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은혜 기자】
“긍정적인 생각은 암세포도 물리칩니다”
누가 뭐래도 그는 행운아다. 생과 사를 넘나드는 지독한 고통 없이 암을 이겨낸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놀랍기만 하다. ‘어쩜 그렇게 수월하게 암을 이겨낼 수 있었을까?’
천안에 사는 홍학석 씨(69세). 그는 B형 간염에서 비롯된 간경화, 간암까지를 가뿐하게(?) 이겨낸 주인공이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긍정적인 생각이 행운을 가져다 준? 것 같다.”고 말한다.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
느닷없이 B형 간염 진단을 받고…
병은 언제나 예고가 없다. 차돌박이처럼 단단하여 건강 하나만큼은 자신하던 홍학석 씨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으로부터 꼭 20년 전의 일이네요. 직장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가 나왔습니다.”
느닷없이 B형 간염 보균자로 밝혀졌던 것이다. 이유도 알 수 없었다. 참으로 황당한 결과였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부터 그는 정기적으로 동네 의원에 다니면서 간수치를 체크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담당의사가 초음파 검사를 한 번 해보자고 했다. 검사 결과는 별로였다. 간에 물혹이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놀란 그에게 의사는 별일 아니라며, 자연적으로 없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다만 커지면 문제가 되니 앞으로 지켜보자고 했다.
이때부터 홍학석 씨는 6개월에 한 번씩 간수치 검사를 받았고, 일 년에 한 번씩은 초음파 검사도 받았다. 그렇게 5년이 지나고, 10년이 흘러갔지만 별 이상 없이 그럭저럭 잘 지냈다. 관리만 잘하면 별일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세상일에는 언제나 변수가 있나보다. 2007년 봄, 그의 나이 64세에 받은 건강검진이 발목을 잡았다. 간에 이상 소견이 있다는 진단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
간 이식술 대신 색전술 16회
큰 병원에 가보라는 담당의사의 말을 듣고 부랴부랴 가게 된 대형병원. CT 촬영 결과낭종이 발견됐고, 간경화 기미도 조금 보인다는 게 의사의 소견이었다. 홍학석 씨는 ‘이 정도도 어디야. 다행이다.’ 라는 생각부터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예고에 불과했다. 얼마 후 그는 결코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현실과 만나야 했다.
“얼마 뒤 혈청 검사를 했더니 종양 수치가 높다고 나왔어요. 그래서 또다시 CT를 찍었는데 2.5cm 크기의 초기 간암이 발견됐다고 하더군요.”
누구에게나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간암. 비록 초기이긴 했지만 암은 암이었다. 이 같은 진단을 받았을 때 그의 기분은 어땠을까?
그런데 돌아오는 대답이 의외다. “올 것이 왔구나 생각했어요. 그동안 다리가 붓고, 배도 나오고 해서 조금은 예상을 했었어요. 처음 간암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두려운 생각이 안 든 것은 아니었지만 곧 ‘이 정도 살았으면 됐다.’ 싶은 마음도 솔직히 들었어요.”
그런 그에게 의사는 네 가지 살 길을 제시했다. 간이식술과 색전술, 수술, 그리고 고주파를 이용해 태우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
“그 중에서 제일 좋은 방법은 간 이식을 받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하나뿐인 아들도 간 이식을 해주겠다며 간이식을 하자고 하는데 도저히 그러자고 할 수가 없었어요.”
조금 더 살겠다고 자식한테 평생 흔적을 남겨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색전술. 2007년 10월부터 2개월 혹은 3개월에 한 번씩 색전술을 하며 간세포암과의 한판 싸움을 시작했다.
색전술, 견딜 만 했어요!
‘색전술’에 대해서는 한 번쯤은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간암일 경우 많이 하는 치료법이다. 하나같이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이야기하는데 홍학석 씨 대답은 조금 의외다.?
“물론 5시간 동안 꼼짝 없이 누워있어야 하고 구토 증상도 나타났지만 항암치료를 받지 않는 것만도 다행이다 생각하면서 즐겁게 받았어요.” 이런 그에게 의사까지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이렇게 의지가 강한 사람은 처음 봤다고.
