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정희 기자】
【도움말 | 연세의대 강남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김경수 교수】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는 우리 몸. 특정 부위가 제 기능을 못하면 다른 부위가 이를 대체하느라 고생하고, 질병이 생긴다. 코에 문제가 있거나 기타 잘못된 습관이 들어 입으로 숨쉬는 사람이 많다. 이는 포유류에게는 원래 없는 호흡법으로 부자연스런 일이다. 당장엔 큰 불편함이 없어 그냥 넘어간다지만 지속하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원인과 대책을 알아본다.
당신도 혹시 입으로 숨을 쉬세요?
혹시 멍하니 입 벌린 채 숨 쉬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는가? 최근 구강호흡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도가 많다. 이에 궁금증도 높아지고 있는데 과연 얼마나 안 좋을까?
숨은 코로 쉬는 것이지만 입으로도 쉴 수 있다. 한 마디로 입으로 숨 쉬어서 죽는 사람은 없다.
강남세브란스 이비인후과 김경수 교수는 “입호흡이 우리 몸에 생사를 넘나드는 치명적인 작용을 하는 것은 아니다.”고 밝히고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입호흡은 우리 몸의 면역계를 교란시켜 감염성 비염, 만성축농증, 기관지염, 폐렴, 천식 악화 등 각종 합병증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나 어른이나 다 문제!
소아가 지속적으로 입호흡을 한다면 이미 언급한 합병증뿐 아니라 턱관절 변형으로 부정 교합이 생길 수 있고, 하악골이 작아지며, 인중이 길어지는 아데노이드 형 얼굴이나 주걱턱 얼굴로 성장할 수도 있다.
김경수 교수는 “성장기 아이에게 이러한 안면기형이 생기면 발음에 문제가 생기고, 미용상 좋지 않아 정서가 불안해지고 자연스런 대인관계 형성에도 지장을 받아 성격장애까지 초래할 수 있어 위험하다.”면서 “부모가 아이에게 더욱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한다.
잘못된 호흡이 성장기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독일 튀빙겐대학 크리스티안 포에츠 교수는 “잠잘 때 입으로 숨을 쉬거나 코를 고는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학습 능력이 2~3배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일본 TV 프로그램 ‘동물 기상천외!’는 입으로 숨을 쉬는 초등학생 16명을 코로 숨을 쉬게 교정하자 모든 아이들의 체력이 향상된 것은 물론 집중력도 높아진다는 실험 결과를 방영하기도 했다.
그럼 어른들은 어떨까? 이미 얼굴의 뼈 성장이 끝난 상태이므로 얼굴 모양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역시 턱관절에 이상이 올 수 있고, 입안이 마르는 구강 건조증이 생겨 세균이 잘 번식할 수 있다. 이때 발생하는 황산화 물질이 구취를 유발하고 치아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 치아질환은 일상적으로 대화에 지장을 줘 당장 사회생활도 위축받게 된다.
게다가 성인은 입호흡을 할 때 수면 무호흡증을 동반할 경우가 많다. 수면 무호흡이 심해지면 그 결과는 자못 심각해진다.
김경수 교수는 “부정맥,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환, 저산소증을 동반한 호흡부전, 폐질환 등의 원인이 될 수 있고, 수면 분절(중간 중간 끊기는 현상), 낮에 심하게 졸림, 피로감 등의 증상이 발생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입호흡을 하는 원인은?
먼저 코가 우리 몸에서 하는 기능을 살펴보자. 코는 폐로 들어가는 공기의 온도와 습도를 조절한다.
또 섬모(가는 털)와 점막에서 분비하는 점액 등을 통해 공기 중의 무수한 먼지와 세균을 걸러준다. 숨을 쉴 때도 코를 거쳐야 폐에 적정 압력을 전달해 숨이 차지 않게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익히 알듯 냄새를 맡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입호흡은 여과하지 않은 공기가 폐로 들어가기 때문에 각종 호흡기질환에 걸리기 쉽다. 또 건조한 공기 때문에 입안이 말라 숨을 쉬어도 항상 숨이 찬 증상을 보인다.
그러므로 입호흡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코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김경수 교수는 “이들은 비염, 비중격 만곡증, 축농증, 아데노이드 비대 등의 질환이 있으므로 이 질병을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한다.
입호흡을 교정하려면…
코에 질환이 있는지 확인할 것
우선 코로 숨 쉬는 것을 방해하는 구조적인 요인이 있는지 확인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콧병이 있다면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 콧병 중 가장 흔한 비염은 약물과 수술로 치료하고, 비중격 만곡증이나 만성 축농증은 비중격 교정술과 부비동 수술로 비강(콧구멍에서 목젖 윗부분에 이르는 빈곳)을 넓혀줘야 한다. 소아에게 흔한 아데노이드 비대증도 아데노이드 제거 수술이 필요하다. 코골이를 동반하면 수면 자세를 바꿔준다. 이 때 똑바로 눕지 말고, 옆으로 누워서 머리를 높이고 자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 구개 성형술 등 수술적 치료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김경수 교수는 “증상을 치료한 후 의식적으로 입을 다물고 코로 숨을 쉴 수 있도록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꾸준히 관리해야 교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보조기는 시중에서 구할 수 있다. 보통 운동선수들이 많이 쓰는데 콧속에 넣어 비강을 넓혀 숨쉬기 편하게 해주는 노이즈리프트가 대표적이다. 또 치아가 벌어지는 것을 막는 브레스트레, 입이 열리지 않게 하는 입술테이프, 입근육인 구륜근과 볼근육인 협근을 긴장시켜주는 슬림호호 등이 있다.
생활습관도 바꿀 것
입호흡은 코질환 말고도 비만이 원인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체중 감소가 필요하다. 또 흔히 알듯 수면과 호흡은 뗄 수 없는 관계다. 숨을 편히 쉬어야 잠도 깊이 들 수 있다는 것. 따라서 잠자기 전 술을 먹거나 안정제를 복용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잘 때는 낮고 푹신한 베개를 베면 도움이 된다.
김경수 교수는 대한이비인후과학회 간행위원, 대한천식 및 알레르기학회 학술위원, 대한비과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동아일보 선정, 코 질환분야 베스트 닥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