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CHA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내분비내과 박석원 교수】
고지혈증이 새로운 ‘국민병’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4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고지혈증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고지혈증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6년 54만 명에서 2010년 105만 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연평균 증가율이 무려 18.1%다. 이대로 가면 고지혈증도 당뇨병처럼 국민병 꼬리표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고지혈증 환자라고 해도 특별히 아프진 않다. 증상이 없어 그냥 둬도 될 것 같다거나 나이 들면 다들 병 하나쯤은 생기는 거 아니냐고 우습게 넘기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생각이 쌓이면 당신은 예고 없이 뇌졸중과 심근경색의 문턱으로 안내될 수도 있다. 그냥 두면 두고두고 후회할 일 생기는 고지혈증. 오늘부터, 아니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하는 고지혈증 탈출법을 알아본다.
고지혈증, 내 몸에 왜 왔니?
혈관 건강을 좀먹는 대표 질환은 일명 쓰리고(3고)다. 고혈압, 고혈당(당뇨병), 고지혈증. 혈압이 높으면 고혈압, 혈당이 높으면 고혈당, 그러면 고지혈증은 뭘까?
CHA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내분비내과 박석원 교수는 “고지혈증은 혈액 중에 콜레스테롤, 중성지방과 같은 지질치가 증가하는 질환”이라고 말한다. 필요 없는 지방이 내 혈관을 떠돌고 있다고 보면 된다. 고지혈증은 어떤 지질치가 증가하느냐에 따라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중성지방혈증, 그리고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이 함께 증가하는 복합고지혈증으로 나눌 수 있다.
최근 들어 고지혈증이 급격히 증가하게 된 배경은 서구화된 식습관을 꼽을 수 있다. 피자, 치킨, 햄버거, 과자 등 고지방 고열량 음식 섭취가 늘어나면서 고지혈증 환자도 함께 많아졌다. 박석원 교수는 “지방이 든 음식을 많이 먹으면서 운동은 하지 않는 습관도 고지혈증을 유발하는 주범”이라고 꼬집는다.
더군다나 고지혈증은 유전적인 경향이 상당히 높다. 가끔 주변에서 육식을 거의 하지 않는데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 이유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결정하는 데 있어 우리가 음식으로 섭취하는 콜레스테롤의 양은 전체 콜레스테롤 수치 변화의 30~40% 정도이기 때문이다. 나머지는 간에서 콜레스테롤이 합성되어 나온다. 다시 말하면 음식에 들어있는 콜레스테롤 양이 많아졌다기보다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이 증가해도 고지혈증이 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럴 경우 지방 섭취량이 적어도 고지혈증이 생길 수 있다. 박석원 교수는 “가족 중에 고지혈증 환자가 있다면 가족 모두 혈액 검사를 해서 고지혈증 유무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냥 두면 큰 병 되는 고지혈증
과묵한 사람의 속은 알 수 없다고 한다. 고지혈증도 초반에는 과묵하다. 그러다가 서서히 건강에 위협을 가한다. 그리고 치명적인 공격을 시작한다. 일명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고콜레스테롤혈증인 경우, 콜레스테롤이 혈관 안쪽 벽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동맥경화가 진행된다. 그것은 결국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같은 심혈관질환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 박석원 교수는 “고중성지방혈증도 동맥경화와 연관성이 일부 있긴 하지만 급성췌장염을 유발할 수 있는 질병”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고지혈증을 진단받았다면 하루빨리 고지혈증을 유발하는 생활습관을 청산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고지혈증 환자뿐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박석원 교수는 “가족은 식습관과 운동습관 같은 생활습관을 공유하고 있어서 유전이 아니더라도 고지혈증이 동반될 확률이 높아진다.”며 “가족 중 누군가 고지혈증이 있다면 식이요법과 운동에 동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내 혈관 속 비만 고지혈증 탈출법 7계명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도 했다. 꾸준히 노력하고 관리한다면 ‘나에게도 고지혈증이던 시절이 있었지.’라며 추억할 날이 분명 올 것이다. 소중한 나와 내 가족을 위해서 지금부터 할 수 있는 고지혈증 탈출법 7계명을 소개한다.