그렇게 2007년 10월부터 2009년까지 총 16회에 걸쳐 색전술을 받은 홍학석 씨.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즐겁게 생각한 때문이었을까?
16회 색전술이 끝났을 때 그의 간세포암 치료는 끝이 나 있었다. 암세포가 작아진 것으로 나타났고, 간경변은 조금 남아 있는 상태여서 항상 조심해야 된다는 진단을 받았던 것이다. 비록 방심하지 말고 살아야 한다는 전제는 붙었지만 그 무서운 암세포가 작아졌다는 말에 홍학석 씨는 새로 태어난 것 같았다고 말한다.
건강이 최고의 덕목이 되다
이때부터 홍학석 씨의 삶은 조금 달라졌다. 건강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보물임을 깨닫게 되면서 건강하게 살기 위한 방법들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에게 이 즈음 알게 된 한 연구소와의 인연은 많은 도움이 됐다고 한다.
“간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치료법을 모색해보자고 결성된 연구소였는데, 무엇을 먹고,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그 방법을 일러줬어요.”
이때 홍학석 씨가 마음 다잡아 먹고 실천한 건강 찾기 프로그램은 누구나 실천 가능한 것들이었다. ?
1. 공기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다
비록 간세포암이 작아졌지만 앞으로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홍학석 씨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이사였다. 인천에서 공기 좋은 천안으로 이사를 했다. 이때 아무 말 없이 그의 뜻을 따라준 아내가 너무나 고마웠다고 말한다.
2. 먹을거리를 바꾸다
천안으로 이사를 한 홍학석 씨는 주말농장을 하면서 상추, 깻잎, 풋고추, 배추, 무, 부추 등을 직접 길러서 먹기 시작했다. 농약과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키운 채소로 밥상을 차렸다. 특히 주식은 현미, 율무, 강낭콩, 보리 등을 넣은 현미잡곡밥을 꼭꼭 씹어서 먹었다. 간에는 씨눈이 좋다는 말을 듣고서였다.
3. 봄이 되면 들로 산으로 나가서 각종 나물을 뜯어서 일 년 내내 먹었다
봄이면 지천으로 돋아나는 냉이, 쑥, 민들레, 미나리, 뽕나무잎 등을 뜯어다가 살짝 데친 뒤 냉동실에 저장해두고 일 년 내내 나물로, 된장국으로 먹었다.
4. 하루 3잔의 생즙은 꼭꼭 마시다
간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돌미나리, 돗나물, 쑥, 민들레, 신선초, 케일 등으로 즙을 짜서 하루 세 번 꼭 마셨다. 식전 공복에 생즙 한 잔을 쭉 들이키면 몸에 활력이 느껴지는 듯했다.
5. 효소와 효모 제품도 꾸준히 복용하다
소화기능을 좋게 하기 위해 효소제품을 활용하고,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효모제품을 활용했다.
이런 노력 덕분이었을까? 그런 생활을 2년 정도 꾸준히 실천했을 때 홍학석 씨의 건강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2011년 5월 병원 검사 결과 암세포가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럴 수도 있나 싶지만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방심해선 안 된다는 걸 그는 너무도 잘 안다. 아직도 B형간염 보균자이고, 간경변도 늘 조심해야 하는 처지다.
그래서 오늘도 시간 나는 틈틈이 운동도 하고 텃밭도 가꾼다. 매사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는 그의 주특기다.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웃어넘기고,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살아 있으니 이런 일도 생기는 거라며 오늘 살아 있음에 오히려 감사한다.
그런 그가 간에게 늘 하는 말도 재미있다. “간아, 너 건강은 내가 지켜줄 테니 너도 네 건강을 지켜라. 같이 오래 살자.”며 최면을 건다.
암에게도 꼭 하는 말이 있다. “암아, 내가 죽으면 너도 죽는 거니까 꼼짝 말고 그대로만 있어라.”며 다독인다.
그런 때문일까? 69세를 맞이한 2012년 그의 봄은 활기차고 약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