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기자】
“현미밥 채식으로 당뇨·고혈압 날려버리세요!”
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됐다? 잘 나가는 연예인 이야기가 아니다. 대구의료원 신경외과 황성수 박사 이야기다. 2009년 6월 황성수 박사의 특별한 식생활이 MBC 다큐 <목숨 걸고 편식하다>로 전파를 타면서 그는 일약 유명인이 됐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은 시청률이 낮기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가 출연한 다큐는 예능 프로를 제치고 동 시간대 시청률 1위. 방송 이튿날엔 유례없는 시청률이 화제가 됐다.
예능보다 재밌는 그의 식생활은 바로 ‘현미밥 채식’이다. 방송 이후 현미밥 채식 다큐가 2~3탄까지 제작되고, 본방송도 모자라 재방송까지 방영됐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믿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대체 황성수 박사의 현미밥 채식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 희망과 건강을 수북이 담은 현미밥 채식 이야기를 소개한다.?
?편식? 아니죠~건강식, 맞습니다!
대구의료원 1층 엘리베이터 앞에는 특별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중풍이 두렵습니까?”란 제목의 식생활 교육을 한다는 안내문이다. 식생활 교육을 하는 강사는 편식 권하는 의사, 황성수 박사다.
뇌혈관질환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신경외과 의사가 식생활 교육을 한다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지만 사실이다. 그는 1992년 12월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시민을 대상으로 현미밥 채식 교육을 해오고 있다. 그 횟수가 무려 200회를 훌쩍 넘었다.
그도 처음부터 현미밥을 먹었던 것은 아니다. 우연히 일본인 치과의사가 쓴 현미에 관한 책을 읽은 후 현미의 효능이 궁금해졌다. 그때부터 백미 대신 현미밥을 먹고 기초의학 공부도 다시 시작했다. 얼마 후 그는 두 가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현미가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을 완벽하게 충족시킨다는 사실과 동물성 식품은 우리의 건강을 해친다는 것이다.?
그는 바로 현미밥 채식을 실천하기 시작했고, 그를 찾는 환자들에게도 권했다. 그러자 또 한 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고혈압과 당뇨에 시달리던 뇌혈관병 환자의 혈압과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왔던 것이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주로 잘못된 생활습관, 특히 식습관 때문에 생기는 병이라서 가능한 일이었다.
“뇌출혈, 뇌경색 같은 병은 대부분 고혈압과 당뇨병이 있는 사람들에게 생기는 병입니다. 이 두 가지 병을 해결하지 않으면 뇌혈관병은 잘 낫지도 않지만 좋아졌다가도 다시 재발합니다.”
환자들이 건강을 되찾는 것을 직접 확인한 그는 이런 사실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겠다고 결심했다.
“공부해야 병을 고칩니다”?
결심은 섰지만 현미밥 채식의 효과를 어떻게 알려야 할 지 막막했다. 고민 끝에 병원에 식생활 교육을 한다는 안내문을 붙였다. 사비를 들여 교육 자료를 준비하고, 진료가 끝나면 강의 연습을 했다. 돈과 시간을 투자해 열심히 준비했지만 차디찬 무관심으로 되돌아왔다. 강의를 거듭해도 고작 3~4명이 찾아와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주위에서는 “그까짓 현미밥으로 병을 어떻게 고치냐?”는 비아냥도 들려왔다.
이때부터는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강의를 듣는 한 명이라도 고혈압과 당뇨를 고치면 된다.’라는 생각뿐이었죠.”
모이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그의 말을 믿고 현미밥 채식을 하는 사람이 조금씩 늘어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다 지난 2009년 TV 출연 후 현미밥 채식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진료실과 식생활 교육장에는 많은 사람이 몰렸고, 입원을 원하는 환자가 줄을 이었다. 지금도 여자는 140~150명, 남자는 30여 명이 입원을 하려고 차례를 기다리고 있을 정도다.
