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비뇨기과 전문의 조성완 원장(이윤수 & 조성완 비뇨기과)】
추운 겨울이 지나고 꽃피는 봄이 오면, 고맙지만 조금은 무서운 우편물들이 날아든다. 바로 청첩장이다. 물론 반가운 사람들의 기분 좋은 소식이지만, 주머니가 가벼운 가장들에겐 반드시 고맙다고만 할 수 없는 고지서인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사랑의 결실을 맺어 결혼으로 새출발하는 모든 신혼부부들에게 행복을 기원하면서 예비 남편들이 꼭 알아야 할 필수검사 4가지를 소개한다.
결혼하는 커플마다 제각각 사연이 있겠지만 일단 결혼이라는 의식을 거쳐 평생의 반려자로 맹세하려고 하다보면, 서로의 사랑 외에도 많은 현실적인 문제들에 부딪히게 된다.
경제적인 문제로 고민도 하고, 상대편 가족들과 친해지는 과정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사랑의 콩깍지에 씌어 연애할 때는 모르던 배우자의 건강문제가 결혼 후에 커다란 고민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현명한 신세대 부부들은 결혼한 후 되돌릴 수 없는 불미스러운 일들을 사전에 막아보고자 결혼 전에 서로가 자신의 건강을 자세하게 체크하고 그 결과를 교환해 보는 일이 많아졌다.
특히 민감한 부분인 서로의 성性문제는 노골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지만 상당히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어서 결혼 전에 서로가 깨끗하다는 것을 확인하려는 커플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
성병은 없는지, 임신에 방해되는 문제는 없는지, 그리고 특별한 성기능의 문제는 없는지 등이 궁금해 검사를 받고 결과를 확인해 보고자 비뇨기과를 찾는 남성도 많다.
예비 남편의 필수 체크 항목
1. 남자의 임신능력은 정액검사로~
남자의 임신능력은 정액검사를 통해 대부분 확인할 수 있다. 병원을 방문하기 전 3일 이상은 금욕(성관계든 자위행위든 사정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액검사를 시행하여야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다.
건강상태에 따라 결과가 불규칙할 수 있으므로 첫 번째 검사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한두 번 더 시행해서 세 번 중 한 번만 정상이면 문제가 없다고 간주한다.
정액을 받아 30분 정도 지나면 겔(Gel)형태의 끈적한 정액이 내부효소의 작용으로 물처럼 변해서 현미경으로 관찰이 가능해지며, 정자의 수(밀도), 운동성, 형태 등을 자세하게 관찰할 수 있다.
만일 두세 번 모두 결과에 이상이 있다면 특별한 원인질환은 없는지 정밀검사를 시행하고, 발견된 원인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받게 된다. 원인 해결만으로 자연적인 임신이 안 된다면 산부인과 불임클리닉의 도움을 받아 인공수정이나 시험관 아기와 같은 현대의학의 도움을 받기도 한다.
2. 정자의 수와 활동성은 정계정맥류 검사로~
정자의 수나 움직임에 문제가 생기는 가장 흔한 질환으로 정계정맥류가 손꼽힌다. 사춘기가 지나면서 보통 왼쪽(간혹 양쪽) 고환 위에 정맥혈관이 늘어나고 불거지면서 고환의 기능을 방해하고 점차 고환의 기능을 망가뜨리는 질환이다.
보통 사춘기가 지나면서 조금씩 진행되어 20~30대에 눈에 띄는 질환으로, 음낭의 가벼운 통증이나 고환의 성장 차이가 있는 경우 조기진단이 되기도 하지만, 모르고 지내다가 결혼 후 임신이 안 되어 병원을 찾아 검사를 통해 뒤늦게 알기도 하는 질환이다. 정도에 따라 차이는 있으나 수술치료로 호전된다.
3. 성병 검사도 필수!
결혼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성병이다. 남자의 성병은 무척 다양하다. 그 중 가장 흔한 질환은 요도염으로 성관계를 통해 상대 여성의 질 내에 있는 세균이 요도를 통해 들어와 감염되는 질환이다.
균주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지만 보통 소변을 볼 때 요도가 따갑거나 간질거리는 배뇨통이나 요도에서 염증에 의한 분비물이나 농이 나오는 증상이 가장 흔하다. 간혹 소변이 자주 마렵거나 다 누고도 시원하지 않고 남은 듯한 느낌 정도의 가벼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보통 5~10일 정도의 약물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나, 일부에서는 항생제에 효과가 적어 정밀검사보다 장기간의 약물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특히 증상이 가볍다고 참는 환자 중에 급성부고환염이나 만성 전립샘염과 같은 질환이 함께 생기면서 더 큰 질환으로 발전될 수 있고, 무엇보다 신부에게 질염이나 골반염을 일으키는 장본인이 될 수 있으니, 반드시 철저하게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지금은 많이 줄어든 매독이나 아직 완벽한 치료제가 없는 에이즈는 혈액검사로 감염 여부를 알 수 있다. 매독의 경우 3~4주간의 약물치료로 완전히 치료가 가능하므로 검사를 겁낼 필요가 없다. 실제로 대다수 신체검사에 필수종목으로 끼어 있다.
에이즈 역시 일반세균에 대한 항생제처럼 완벽한 치료제는 아니지만 병의 진행을 막아주는 약제들이 개발되어 있어 만일 결혼 전 검사에서 미리 알게 되더라도 치료를 통해 충분히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성병들을 우연히 알게 된다면 조속히 치료를 받아 결혼에 지장을 주지 않아야 한다. 예비 신부 역시 본인의 자각증상이 없다고 해도 부인과 사전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현명하다.
4. 성기능장애도 체크
직접적인 성관계를 자주 해야 하는데 발기가 잘 안 된다든가, 시작은 잘 되는데 유지가 잘 안 된다든가, 또는 사정이 너무 빠르거나 늦는다든가 하는 성기능장애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연애시절에야 장소도 불편하고 서로 익숙하지 않아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겠지만, 자주 부부관계를 하는 데도 계속 문제가 있어 서로의 원만한 만족감과 쾌감을 계속 방해한다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 역시 남성의학의 발달로 얼마든지 원인에 맞는 해결책들이 나와 있으니, 혼자서 고민 말고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게 현명하다. 사실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에 실패를 걱정하며 비뇨기과를 찾는 젊은 남성들이 조금씩 늘고 있기도 하다.
인륜지대사를 앞두고 설렘과 두려움이 많을 선남선녀들.
부디 공연한 걱정으로 성을 즐기는 데 방해를 받지 않길 바라며, 결혼해서 후회한다는 선배들의 푸념은 다 흘려듣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를 기원해본다.
글쓴이 조성완 원장은 전립샘, 성의학 전문의로 연세대학교 비뇨기학과 외래 조교수이며, 한국성과학연구소 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현재 명동 이윤수&조성완비뇨기과 공동원장으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