1 포화지방을 줄여라!
지방산은 종류에 따라 고지혈증에 미치는 영향이 다른데 특히 조심해야 할 지방은 포화지방이다. 포화지방을 많이 먹으면 혈청 총콜레스테롤,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증가한다. 이들 수치가 올라가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도 함께 커진다.
포화지방은 육류의 지방, 유제품, 팜유 등에 많이 들어 있다. 따라서 육류를 먹을 때는 눈에 보이는 지방은 제거해 살코기만 먹는 것이 좋다. 또 라면, 팝콘, 커피 크림 등의 섭취는 자제한다.
2 좋은 지방으로 바꿔 먹자!
포화지방을 불포화지방산으로 바꾸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다가불포화지방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내리고, 단일불포화지방은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고 혈압을 낮추기 때문이다. 등푸른생선, 견과류, 해바라기씨유 등에는 다가불포화지방산이, 올리브유 등에는 단일불포화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다. 포화지방보다 이롭긴 하지만 불포화지방산도 지방이기는 마찬가지이므로 과도한 섭취는 자제한다.
3 트랜스지방의 역습을 미리 막자!
포화지방은 LDL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긴 하지만 심장을 보호해 착한 콜레스테롤이라고 불리는 HDL콜레스테롤 수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트랜스지방은 LDL콜레스테롤은 높이는 동시에 HDL콜레스테롤은 감소시킨다. 일명 미운 짓만 골라서 하는 지방이다. 과자, 케이크, 패스트푸드 등은 트랜스지방의 온상이다.
4 섬유소로 치솟는 콜레스테롤을 잠재워라!
박석원 교수는 “콜레스테롤 흡수를 방해하는 작용을 하는 섬유소가 풍부한 채소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말한다. 채소, 과일, 콩류에 많이 들어 있는 수용성 섬유소는 장내 콜레스테롤 및 담즙산에 붙어 대변으로 배설시키는 역할을 한다.
5 운동으로 비만과 스트레스를 싹~날려라!
박석원 교수는 “육체적 활동은 적고, 스트레스가 많은 생활은 고지혈증을 악화시킨다.”고 설명한다. 특히 운동 부족은 HDL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며 비만을 유발한다. 하루 30분 이상의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4~5회 이상 하는 것이 좋다.
도저히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렵다면 일상생활 속에서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엘리베이터는 원래 없었던 것으로 생각해 계단 이용을 생활화한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일부러 먼 길을 돌아서 걸어간다. 평소에도 약간 숨이 차도록 빨리 걷고, 생각날 때마다 스트레칭을 해주면 좋다.
6 담배는 당장 끊는다!
박석원 교수는 “흡연은 HDL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죽상동맥경화를 가속화해 심혈관질환의 중요한 위험인자”라고 경고한다. 또 담배를 피우면 중성지방과 LDL콜레스테롤 수치는 올라간다.
금연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당분간은 과중한 업무나 스트레스를 주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다. 만약 금연에 실패했다면 다시 담배를 피우게 한 상황을 잊지 않는다. 그래서 다시 금연을 할 때는 반드시 그 상황을 피해 똑같은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한다.
7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 습관을 고쳐라!
탄수화물은 적당히 먹으면 괜찮지만 지나치게 먹으면 살이 찔 뿐 아니라 혈액 내 중성지방 수치를 올릴 수 있다. 고중성지방혈증은 복합당질보다는 단순당질의 영향이 크다. 박석원 교수는 “밥을 먹을 때는 흰 쌀밥보다는 현미나 잡곡류를 먹는 것이 좋다.”고 당부한다.
박석원 교수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미국당뇨병학회에서 논문 구연 발표를 했으며, 한일당뇨병학회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