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42.195km… 이 숫자 안에 건강이 있습니다”
사냥감을 쫓기 위해서라거나, 누군가로부터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닌 ‘달리기’ 자체가 목적이 되는 생명체는 인간밖에 없다.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라는 유명 마라토너의 말처럼, 어쩌면 달리기야말로 인간의 가장 고차원적인 본능인지도 모른다. 이번에는 올해로 마라톤 인생 17년을 맞이한 사단법인 ‘한국 달리는 의사들’의 이동윤 회장(60세)을 만나 ‘달리기가 주는 즐거움’에 대해 들어봤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좋은 운동, 달리기
5월 6일 이른 아침, 한강 잠원지구 둔치에서 ‘소아암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가 열렸다. 다양한 연령대의 마라토너들이 풀, 하프, 10km, 5km 종목별로 힘차게 박차고 나가 뛰기 시작했다. 이후 한참 뒤에야 행사가 끝났고 그제서야 ‘한국 달리는 의사들’의 이동윤 회장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마라톤 마니아답게 기자를 보자마자 대뜸 달리기 자랑부터 늘어놨다. 달리면 달릴수록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게 돼 더욱 더 빠져들게 되는 좋은 중독 운동이 달리기라며 달리기 자랑 일색이다.
“달리기는 연령대에 관계없이 남녀노소 모두에게 좋은 운동이죠. 무엇보다 불필요한 살을 빼는 데 가장 효과적인 운동이 바로 달리기에요. 비만, 울혈성 심장병이나 협심증, 고혈압과 당뇨병 등을 예방한다는 차원에서도 최적의 운동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러면 마라톤 인생 17년차인 이 회장이야말로 건강에 자신 있겠다고 이야기하니 돌아오는 대답이 의외로 겸손하다.
“그렇지 않아요. 건강에 자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다만 건강할 수 있도록 평소 꾸준히 노력하는 편이죠. 마라톤을 시작하고서 몸의 근육량이 많이 늘었어요.”
그러고 보니 6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의 몸은 꽤 탄탄하다.
등산에서 시작된 마라톤과의 인연
그는 외과의사다. 달리는 외과의사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의사 이미지는 아니다. 의사가 하는 운동으로 떠오르는 것은 골프나 테니스 정도다.
“특별히 달리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어서 시작한 것은 아니에요. 원래는 등산을 좋아했어요. 실내보다는 야외에서 활동하는 것을 즐겼으니까요. 그러다가 산에서 달리기, 일명 트레일런(trail run)을 좋아했는데, 1995년부터 일반인들의 마라톤대회 참가가 허용되면서 평지 마라톤으로 자연스레 바뀌었지요. 첫 마라톤 완주는 1997년 10월 26일 춘천마라톤대회였고, 당시 3시간 47분을 기록했어요.”
이후 매달 두세 번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고, 42.195km 풀코스 완주 기록만 해도 얼추 150회가 넘는다. 물론 평소에도 약 15km 정도씩 일주일에 5~6번 정도를 연습 삼아 달린다.
초보자는 걷기부터? 뛰는 시간 늘려야
그는 정말 마라톤을 좋아한다. 하지만 달리기와 거리가 먼 기자에게 마라톤은 감히 도전하기 어려운 운동이다.
“많은 분들이 힘든 운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조금씩 훈련을 계속하면 전혀 힘들지 않아요. 힘들다는 생각은 몸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의욕만 앞서 자신의 능력치보다 무리해서 달렸을 때 생기는 겁니다. 그러다 한 번 다치기라도 하면, ‘아, 나랑 달리기는 안 맞나 보다.’이렇게 생각하고 그냥 접어버리죠. 걷기에 익숙한 몸을 만들고, 자신에게 맞는 강도로 달릴 때 비로소 달리기, 마라톤을 즐길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초보자들은 어떤 식으로 시작해야 될까?
“처음 시작할 때는 2~3주 정도 걷기 30분으로 시작합니다. 30분 걷기가 익숙해지면 이제는 걷다 뛰다를 반복하는 거지요. 가령 5분 걷고 1분 뛰는 식으로요. 그러면서 걷다 뛰다에서 뛰는 비율을 서서히 높여가는 거예요. 걷다 뛰다 비율을 5 대 1, 4 대 2, 3 대 3…이런 식으로 매주 1분씩 말이에요. 그러면 걷기가 0분, 뛰기가 6분이 되는 시점이 올 겁니다. 그때부터는 쭉 뛰는 거죠. 그렇게 천천히 달리기만 하면 달릴 수 있는 거리는 점점 더 자연스레 늘어나요.”
그리고 5km, 10km, 하프 코스, 풀 코스에 도전하면 된다. 그러면 풀 코스도 제한 시간인 5시간 이내에 가뿐히 골인할 수 있다. 물론 복장과 신발은 제대로 갖추는 것이 좋다. 마라톤은 오래 뛰어야 되니까 말이다.
이웃과 나눔 실천하며 건강도 챙겨
그가 회장으로 있는 사단법인 ‘한국 달리는 의사들’은 말 그대로 마라톤을 사랑하는 의사들의 모임이다. 전국적으로 약 600여 명의 의사들이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저 친목 활동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마라톤 대회에서 ‘레이스패트롤’이라는 응급환자 구호활동도 펼치고, 이번처럼 매년 5월 첫째 주에는 ‘일 년에 하루는 이웃을 위해 달리자.’라는 슬로건으로 소아암환우돕기 서울시민마라톤대회도 개최한다. 물론 수익금 전액은 소아암 환우들의 치료비로 기부된다. 그야말로 이웃들과 나눔도 실천하고 건강도 챙기니 ‘꿩 먹고 알 먹고’인 셈이다.
그는 앞으로도 전 국민이 달리는 그날까지 달릴 생각이다.
“의사들이 달리기를 하면 보는 분들이 ‘의사들도 하니까 정말 좋은 운동인가 보다.’하면서 달리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열심히 달리기 운동의 홍보와 부상 없이 즐겁게 달리기의 요령 전파에 힘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