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심장혈관내과 김종진 교수】
【건강다이제스트 | 우송대 외식조리유학과 정혜정 교수】
지킬과 하이드. 염분은 두 얼굴을 지녔다. 인체의 신진대사에 필수적이다. 그런데 과다 섭취하면 건강에 빨간불이 켜진다. 고혈압, 심혈관질환, 뇌졸중, 암을 일으킨다. 성인병의 근원인 비만의 지름길이다. 짜게 먹으면 밥과 물을 많이 먹어 위 용량이 커지기 때문이다.‘웰빙의 적’인 셈이다. 특히 고혈압 환자는 염분 섭취에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데 일상생활 속에서 염분 섭취를 줄일 수 있는 노하우를 알아보자.
짜게 먹으면 해롭다는 것은‘국민 상식’이다. 식탁에 소금통을 놓는 집은 거의 없다. 그런데도 우리 음식은 여전히 짭잘하다. 싱거우면 “맹맹해”, “맛 없어!” 하는 악플(?)이 달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1일 소금 섭취량은 13.4g(나트륨 5280mg,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 세계보건기구 권장 소금 섭취량인 5g보다 두 배를 훨씬 넘는다. 일본(10.7g), 영국(9g), 미국(8.6g)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염분을 지나치게 섭취하면 평활근과 혈관이 수축돼 혈압이 증가한다. 또 체내 수분이 증가해 혈액량이 늘고, 혈압이 상승한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김종진 교수(대한고혈압학회 홍보이사)는 “하루 소금 섭취량을 약 4g만 줄여도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 혈압을 5mmHg 정도 낮출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식문화상 소금을 하루 5g 섭취하긴 어렵기 때문에 10g 이하로 줄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초등 2~4학년 자녀 입맛에 맞춰라
한국인은 김치와 젓갈, 장류 등 전통음식에서 하루 평균 절반 이상의 염분을 섭취한다. 염분은 육류, 해산물, 해조류, 회, 미역, 고등어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인스턴트식품에도 많다. 간을 하지 않은 채로 먹어도 하루 2g 정도의 염분을 섭취한다. 간고등어를 간장으로 다시 조리거나, 회에 초고추장과 쌈장을 함께 먹는다면 염분이 얼마나 높아질지 뻔하다. 식품을 구매할 땐 겉면을 꼼꼼히 보자. 영양성분이 표시돼 있으므로 염분 수치를 따져보자는 것이다.
인체는 신비하다. 억지로라도 저염식을 3개월만 실천하면 짠 음식을 더 이상 먹지 못한다.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저염식을 실천해야 하는 이유다. 최근 소아 고혈압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조부모 가정에선 심각하다. 할머니의 미각이 둔해져서 짠 맛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음식은 초등학교 2~4학년생인 자녀의 입맛에 맞춰야 한다. 미네랄이 많이 든 천일염을 먹는 것도 방법이다.
가정에서 저염식 실천, 의외로 쉽다
외식에 길들여진 남편이 저염식을 반대하면 실천은 어렵다. ‘맛있는’ 저염식단을 차릴 방법은 뭘까?
이때는 식초와 같은 신맛을 이용해본다. 향신료나 허브류, 향미 야채를 적절히 넣는 것이다. 감염 조미료를 쓰거나 소량의 기름을 사용해 풍미를 살리는 것도 방법이다. 기름기가 있으면 싱거워도 잘 먹는다.
우송대 외식조리유학과 정혜정 교수는 “조리법을 바꿔야 가족이 건강해진다.”고 강조했다. 김치는 겉절이 방식으로 양념을 바로 묻혀 먹는다. 무나물이나 콩나물도 양념으로 버무릴 것이 아니라, 마지막 단계에 드레싱 형태로 활용한다. 고등어는 그대로 구워 먹는 게 낫다.
반찬에 간을 맞출 땐 마지막에 한 번만 하는 게 좋다. 간을 많이 보면 자연히 음식이 짜게 만들어진다. 마지막 간을 볼 때는 염도계도 활용하자. 음식물의 소금 함유량을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소금 1g은 눈어림치로 3분의 1작은술에 해당된다. 진간장 1작은술은 5g의 염분량에 해당된다.
