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답작과 양창인 연구원】
노란색 고운 자태를 자랑하는 쌀, 싱그러움을 자랑하는 연둣빛 새싹 같은 쌀… 상상만으로도 눈과 입이 즐겁다. 게다가 일반 쌀에 부족한 우리 몸에 좋은 영양분을 보강하거나 각종 기능성 물질을 첨가했다면 이런 밥을 마다할 이 누가 있을까? 형형색색, 기상천외한 쌀의 변신을 함께 감상해 보자.
밥은 하늘입니다!
‘밥은 하늘’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하늘이 존재하지 않는 삶을 상상하지 못하는 것처럼 우리의 주식인 밥, 쌀 없는 삶이란 왠지 상상하기 싫다.
우리가 매일 먹는 쌀, 어떤 영양성분을 가지고 있을까?
쌀은 전분, 단백질, 지방, 무기질, 비타민 등으로 이루어져 있고 식이섬유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저항전분까지 포함하고 있다. 저항전분은 위장관에서는 소화되지 않으나 장내 세균에 의해 분해되는 전분과 전분 분해산물로서 장운동을 촉진하여 대변량을 증가시켜 변비를 완화하고 식후 인슐린 반응을 감소시켜 당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쌀 단백질은 다른 곡류에 비해서 양질의 단백질이므로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의 함량이 주식 대용으로 사용하는 밀가루보다 약 2배 정도 높다. 또 칼륨, 칼슘, 마그네슘, 나트륨, 철분 등의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티아민, 리보플래빈 등과 같은 비타민 B복합체가 풍부하게 들어있다.
이는 당질로부터 열량을 내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외에 비타민 E, 엽산, 이아신 등 인체에 중요한 비타민을 함유하고 있다. 한 마디로 완전식품 뺨칠 정도다. 그러나 이런 쌀에도 시련은 있다. 해마다 감소되는 쌀 소비량에 경쟁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와 함께 기능성 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
주로 고지방, 고단백질, 고열량 식품을 섭취하는 현대인은 인체에 반드시 필요한 아미노산, 비타민, 섬유소 등이 부족하기 쉽다. 이런 영양소를 보강하기 위해 채소와 야채를 먹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건강보조식품이나 영양제로 이를 보충하기도 한다.
국립식량과학원 답작과 양창인 연구원은 “현대인에게 부족하기 쉬운 각종 생리활성물질이 보강된 기능성 쌀을 섭취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농가의 안정적인 소득증대에도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 ‘흰쌀밥에 고기반찬’은 이제 옛말이다. 형형색색, 기호에 따라 필요에 따라 쌀밥을 골라먹는 재미를 아시는가? 당뇨가 있다면 혈당을 강하하는 쌀, 한참 성장기인 어린 아이에게는 단백질의 함량을 높인 쌀, 밥을 먹으면서 편안하고 기분 좋은 느낌을 얻고 싶다면 향미로 밥을 지어 먹으면 된다.
이처럼 골라먹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기능성 쌀은 일반 쌀보다 생리활성을 향상시켜주는 물질이 많이 함유되었거나 부가된 영양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쌀을 뜻한다. 양창인 연구원에 따르면 “넓은 의미에서 기능성 쌀은 △쌀알 자체에 유전적으로 생리활성물질을 다량 함유하는 것 △벼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특수성분의 흡수를 유도하는 재배방식을 적용하는 것 △벼 수확 후 쌀로 가공·처리하는 과정에서 기능성 물질을 첨가하는 방법으로 생산한 것”까지 아우른다.
우리가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능성 쌀의 대부분은 쌀 표면에 각종 생리활성물질을 코팅한 것이다. 쌀 표면에 코팅한 것 이외에 발효균을 활용한 것도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홍국 쌀이다.
홍국 쌀은 콜레스테롤 저하 등 혈행개선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홍국균을 쌀에 배양한 것이고, 대표적인 항암식품인 버섯종균을 쌀에 접종하여 키우는 버섯쌀 등도 있다.
이처럼 기능성 쌀은 여러 방법에 의해 생산되지만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인공교배를 이용한 전통적인 품종육종 방법으로 천연의 기능성 쌀을 생산하는 것이다.
양 연구원은 “최근에는 기능성 물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벼에 접목시켜 기능성 물질을 다량 함유하는 쌀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부연한다.
인기만점 기능성 쌀 “어떤 것 있을까?”
♠성인병 예방엔 ‘고아미3호 쌀’
저항전분의 함유가 높은 품종으로 많이 섭취해도 체내 흡수율이 낮아 체중조절에 도움이 되고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어린이 성장발육엔 ‘영안쌀’
기존의 쌀보다 필수아미노산인 라이신의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어린이의 성장발육을 돕는 데 좋다.
