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정완 교수】
걸핏하면 배가 아프고, 설사 하고…. 아이들은 유난히 배탈이 잘 난다. 설사하고, 토하고, 열이 나서 기운이 쏙 빠져 있는 아이를 보면 부모의 가슴은 무너진다. 더구나 이런 일이 자주 생긴다면 부모의 머릿속은 점점 바빠진다. ‘무엇을 먹이고, 무엇을 먹지 않으면 배탈이 나지 않을까?’ ‘장이 약해서 그런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장이 좋아질까?’ 등 아이의 장 건강을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할지 고민한다. 그럼 일단 아이의 생활습관을 유심히 지켜보자. 이대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정완 교수는 “생활습관을 바꾼다면 지금부터 장이 튼튼한 아이로 키울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 아이, 장 트러블 잠재우는 장 튼튼법을 소개한다.
문제는 약한 장이 아니라 생활습관!
“다 장이 약해서 그래.” “장이 나쁘니까 그럴 수 있어.” 배탈이 난 아이에게 이런 말을 하는 부모를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아이들의 장은 약하지 않다. 서정완 교수는 “아이라고 해서 어른보다 장이 약한 것이 아니고, 장이 특별히 나쁠 이유도 없다.”고 설명한다. 아이들은 바이러스성 장염이 잘 생기고, 장에 좋지 않은 식습관을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주 배탈이 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서정완 교수는 “죽이나 밥 같은 음식을 잘 먹어야 하는데 분유, 우유, 음료수 같은 물 종류를 많이 먹으면 설사를 잘한다.”고 지적한다. 또 빵, 떡, 설탕이 많이 들어 있는 음료수를 자주 먹어도 장내 발효를 일으켜 뱃속이 부글부글 끓고 설사를 하기 쉽다.
아이들은 바이러스 장염에도 잘 걸린다. 가장 흔하게 걸리는 것이 로타 바이러스와 노로 바이러스에 의한 장염이다. 이런 바이러스성 장염은 놀이방이나 어린이집에서 잘 전염된다. 로타 바이러스는 80% 이상 예방할 수 있는 예방접종이 나와 있다. 접종 비용이 저렴하진 않지만 가능하면 맞는 것이 좋다. 로타 바이스러스성 장염에 걸리면 아이가 심하게 고생하기 때문이다. 서정완 교수는 “로타 바이러스성 장염은 고열이 나면서 심한 구토를 하고 12시간 정도 지나면 묽은 설사를 계속해 탈수증이 생길 수 있는 질환이므로 아이를 위해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고 권한다.
또한 아이들은 장내 감염이 없어도 감기, 중이염, 요로감염 등에 걸리면 설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 아이 장 트러블 유발자는?
우유를 많이 먹는 아이는 설사보다 변비에 잘 걸릴 수 있다. 우유는 섬유소는 없고 지방이 많기 때문에 우유를 많이 마시면 고지방식을 하는 것과 다름없다. 아이가 두 살이 넘으면 우유를 400~500ml 정도만 먹이도록 한다.
서정완 교수는 “잘 씹지 않고 음식을 꿀꺽 삼키는 버릇, 음식을 빨리 먹는 습관도 위와 장에 좋지 않다.”고 설명한다. 꼭꼭 씹어 먹고 천천히 먹는 습관은 이유식을 먹을 때부터 들이는 것이 좋다. 물론 골고루 먹여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아이가 배탈이 나거나 설사를 하면 며칠간 미음만 주는 부모가 있다. 그러나 좋은 대처방법이 아니다. 미음만 먹으면 영양 상태가 안 좋아져서 2차적으로 면역력이 떨어져 다시 설사를 할 수 있다. 한두 번은 미음을 줘도 되지만 평소에 먹던 음식을 부드럽게 만들어서 조금씩 먹여야 한다.
편안한 장을 위해~ 우리 아이 장 튼튼 6계명
아이와 음료수는 멀어질수록 좋다
설탕, 과당이 많은 음료수는 설사의 주범이 된다. 우유나 분유를 많이 먹어도 마찬가지다. 장을 볼 때 음료수는 아예 사다 놓지 않는 것이 좋다. 과일주스를 먹이는 것보다 생과일을 먹이는 것이 씹어 먹는 습관을 들이고 식이섬유도 풍부하다.
어린이집 다닌다면 변비 조심!
마음이 편해야 변을 잘 볼 수 있는 것은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놀이방, 어린이집에 가면 불편해서 변을 참기도 한다. 그러면 점점 변은 딱딱해지고 일을 볼 때 항문이 찢어지는 것을 겪으면 화장실 가기를 더 싫어할 수 있다. 어린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라면 아이가 변을 잘 보는지 자주 확인해야 한다. 아이도 만성변비가 될 수 있다. 일단 변비라면 빨리 치료를 해야 한다.
부모 먼저 장에 좋은 생활습관을 갖자
TV나 책을 보면서 식사하기, 급하게 밥 먹기, 편식하기, 야식 먹기, 운동하고는 담 쌓기. 모두 아이가 보고 배울 수 있는 장에 나쁘고 살이 찌는 습관이다. 아이를 위한다면 과감하게 다음과 같이 바꿔보자. ‘가족끼리 오순도순 대화하며 천천히 식사하기’, ‘야식 먹지 않기’, ‘골고루 잘 먹기’, ‘가족과 공원에 나가 운동하기’. 분명히 아이뿐 아니라 온 가족의 위와 장이 튼튼해질 것이다.
간식은 양이 적은 식사처럼~
간식도 식사만큼 영양에 신경 써서 줘야 한다. 서정완 교수는 “아이가 먹는 간식은 양이 적은 식사라고 봐야 한다.”며 “탄수화물, 단백질, 식이섬유 등이 골고루 들어간 간식을 챙겨주라.”고 당부한다.
모유를 먹이자
모유가 아이 건강에 좋다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모유는 아이의 장에도 좋다. 아이에게 모유를 먹이면 장내에 좋은 세균 층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골고루 먹이고 싶다면 임신했을 때 골고루 먹어라
골고루 먹어야 아이의 장은 건강하다. 그런데 ‘아이는 엄마 식성을 닮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뱃속에 있는 태아도 맛을 느낀다. 그때 맛을 안 본 음식은 아이가 꺼려하기 쉽다. 골고루 먹으라는 잔소리를 안 하고 싶다면 임신했을 때 엄마부터 골고루 먹어야 한다.
서정완 교수는 대한모유수유학회 임원이며, 대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 회장, 대한소아과학회 상임이사(영양)를 역임했다. 소아청소년의 영양, 비만, 소화기질환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