식탁엔 생채소를 바구니째 갖다 놓자. 고염식을 줄이기 위해 신선한 채소를 곁들여 먹는 습관을 기르자. 국과 찌개 없인 식사를 못하는 이들도 많다. 정혜정 교수는 ▲국은 밥공기 크기 그릇에 담아 먹고 ▲숟가락 대신 젓가락으로 먹고 ▲국물을 덜 먹고 건더기를 먹을 것을 권했다. 찌개 역시 마찬가지다. 찌개를 국처럼 먹지 않아야 한다. 맑은 국을 먹거나, 밥에 건더기를 얹어 먹고 양도 줄여야 한다.
건더기를 먹는 습관이 몸에 배면 좋다. ‘국민 간식’인 라면을 끓일 때 스프는 반만 넣는다. 국물은 버리고 건더기만 먹는다.
소스도 고염식의 주범이다. 시판 중인 저염간장을 이용하는 게 좋다. 소스는 따로 내서 적당히 찍어 먹는다. 샐러드를 먹을 때도 야채 따로, 소스 따로 내놓는다. 식탁에서 소금통만 치울 게 아니라 초장·고추장은 냉장고에서 꺼내놓지 않는다.
외식은 고염식의 ‘주범’
지난해 10월 WMA(세계의사회)가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선진국의 염분 섭취 주요 경로는 가공식품과 외식이 약 80%를 차지했다.
직장인은 점심·저녁 외식이 흔하다. 김종진 교수는 “접시 수가 많은 정식을 택하면 효과적”이라고 권했다. 밥과 주반찬(고기, 생선), 부반찬(채소 등)으로 짜인 식단이 저염식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또 국물이 많은 음식이나 면류에 염분이 많기 때문에 장국 국수나 우동은 국물을 절반가량 남겨야 한다.
회식 자리에서도 저염식 요령이 있다. 고기를 구운 다음 소금에 찍어 먹지 말고, 간장에 찍어 먹자. 고기 끝에 살짝 찍는다. 간장 소스가 짜면 물이나 식초를 넣어 희석시킨다. 육식을 먹을 때 소스와 쌈장을 함께 먹는 경우가 많다. 하나만 얹어 먹자. 삼계탕도 고기를 소금에 찍어 먹지 말고, 끝에 살짝 발라 먹는다. 생활 속 작은 습관이 건강을 지킨다.
술안주도 요주의 대상이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 먹는 나초나 양념통닭, 칼칼한 찌개 등은 대표적인 고염식이다. 튀긴 통닭은 껍질을 벗긴다. 아예 과일을 고르는 게 상책이다. 돈가스를 먹을 땐 소스를 따로 달라고 주문한다.
저염식 간식 이렇게 만들자
어린이는 체표 면적이 어른에 비해 작아 염분 섭취량이 더 적어야 한다. 햄이나 소시지, 스낵, 치즈, 오이피클, 옥수수 통조림 등엔 염분이 많다. 정혜정 교수는 “청소년층에서 고염식 문제가 심각하다.”며 “특히 여학생들이 냉면, 쫄면, 떡볶이, 라면 같은 간식을 먹을 때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자녀에게 간식을 줄 땐 고구마나 감자, 옥수수를 쪄주거나 과일을 준다. 가공식품은 가급적 주지 않는다. 대표적인 간식인 떡볶이는 어떻게 만들까? 채소는 기름에 따로 볶고, 떡은 끓는 물에 데쳐 부들부들하게 만든다. 소스는 간장이나 고추장에 전분을 넣고 걸쭉하게 만든다. 걸쭉한 전분이 소금 없이도 짠맛을 강하게 느끼게 한다. 그런 다음 떡과 채소를 기름에 다시 볶는다. 마지막으로 소스를 뿌려 섞어먹는다. 소스 범벅을 해 먹지 말자는 얘기다.
김종진 교수는 대한순환기학회 보험위원, 홍보위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중앙심사위원, 전문심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정혜정 교수는 연세대 이학박사로 김포대 전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우송대 외식조리유학과 학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