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이형초 심리상담센터 이형초 소장】
이브를 유혹한 뱀의 사과. 뱀은 또 다시 성형·게임·도박·마약·알코올 등등의 형형색색 포장한 사과로 이브의 후손인 인간을 유혹하고 있다. 지금 당신 손에 들려진 뱀의 사과는 무엇인가?
뱀의 유혹, 중독이라는 사과
흔히 우리가 중독을 이야기할 때 몰입의 개념과 혼동하기 쉽다. 하지만 몰입과 중독은 비슷해 보여도 엄연히 다르다. 두 개념의 가장 큰 차이는 자기 통제력이다.
몰입은 자신이 그것을 왜 하며,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인식한다. 또 그것을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는 자기 통제력이 있다. 분명한 목적과 자유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심리적인 성장을 유도하고 생산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하며 생활에 활력을 제공한다.
반면 중독은 자기 통제력이 없다. 따라서 위안을 얻기 위해 시작한 성형,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시작한 쇼핑, 심심해서 보기 시작한 TV, 호기심으로 시작한 도박, 재미로 시작한 게임 등등 어떤 행동이나 습관이 지나칠 정도로 반복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들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집착하게 된다.
이형초 심리상담센터 이형초 소장은 “가령 도박중독일 경우 자신의 생활 영순위가 도박입니다. 이들의 모든 스케줄은 ‘자신이 도박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로 좌우되죠. 그로 인하여 경제활동, 정상적인 대인관계 등 여러 가지 일상적인 활동들을 포기하게 되고 이것은 결국 일상생활의 장애를 초래하여 자신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까지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라고 설명한다.
즉 중독은 소비적인 활동을 야기하고 본인의 자유의지를 상실하게 하여 심리적인 성장을 저해할 뿐 아니라 한 인간이 사회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든다.
나는 너에게 왜 중독되는가?
이형초 소장은 “중독은 뇌에서 기쁨을 유발하는 부위인 보상회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어떠한 물질이나 행동으로 이 보상회로가 자극되면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우리는 ‘쾌감’을 느낀다. 그런데 보상회로는 우리가 쾌감을 느꼈던 동일한 경험의 강도나 횟수 등을 증가하도록 강화시키고 그것이 이루어졌을 때 쾌감을 주는 것으로 보상한다.
이를 조금 더 쉽게 말하면 우리의 뇌는 어떤 행위나 물질을 통해 느꼈던 쾌감을 뇌의 편도체와 해마 등에 저장하여 기억해 둔다.
그리고 여러 가지 쾌감 중에서도 더 자극적으로 기억된 쾌감은 동일한 쾌감을 또 얻고 싶은 갈망을 만들고 우리는 그와 비슷한 정도의 쾌감을 주는 만족감을 얻기 위해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물질을 제공하는 노력을 기울인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쾌·불안·초조·불면·짜증 등과 같은 금단증상이 나타나므로 더욱 그러한 쾌감을 주는 행위나 물질에 집착한다. 무엇인가에 중독된 사람들은 바로 이러한 원리로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많은 시간과 물질 등을 할애하여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함으로써 쾌감을 느끼고 그에 대한 집착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혹시 나도 중독자?
모든 것이 중독의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우리를 유혹하는 중독은 지천에 널려있다. △도박·경마·쇼핑·인터넷·성형중독과 같이 어떤 행위를 통해서 쾌감을 느끼는 것을 행위중독이라고 하고 △알코올·마약중독과 같이 어떤 물질에 의존하여 쾌감을 느끼는 것을 물질중독이라고 한다.
이렇듯 중독에 빠지는 대상이 사람마다 다른 이유는 개인의 성장환경, 신체적인 조건, 기호, 성격 등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그렇다고 아무나 중독에 빠지지는 않는다. 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을 보면 여자보다 남자가 많고, 대인관계가 빈약한 사람, 정서적으로 충동적인 사람, 자존감이 낮은 사람에게서 많이 발견된다. 가령, 알코올 중독자의 경우 현실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잘 느끼지 못하다가 술을 마시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감이 생기고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기 위해 반복적으로 술을 찾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정신적·신체적인 폐해와 일상생활의 장애를 초래하는 중독을 미리 감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중독은 사회와 문화, 개인의 기호가 다양한 만큼 종류도 많기 때문에 일일이 모든 중독의 자각증상 및 특징을 열거하기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자신이 무엇인가에 중독되었는지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것이 있다.
만약 △자신이 어떤 행위를 할 때 그것을 타인에게 공개적으로 떳떳하게 권할 수 없는 경우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그 행위를 타인에게 속이려고 하거나 숨기려고 하는 경우라면 한 번쯤 중독에 대해 의심해볼 만하다.
중독 ‘예방만이 살 길’
중독의 연결 고리를 끊으려면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이형초 소장은 “알코올중독과 같은 물질중독은 간이 손상되는 등의 신체적인 문제가 나타나서 자신이 자각하기 쉽지만 도박·게임·인터넷·쇼핑 중독과 같은 행위중독은 삶이 피폐해질지언정 신체적으로는 본인이 자각할 만한 결핍, 즉 신체적인 폐해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자각하기 쉽지 않고 또 고치려는 의지도 약합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래서 치료를 요하는 중증 중독의 늪에 빠졌다면 애석하게도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치료가 힘들고 주변인 또한 특별히 도와줄 만한 것이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주변인은 중독 당사자가 일상과 달라졌을 때 “설마 저 사람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상대에게 중독으로 일어날 수 있는 폐해에 대해 설명하여 상대로 하여금 자신의 행동을 인식하고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치료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게끔 도와야 한다.
한 인간이 정상적으로 성장하려면 영유아기 때 어떤 환경에 노출되었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만약 자녀를 둔 부모라면 아이를 양육할 때 초등학교 이전부터 어떻게 양육하느냐가 중요하다.
“부모가 영유아기 때 아이를 어떻게 양육하느냐에 따라 예비 중독자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형초 소장의 부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