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강동경희대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김종우 교수】
32살의 직장인 이미소 씨의 별명은 ‘헐크’다. 한번 화를 내면 그 누구도 대적할 자가 없기 때문이다.
“누가 저에게 뭐라고 할 때는 가슴이 답답하고, 손발이 화끈거릴 정도로 화가 나요. 어떨 때는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아요. 그러다 나도 모르게 막말을 하고 소리를 지르다가 순간 굳어진 상대방의 얼굴을 보고 ‘내가 너무 심했나?’ 생각해요. 평소 불만이 있어도 참으려고 노력하지만 갑자기 폭발할 때가 있어요. 그러고 나서 집에 돌아와 혼자 후회하죠.”
그런 탓에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거니와 본인 스스로도 힘들다는 이미소 씨. 이제 그녀는 ‘자신 안의 헐크’를 다스리고 싶어한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분노의 불꽃’
우리는 모두 마음속에 ‘분노의 불꽃’을 가지고 있다. 이 불꽃은 평소에는 작지만,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무시당할 때 갑자기 확 커진다. 물론 이러한 분노는 정상적인 반응이다. 상황에 적절한 분노는 부당한 사건을 개선시키거나 변화로 이끄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순간 분노를 내뿜는다면? 특히 회사동료들이나 친구들과 있을 때 이러한 분노가 쉽게 나온다면?
이성을 잃어 업무를 망칠 수도 있고, 주변 사람들은 ‘또 시작이야.’라고 생각하며 외면할 수도 있다. 결국 아무리 착한 사람,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이런 성질머리로는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 힘들다.
분노는 표출 방식에 따라 4가지 타입으로 분류한다. 분노폭발형, 수동공격형, 축적형, 분노조절형으로 나눈다.
분노폭발형은 말 그대로 ‘분노’를 즉각적으로 드러내는 타입이다. 수동공격형의 경우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화풀이 한다.’는 속담처럼 자신의 분노를 엉뚱한 곳에 발산하는 타입이다. 축적형은 분노를 표출하지 않고 쌓아두다가 가슴 답답함이나 우울증 등의 이른바 화병과 같은 형태로 나타나는 타입이다. 분노조절형은 말 그대로 자신의 분노를 조절해 잘 털어내거나 금방 넘기는 타입을 말한다.
강동경희대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의 김종우 교수는 “이 중에서 표면적으로 갈등을 빚는 타입이 바로 분노폭발형”이라고 밝히고 “이 경우 대인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분노를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분노는 어떤 방법으로 조절해야 될까?
다음의 과정을 통해 분노를 조절하는 훈련을 해보자.
분노를 조절하는 훈련법
1 난 이럴 때 화가 나! : 분노 패턴을 이해하라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전형적인 분노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다루는 연습을 해야 한다. 화가 나면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화가 난 상태’라는 것을 잊는다. 하지만 화가 날 때의 신체적 증상이나 자신의 과거 경험이나 평상시 분노에 대한 태도들을 평가해 보면 자신이 어떨 때 더 자주 특히 분노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2 그럼 상대가 누구지? : 관계를 고려하라
화가 났을 때 앞뒤 안 따지고 즉흥적으로 따지는 것은 ‘나랑 싸우자.’는 것밖에 안 된다. 더군다나 그 상대방이 상사라면 그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내가 화낼 대상이 누구이며, 그 사람은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리고 혹시 지금 내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다른 일로 예민해져 있는 상황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3 화낼 상황이 맞아? : 분노를 조절하라
우선 무조건적으로 나오는 분노 반응을 진정시켜야 한다. 그리고 화를 내기 전에 내가 왜 화를 내는지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해야 된다. ‘상대방이 날 공격하는 느낌이었나?’ ‘날 무시하고 부당하게 대우하는 느낌이었나?’ ‘어떤 생각이 나를 화나게 만들었나?’ ‘나의 분노 중 어느 부분이 타당하나?’ 등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자.
또 ‘내가 저 사람의 오해를 산 것은 아닌지?’ ‘내가 상황을 잘못 파악한 것은 아닌지?’ 등 상대방 혹은 그 상황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4 화를 낼 거야, 말 거야? : 전략적으로 대화하라
앞의 방식을 그대로 따랐다면, 이제 화를 낼지 말지를 판단할 차례다. 부당하거나 내 잘못이 없다면, 화를 내자. 화를 내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다만 어떤 식으로 화를 내는 것이 효과적일지 생각해야 한다. 내가 바라는 것과 상대방이 바라는 것의 차이점과 적절한 타이밍, 상대방과 나의 관계를 따져서 대화해야 한다.
감정이 격해져서 대화가 되지 않는다면 조금 기다리면서 열을 식히거나 그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 긴장을 내려놓거나, 수용 등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화가 난 상태에서 화를 내는 것은 금물이다.
김종우 교수는 “분노는 증폭되는 감정이기 때문에 화가 난 상태에서 감정이 격해지는 것은 더욱 주관적이고 자신의 논리를 비약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빨리 풀수록 좋은 것이 ‘화’
마음 속에 ‘화’를 오래 가지고 있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
김종우 교수는 “특히 화난 상태에서 잠자리에 드는 것은 금물”이라고 당부한다. 우리가 잠을 자는 동안 뇌는 기억할 것과 버릴 것을 분류하는데, 화가 나 흥분한 상태일 경우 ‘기억해야 될 것’으로 분류되거니와 몸도 긴장된 상태로 잠에 들게 된다. ‘화’가 났다면 어느 정도 감정을 정리해 푼 다음에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때문에 자신만의 스트레스 관리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다.
가령 노래방에서 큰소리로 노래 부르기라던가 좋아하는 운동하기,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과 대화하기 등은 긍정적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법이다.
‘분노’는 오래 가는 감정이 아니다. 화가 치미는 시간은 ‘순간’이며, 그것은 채 5~10분도 넘지 않는다. 평소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면, 하루에 5분씩이라도 규칙적으로 명상이나 호흡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는 것도 좋다. 이것이 익숙해지면 일상생활에서 화가 나는 순간에도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고 화가 나는 순간도 훨씬 적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