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경희의료원 신장내과 이태원 교수】
서울 성북동에 사는 김영철 씨(43세)는 얼마 전 건강검진을 받은 후 단백뇨가 의심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그렇다면 신장(콩팥)에 이상이 있다는 말? 순간 가슴이 철렁한 영철 씨. 당뇨로 인해 단백뇨를 걱정하던 친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결국 영철 씨는 혈액검사를 비롯해 혈압, 혈당 등을 다시 검사했고 다행스럽게도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 그런데 왜 단백뇨가 검출된 걸까? 그리고 단백뇨가 뭐길래 영철 씨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한 걸까?
소변에 거품 일어나면 단백뇨?
단백뇨는 말 그대로 소변에 단백질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경희의료원 신장내과 이태원 교수는 “정상인의 신장에서는 단백질이 소변으로 걸러지지 않는다.”며 “따라서 소변에서 단백질이 검출될 경우 신장에 이상이 있다는 징표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단백질이 0mg도 검출되면 안 된다는 말은 아니다. 정상 성인의 경우 하루 극소량(150mg 미만)의 단백질만 소변으로 배설되는데, 그 이상일 경우 단백뇨로 진단하게 된다.
그렇다면 단백뇨를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있을까? 아마도 ‘소변을 볼 때 거품이 일어나면 단백뇨’라는 이야기를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 이야기가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맞는 말도 아니다.
이태원 교수는 “거품이 일어난다고 해서 모두 단백뇨로 진단할 수 없다.”며 “단백뇨가 의심될 경우 소변검사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콩팥에 특별한 병이 없어도 과도한 운동이나 감기에 걸려 열이 난 후에, 혹은 오랫동안 서 있을 때 일시적으로 단백뇨가 검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의외로 단백뇨가 있더라도 특별한 증상을 못 느끼다가 신체검사에서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초기일 경우 기운이 없고 쉽게 피로하다던가, 식욕이 저하되는 정도의 증상만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장의 기능이 저하되어 단백뇨가 심해질수록 체내 요독물질이 쌓이면서 밤중에 2~3회의 소변을 보는 야뇨증이 생기거나 몸이 붓고 체중이 증가하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단백뇨의 위험한 짝꿍 당뇨병과 고혈압
이러한 단백뇨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으로는 크게 만성사구체신염(흔히들 만성신장염이라 지칭)과 같은 신장 자체의 질환이나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으로 신장질환이 합병된 경우를 들 수 있다. 급속히 신장의 기능이 나빠지는 급성인 경우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신장의 기능이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지만, 문제는 서서히 장기간에 걸쳐 신장의 기능이 나빠지는 경우다.
이태원 교수는 “만성일 경우 원인을 치료한다고 해도 신장 기능이 회복되지 않고 서서히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그렇게 되면 생명 유지를 위해 신장이식이나 투석요법 등이 필요하게 된다.
2010년 대한신장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말기신부전 환자의 원인으로는 당뇨병이 45.2%로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 다음으로 고혈압이 19.2%로 2위이며, 만성사구체염도 11.3% 정도다.
신장에는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들어내는 사구체가 있는데 당뇨병 환자의 경우 고혈당의 혈액이 통과해 서서히 신장의 기능을 망가뜨린다. 고혈압이 있는 경우에도 지속적으로 높은 혈압이 신장에 무리를 줘 손상시킨다.
이태원 교수는 “당뇨병 환자는 기본적으로 혈당을 조절하되 매년 정기적으로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통해 신장 기능이 저하되는지를 확인하고, 고혈압이나 당뇨병으로 인해 생길지 모를 몸의 작은 변화까지도 주목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저단백식사와 원인질환 개선이 최선책
단백뇨는 신장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인 동시에 신장기능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따라서 단백뇨가 있는 경우 단백뇨를 줄이는 치료가 먼저다. 초기와 중기에는 단백질 섭취를 줄여 단백뇨 배출을 줄이고, 단백뇨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는 약물을 투여한다. 그렇다면 일상생활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1. 단백질, 칼륨 섭취 줄인다
우리가 쉽게 먹는 단백질 식품으로는 콩, 우유, 고등어와 각종 육류 등이 있는데, 특히 식물성 단백질인 콩은 요독이 많이 생성되므로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또 칼륨 배설이 감소하는 중기 이후에는 부정맥과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고칼륨혈증이 생길 수 있어 칼륨이 풍부한 야채나, 과일, 견과류 등도 조심해야 한다.
2. 소염진통제는 피한다
일반인에게는 문제가 안 되는 약물도 단백뇨가 있는 환자에게는 신장 손상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신장은 다른 장기보다 특히 약물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특히 관절염약이나 감기약처럼 소염진통제가 들어있는 약, 방사선 조영제, 신독성이 있는 약초 등은 신장에 독약과 같다. 이태원 교수는 “단백뇨가 있을 경우 해열진통제 등의 약이 필요할 때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여 신장에 무리가 덜한 약을 선택해 복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3. 체중 감량과 금연한다
비만인 경우 규칙적이고 적절한 운동을 통한 체중 감량이 중요하다. 걷기나 자전거 타기, 가볍게 달리기 같은 운동이 좋으며, 단 녹초가 될 만큼 무리하는 것은 피한다.
4. 싱겁게 먹는다
음식은 가능한 싱겁게 먹는 것이 좋다. 짜게 먹을 경우 나트륨을 과다 섭취해 부종과 고혈압이 유발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태원 교수는 “평소 혈압^혈당 관리를 철저히 하고, 비만일 경우 규칙적이고 꾸준한 운동을 통한 체중감량과 더불어 신장에 무리를 주는 금연^금주는 필수”라고 덧붙인다.
이태원 교수는 현재 경희의료원 장기이식위원회 위원장과 장기이식센터장,?경희대학교 의료기관 발전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맡고 있으며,?대한신장학회 홍보이사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