센터 소장,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