그에게 치료를 받는 입원 환자들의 식사는 당연히 현미밥 채식이다. 일주일에 두 번씩 식생활 교육을 받는다. 또한 그는 환자들에게 혈압, 혈당, 정상 체중, 콜레스테롤 수치 등 자신의 몸 상태를 외우도록 권하고 회진할 때마다 물어본다.
“자신의 상태를 알아야 병을 치료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의사는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고혈압, 당뇨를 고쳐줄 수 없습니다. 생활습관병을 치료하는 주체는 반드시 환자여야 합니다.”
내 건강을 좌우하는 음식, 공기, 잠
현미밥 채식 전도사로 나선 지 어언? 10여 년. 그런 황성수 박사의 삶은 어떨까??그만의 건강비결이 궁금해진다.
“현미밥과 채식은 십수 년간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습니다. 가족들도, 친척들에게도 반드시 현미밥 채식을 하도록 권하고 있죠.”
이와 더불어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이 바로 충분한 잠이다. 그는 식사를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잤을 때 하나만 택해야 한다면 주저 없이 잠을 택한다.
“잠을 충분히 자지 않으면 피로는 물론이고 혈당과 혈압이 올라갑니다. 잠을 푹 자는 것도 생활습관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일까? 그는 회진을 돌 때도 진료를 할 때도 환자가 잠을 잘 잤는지 꼬박꼬박 묻고, 잠이 왜 중요한지 설명한다.???
맑은 공기도 그는 천연 보약으로 여긴다. “하루에 먹는 음식의 무게가 1.5kg 정도인 데 비해 우리 몸속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공기는 15kg에 달합니다. 음식만큼 공기도 신경 써야 건강해질 수 있습니다.”
음식, 잠, 공기… 이 시대 최고의 건강 전도사가 제시하는 건강비결 치고는 결코 특별하지 않다. 너무 익숙해서 종종 잊고 살기 쉽지만 이 세 가지 조건은 건강을 좌우하는 바로미터가 된다는 게 황성수 박사의 귀띔이다.
오늘도 만나는 사람마다 현미밥 채식을 권하는 의사 황성수 박사. 여건이 되는 한 식생활 교육을 멈추지 않겠다는 그의 뜨거운 심장에는 국민 건강을 향한 열정이 꿈틀대고 있다.
고혈압·당뇨 날리는?‘현미밥 채식 입문 비결’ 5가지??
1. 현미밥부터 시작해라
현미밥도 안 먹던 사람이 무턱대고 현미밥 채식까지 하려면 쉽지 않을 수 있다. 먼저 현미로 밥을 바꾸고, 고기, 달걀 등을 먹는 횟수와 양을 서서히 줄여나간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현미밥 채식을 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2. 가족이 함께 해라
한솥밥을 먹는 가족들이 함께 하면 현미밥 채식을 쉽게 할 수 있다. 일일이 밥을 따로 하면 번거롭고, 동물성 음식이 밥상에 오르면 유혹을 물리치기 어렵다. 가족을 설득해서 함께 시작하라. 황성수 박사의 가족도 아버지, 아내, 자녀, 형제들까지 모두 현미밥 채식을 하고 있다.
3. 도시락을 싸서 다녀라
식당에 가면 현미밥을 주는 곳은 거의 없다. 채식식당이 아니면 동물성 식품이 없는 밥상도 드물다. 도시락을 싸서 다니면 현미밥 식당을 찾는 수고에서 벗어날 수 있다.
4. 현미 멥쌀과 현미 찹쌀을 섞어 압력솥에 밥을 해라
현미 멥쌀과 현미 찹쌀을 5:5로 섞어서 하면 밥이 맛있다. 현미밥은 미리 물에 충분히 불려야 한다. 미리 불리지 못했다면 따뜻한 물에 잠깐 불리면 된다. 또한 일반 솥보다는 압력밥솥에 해야 딱딱하지 않아 먹기가 편하다.
5. 오래오래 씹어라
현미밥은 오래 씹어야 고소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많이 난다. 현미에는 칼슘, 마그네슘, 포타슘 등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어서 백미보다 간이 되어 있고, 다양한 맛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