♠체력보강엔 ‘하이아미’
필수아미노산 함량이 보통 쌀보다 30%이상 많이 함유돼 있는 고영양 품종으로 회복이 필요한 사람 등 체력을 보강해야 하는 사람에게 좋다.
♠여자와 아이에겐 ‘칼슘·철분 강화 쌀’
칼슘과 철분을 첨가해 코팅한 쌀로 아이의 성장발육에 좋고 또 뼈가 약한 여성과 철분이 부족하기 쉬운 임산부에게 좋다.
♠콜레스테롤 잡는 ‘홍국 쌀’
누룩의 일종인 홍국균을 쌀에 배양한 것으로 콜레스테롤을 억제하고 혈액순환에 효과가 있다.
♠당뇨환자에겐 ‘절당미’
양파 및 기타 약재성분을 추출하여 코팅한 쌀로 혈당강하에 효과가 있다.
♠비타민 A가 풍부한 ‘황금쌀’
쌀 표면에 일반 쌀에는 없는 비타민 A 성분인 베타카로틴을 코팅하여 카로틴 쌀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황금색을 띠므로 황금쌀이라고도 한다.
♠단맛을 강화시킨 ‘단미벼’
일반 벼보다 단맛을 내는 당분 함량이 6배 이상 높은 쌀로서 장에 유익한 비피더스균 증식에 유리한 식이섬유소 함량이 높다.
♠동충하초의 영양이 듬뿍 ‘동충하초 쌀’
동충하초 균사체를 배양시켜 동충하초의 영양과 효능을 고스란히 쌀에 담았다.
이외에도 게르마늄 쌀, 키토산 쌀, 녹차의 카테킨 성분을 이용한 녹차카테킨 쌀, 클로렐라 쌀 등 수많은 기능성 쌀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양창인 연구원은 “드물지만 쌀에 알레르기를 나타내는 사람에게 필요한 글루테닌 함량이 낮은 쌀이 곧 개발될 예정이고, 강한 항산화성으로 순환계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레스베라트롤 함량이 높은 쌀과 비타민 A의 전구물질인 카로틴의 함량이 높아 배유부분이 황색을 띠고 있는 품종도 개발 중에 있다.”고 덧붙인다.
기능성 쌀, 맹신은 금물
아직까지 기능성 쌀은 ‘좋은 것을 더 좋게 하는 것’이지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치료제가 아니다.
양 연구원은 “기능성 쌀의 성분 한 가지, 한 가지를 구분해서 보면 기능성을 갖추고 있어 생리활성 증진 효과가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결코 이를 맹신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는 식사하는 동안 다양한 반찬이 곁들여지거나 다른 식품을 동시에 섭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므로 섭취된 성분의 상호작용에 따라 그 효과가 동일하게 나타날 수 없기 때문이고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을 일일이 다 검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창인 연구원은 “기능성 쌀은 이제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는 만큼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머지않아 비타민 알약처럼 건강보조제의 역할을 능가할 정도의 기능성과 효과를 가진 쌀도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히고 “기능성 쌀을 특정 질환의 치료제로 여기는 것은 금물이나, 기능성 쌀의 기능성 성분이나 인체 내 작용이 객관적으로 확인된 경우라면 기능성 쌀에 함유된 생리활성조절물질이 필요한 사람이 꾸준히 먹었을 때는 의약품의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한다.
즉 우리가 고른 영양소를 섭취하는 차원에서 비타민이 많은 야채나 해조류, 등푸른 생선의 섭취를 권장하는 것처럼 기능성 쌀의 섭취도 이와 동일하게 보는 것이 좋다는 얘기다.
쌀 보관 및 맛있게 밥 짓는 방법
쌀은 서늘한 곳에서 저온상태로 보관해야 한다. 쌀을 상온에 오래 저장하게 될 경우 쌀에 들어 있는 비타민 B1이 급격히 감소하기 때문이다.
쌀 자체에 기능성 물질을 갖고 있는 기능성 쌀은 저장과정의 조건에 따라 큰 영향은 없지만 가공처리에 의한 경우 미생물의 오염과 첨가물의 변질을 막기 위해 저장조건에 특히 유의하는 것이 좋다.
또 비타민 B1은 쌀을 씻거나 밥을 짓는 과정에서 20~90%가 상실될 수 있고 보온밥솥에 오래둘 경우도 손실이 크다.
따라서 쌀에 포함된 비타민 B1과 같은 수용성 영양성분을 손실하지 않으려면 쌀은 가볍게 헹구면서 적당히 씻고 밥은 보온밥솥에 오래 보관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