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박길자 기자】
【도움말 |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권기환 교수】
【도움말 | 순천향대 부천병원 심장내과 서혜선 교수】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 심장 시술을 받은 후 이 질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 회장은 5월 10일 밤 10시10분께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을 겪어 10시55분께 근처에 있는 순천향대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병원에 도착한 후 심장마비 증세가 나타나 긴급 심폐소생술(CPR)을 받았고, 이후 심장 상태가 안정되자 삼성서울병원으로 옮겨져 심장 혈관 확장술인 스텐트(stent) 삽입 시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련의 과정을 전해들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다. 삼성 이건희 회장도 쓰러뜨린 심근경색, 도대체 어떤 병일까?
높은 사망률 때문에 벌벌~
심근경색이 무서운 이유는 사망률 때문이다. 심근경색이 발병한 사람 중 약 30%가 한 달 내에 목숨을 잃는다. 더욱이 이중 절반가량이 병원에 도착해 치료 받지도 못할 만큼 짧은 시간 내에 사망한다.
발병 후 3시간만 경과해도 회복될 수 있는 가능성은 절반 이하로 줄어들며, 최소한 6시간 이내에는 도착해야 적절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심장질환은 암에 이어 남녀 사망원인 2위를 차지할 만큼 무시무시한 질병이다.(통계청 2012 사망원인)
이대 목동병원 순환기내과 권기환 교수는 “심근경색은 주로 동맥경화로 인해 심장으로의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라며“동맥경화의 위험요인인 흡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이 있거나 비만인 경우, 심근경색을 앓은 가족이 있는 경우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심근경색 위험성은 연령에 따라 증가하는데 남성은 45세 이상, 여성은 55세 이상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워커홀릭인 중년 직장인은 각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권 교수는 “과로하면 심근경색 위험도가 늘어난다.”며“최근 연구에 따르면 업무 시간에 따라 심근경색 위험도가 2.94배까지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덧붙였다.
심근경색 주증상은 ‘흉통’
심근경색증의 주 증상은 흉통이다. 가슴 한가운데에서 누르듯, 조이는 듯한 통증이 30분간 지속된다. 가슴의 통증은 목과 턱, 어깨, 좌측 팔로 퍼지기도 하고 안색이 창백해지며 체온이 떨어지고 식은땀을 흘리기도 한다.
증상이 생긴 후 치료까지 걸린 시간에 따라 심근의 손상 정도는 달라진다. 심근경색으로 발생한 근육 손상은 다시 회복되지 않기 때문에 심부전, 부정맥, 심막염, 급성 승모판 역류증 등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생존한 경우에도 합병증으로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 또 생활습관을 바꿔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다시 혈관이 좁아져 재발할 수 있다.
일명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시간으로 알려진 ‘골든타임’이 길지 않기 때문에 초기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심장내과 서혜선 교수는 “심장에 산소를 공급하는 동맥인 관상동맥이 100% 막히면 전신에 산소 요구량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는다.”며 “적어도 막힌 혈관은 30분~1시간 내에 뚫어 혈류가 다시 흘러야 사망률이 낮고 후기 합병증 빈도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서 교수는 “이건희 회장의 경우 1시간 이내에 관상동맥 조영술을 시행해 막힌 혈관을 뚫어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상당히 초기 대응을 잘한 것”이라며 “가족이 이와 비슷한 흉통을 호소한다면 지체 없이 병원 응급실로 가서 심전도를 체크하고 심근경색이 맞다면 바로 관상동맥 조영술을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근경색 미리미리 예방법 Q & A
Q 50대 직장인인데 술을 좋아하고 담배도 가끔 피웁니다. 고혈압이 170이라 약을 먹고 있어요. 갈수록 복부비만이 심해져 걱정이 많아요.
A 당장 술과 담배를 끊으세요. 비만인 경우 반드시 살을 빼서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합니다. 대사성 증후군, 당뇨, 고콜레스테롤 혈증이 있는 경우에도 체중 조절을 해야 합니다. 당뇨나 고혈압, 고지혈증 등이 있다면 꾸준히 치료를 받는 게 좋아요.
Q 협심증을 앓고 있어 심근경색이 오지 않을까 늘 불안해요.
A 심근경색의 전단계인 협심증 증상이 있으면 추가 검사를 위해 병원에 가는 편이 좋아요. 평소에는 괜찮다가 운동 시 조이는 듯한 흉통이나 호흡 곤란이 생길 수 있어요. 협심증 증상이 있거나 심근경색 위험요인을 많이 갖고 있을 경우 추가 검사나 투약이 필요할지 전문의와 상의하세요. 필요하다면 아스피린 등 예방약을 처방 받아 꾸준히 복용하는 게 좋아요.
Q 심근경색에 좋은 음식과 피해야 할 음식은 무엇일까요?
A 비타민이 풍부한 야채, 과일 등의 섭취는 심혈관질환을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신선한 채소, 과일, 잡곡, 현미 등 섬유소가 풍부한 식사를 소량씩 자주 드세요. 포화지방산이 많은 피자, 치킨, 튀김 등의 음식은 혈관에 동맥경화를 일으킬 수 있어 피하는 게 좋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생선, 견과류 등의 음식을 드세요. 고기는 살코기로 섭취하세요.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고, 짜게 먹는 것은 No! 소금 섭취량은 1일 5g 이하로 제한하세요. 카페인도 심장에 자극을 준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Q 심근경색을 진단받았는데 콜레스테롤 수치는 높지 않다고 해요.
A 당장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콜레스테롤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콜레스테롤 함유 식품을 한꺼번에 많이 먹거나 자주 먹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달걀, 생선, 육류의 내장, 새우, 장어 등 콜레스테롤이 많은 식품은 1주일에 3회 이하로 섭취를 제한하세요.
Q 고혈압 환자가 음식을 자주, 많이 먹으면 심근경색인가요?
A 음식 종류에 상관없이 자주 많이 먹는다고 심근경색이 생기지는 않아요. 고혈압 환자가 다량의 염분과 수분을 섭취할 경우 고혈압이 악화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됩니다.
Q 심근경색을 예방하는 운동을 알려주세요.
A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나 줄넘기, 등산 같은 유산소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심혈관질환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주로 1주일에 3회 이상, 한 번에 30분에서 1시간가량 규칙적으로 하면 좋아요. 운동 전 3분 간 준비운동도 빼놓지 마세요. 심장 기능이 나쁜 경우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보통 최대 심박수의 85% 정도까지 올라오도록 운동하면 좋아요. 달리기를 심하게 하거나 가파른 등산은 오히려 좋지 않아요. 운동 중 가슴이 답답하거나 흉통이 생기면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병원에 가야 합니다.
TIP. 혹시 나도? 심근경색 체크리스트
● 가슴 가운데에서 뻐근한 통증 시작
● 뻐근한 통증이 어깨 안쪽으로 연결
● 식은땀, 실신, 호흡곤란 동반
● 통증 범위는 손바닥 크기 정도
● 통증 시간이 30분 이상 지속
● 주로 여성이나 당뇨병 환자의 경우. 통증은 없으나 체한 것 같은 느낌 이어짐
권기환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연세의료원 내과 수련의를 지냈다. 순환기내과 권위자로 현재 이대목동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로 있다.
서혜선 교수는 신촌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전임의를 거쳐 현재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로 있다. 대한순환기내과학회 정회원, 대한심장초음파학회 정회원으로 활발한 학회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