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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테라피] 브레이크 없는 삶 빨리빨리병이 내 몸을 죽인다

2015년 08월 건강다이제스트 면역호 99p

【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수 교수】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 중 하나가 “빨리빨리”라고 한다. 자판기 커피 버튼을 누르자마자 컵이 나오는 곳에 손을 넣고 커피를 기다리는 한국인의 모습을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빨리빨리’ BEST 10중 1위로 꼽기도 했다. 외국인에게 놀라움과 의아함을 주는 ‘빨리빨리’ 성향에 대해 우리 역시 ‘병’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지 오래다. 그래서 “빨리빨리 하다가 빨리 간다.” “빨리빨리가 병을 만든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빨리빨리병이 우리 건강에는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그리고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았다.

‘빨리빨리’에 내 몸은 너덜너덜!

‘빨리빨리’가 한국인의 특성으로 여겨지게 된 이유는 뭘까? 차의과학대 분당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수 교수는 “한국전쟁 이후 급속한 산업화로 고속 성장하는 동안 치열한 경쟁, 빠른 결정, 신속한 실행이 미덕으로 여겨지게 되면서부터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빨리빨리’가 고착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70년대에는 급속한 경제 성장이 ‘빨리빨리’를 부추겼다면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무엇 때문에 ‘빨리빨리병’에 시달리는 걸까?
이강수 교수는 “현대인이 느끼는 사회 상황, 정신적 스트레스 등과 연관해서 병적일 수 있다.”며 “불확실성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한 사회, 그리고 불안 수준이 높은 사람이라면 빨리빨리 성향이 커질 수 있다.”고 말한다.
불확실성을 최대한 제거하기 위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고 항상 바쁘게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일에 대한 걱정이나 불안이 많은 사람은 대개 빨리 일을 처리해 결과도 빨리 보려고 한다. 그에 따라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정도가 결정 나기 때문이다.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클수록 불안하게 되고, 불안을 느낄수록 빨리빨리가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빨리빨리는 업무 처리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식당에서 주문할 때 “빨리 되는 게 뭐예요?”라고 묻는 사람도 적지 않다. 빨리 나오는 음식을 찾고, 음식이 나오면 속전속결로 해치운다. 빨리 먹고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식사를 빨리하면 시간을 아낄 순 있겠지만, 몸은 혹사당한다. 빨리 먹을수록 과식하게 되고, 제대로 씹지 않아 소화도 잘 되지 않는다. 소화가 잘 안 돼 속이 더부룩하다 싶으면 이를 빨리 해결하기 위해 소화제를 달고 살게 된다. 우리 몸이 제 기능을 할 틈도 주지 않는 것이다.
이뿐인가? 감기가 걸렸다 싶으면 빨리 낫기 위해 주사를 먼저 찾는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몸의 신호를 주사로 대응하니 면역력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오히려 더 오래 감기를 앓거나 자주 앓게 된다. 또 빨리 취하려고 폭탄주를 마신다, 빨리 살을 빼려고 식이요법이나 운동 대신 약을 먹는다, 일이 원하는 대로 빨리 처리되지 않을 때 화를 참지 못한다 등 우리의 일상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빨리빨리’라는 거대한 수레바퀴에 얹혀 굴러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전히 바쁘고 경쟁은 치열하기만 해 현대인은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위협받고 있다.

‘빨리빨리병’에서 몸과 정신 구하기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건강에 해를 끼치는 빨리빨리병! 여기서 벗어나도록 도와줄 꿀 팁을 소개한다.

1 복식호흡하기
현대인들의 ‘빨리빨리’ 원인 중 하나가 불안이다. 이강수 교수는 “불안을 느끼거나 빨리빨리만 하다 보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돼 혈압이 오르고 심장이 빨리 뛰는 증상이 생긴다.”며 “복식호흡은 몸을 이완시켜 교감신경을 진정시키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한다.”고 말한다.
복식호흡은 장소에 구애 없이 5초간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가 5초간 천천히 내쉬면 된다. 명상이나 요가도 교감신경을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2 뜨거운 차 즐기기
뜨거운 차는 찬 음료와 달리 빨리 마시기 어렵다. 이강수 교수는 “더운 여름이라도 뜨거운 차를 천천히 마시면서 마음을 가라앉히거나 명상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3 술과 담배 피하기
불안은 스트레스로 곧잘 이어진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술이나 담배, 커피 등으로 빨리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사람이 많다. 특히 빨리 취하려고 폭탄주를 마시는 것 역시 빨리빨리의 일면이라 할 수 있다. 술, 담배 등은 오히려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력을 떨어뜨리므로 절주하거나 금연하는 것이 좋다.
4 천천히 먹기
패스트푸드보다는 슬로우푸드를, 빨리 먹기보다는 천천히 먹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이강수 교수는 “음식을 먹을 때 빨리 먹느라 잘 씹지 않고 삼키면 위장병이나 만성적인 피로, 비만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음식을 먹을 때 천천히 꼭꼭 씹어 음식물이 입안에서 물이 될 때까지 씹는 게 좋다.
5 스트레칭 하기
무언가를 빨리빨리 하다 보면 각성이나 긴장 상태가 오래가고, 몸의 근육이 굳어져 근육통이 잘 생길 수 있다. 이강수 교수는 “틈틈이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자주 해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켜주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6 멍 때리기
무조건 빨리하는 것보다 적당히 쉬면서 하는 게 오히려 더 능률이나 효율을 높여줄 수 있다. 이강수 교수는 “멍 때리는 동안 뇌는 휴식을 취한다. 뇌의 휴식은 능률을 올려주므로 멍 때리는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7 빨리해야 할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구분하기
모든 것을 빨리빨리 해야 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은 빨리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도 분명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렇지 않은 것까지도 너무 빨리하려고 한다. 이강수 교수는 “빨리해야 하는 것과 여유를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이것이 빨리빨리병에서 벗어나는 데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8 현재에 집중하기
과거에 얽매이고 미래를 너무 앞서서 생각하다 보면 빨리빨리 해야 하는 상황으로 자신을 몰고 갈 수 있다. 따라서 현재에 집중하면 그런 상황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 이강수 교수는 “‘지금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며 “식사할 때는 씹는 것에 집중하고, 호흡할 때는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현재에 집중하는 연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9 자기만의 속도 가지기
빨리 식사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으면 어느새 자신도 빨리 식사하게 된다. 늦게 먹는 게 눈치도 보이고, 늦게 먹는다고 눈총도 받는다. 자신만의 속도보다는 타인의 속도를 강요받게 된다. 하지만 자신만의 속도를 찾아 유지하는 것이 빨리빨리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
자기만의 속도를 찾는다는 것은 남의 눈치를 보거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의 속도를 정하는 것이다. 즉 자신에게 너무 느리지도 않고 너무 빠르지도 않은, 자신이 최대의 효율이나 능률을 낼 수 있는 속도를 정하는 것이다. 이강수 교수는 “자신만의 목표나 속도를 설정하는 것이 행복이나 건강을 위해서 필요하다.”면서도 “사회생활 등에서 자기 속도를 유지할 수 없더라도 그 외에 자기만의 시간에서는 자기만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10 디지털 디톡스 하기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점점 더 빨라졌으면 하고 바라는 것 중 하나가 이동통신 속도다. 이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기기의 사용 역시 현대인들의 빨리빨리병을 키우는 데 한몫한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에서 종종 발생하는 단 몇 초간의 버퍼링이 견딜 수 없었던 적이 한 번은 있지 않은지? 이강수 교수는 “주말에 자연으로 나가서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를 꺼두고 생활하는 것들도 빨리빨리병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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