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김병진 교수】
더운 여름이면 생각나는 오싹한 공포영화. 이런 수많은 공포영화에서 공식처럼 여겨지는 공통점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주인공의 목숨을 노리는 범인은 꼭 가까이 있는 것이며, 나머지 하나는 잠깐의 쾌락에 빠져있던 등장인물은 꼭 결과가 안 좋은 것이다. 그런데 이 공포영화의 두 가지 공통점은 동맥경화(죽상동맥경화증)와 똑 닮았다. 먼저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범인도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다. 그리고 기름진 음식, 움직이지 않는 생활 등 쾌락을 즐기면 건강을 잃게 된다는 점이 같다. 그냥 두면 우리 생명을 위협하는 무서운 동맥경화. 그 공포심을 잠재워 줄 동맥경화 예방법을 알아본다.?
차곡차곡 쌓여 시한폭탄으로~
“씽씽 달려야 산다.” 우리 몸 혈관 속 혈액 이야기다. 막힘없이, 장애물 없이 씽씽 혈액이 내달려야 우리 몸 곳곳에 영양과 산소를 전달할 수 있다. 그런데 종종 혈액의 질주를 막는 일이 벌어진다. 동맥경화(죽상동맥경화증)다.
동맥경화는 혈관의 가장 안쪽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고 내피세포가 증식한 결과 ‘죽종’이 형성되는 것을 말한다.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김병진 교수는 “죽종은 쉽게 말해 혈관에 ‘때’가 끼는 것으로 보면 된다.”며 “이 때가 혈관을 좁히고 막히게 해 혈액순환 장애를 유발한다.”고 설명한다.
때라고 해서 우리 피부에 생기는 때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혈관이 좁아지고 막히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대표적인 것이 협심증, 심근경색, 말초혈관폐쇄성질환이다. 잘 알다시피 심장근육으로 혈액이 못 가서 생기는 심근경색은 돌연사의 대표 원인이다. 협심증은 심근경색으로 진행될 수 있다. 말초혈관폐쇄성질환은 장기 기능 손상을 일으키고 심하면 절단,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증상 없다고 안심하면 안 돼!
우리 혈관은 여간해서 자신의 속사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김병진 교수는 “동맥경화가 진행돼도 대부분은 증상이 없으며 증상이 드러났을 때는 혈관 내부가 상당히 막혀 있을 때가 많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 통증이다. 가만히 있을 때는 괜찮은데 힘든 일을 할 때, 언덕을 오를 때, 뛸 때 가슴이 아프면 동맥경화 때문에 생긴 협심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속이 메슥거리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김병진 교수는 “나이가 많거나, 심근경색 등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당뇨·고혈압·이상지질혈증 환자, 흡연자는 동맥경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특히 이 중 여러 가지가 자신에게 해당된다면 정기적으로 동맥경화 정도를 알아볼 수 있는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또한 오래된 파이프에 녹이 슬고 이물질이 쌓이듯 나이가 많을수록 동맥경화가 심한 편이지만 젊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동맥경화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젊은 시절부터 시작돼 서서히 진행되다가 몇 십 년 후에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젊을 때부터 혈관에 이물질이 쌓이지 않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방법은 생활 속 가까이에 있다.
막힘 없이 신나게 씽씽~ 동맥경화 예방법
1. 30분 이상 운동한다!
동맥경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운동은 필수다. 하루에 30분 이상 매일 하는 것이 좋다. 김병진 교수는 빨리 걷기, 수영, 에어로빅, 아쿠아로빅 등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할 것을 권한다. 운동을 하면 볼록 나온 배가 쏙 빠지듯이 혈관 벽에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죽종을 예방할 수 있다.
2. 이상지질혈증·고혈압·당뇨병을 조절한다!
이 세 가지 질환은 동맥경화와 악연 중의 악연이다. 한 가지만 있어도 동맥경화의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세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다면 광범위하고 심각한 동맥경화가 일어날 수 있다. 빨리 이러한 질환에서 벗어나자.
3. 담배는 바로 끊는다!
담배는 혈관에 치명적인 성분을 내뿜는다. 김병진 교수는 “혼자 끊는 게 어려우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끊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담배를 끊을 때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김병진 교수는 “금연한 후에 생기는 체중 증가를 조심해야 한다.”며 “체중 증가로 인해 대사증후군 등이 생길 수 있으므로 금연 계획 속에는 운동 계획도 포함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4. 나쁜 지방을 멀리해라!
동물성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등은 동맥경화를 앞당기는 지방이다. 기름기 많은 소고기, 돼지고기 대신 닭이나 오리의 가슴살, 등푸른 생선 등을 먹는 것이 좋다. 김병진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먹는 삼겹살 구이는 삼겹살의 많은 지방도 문제지만 기름에 튀겨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서 더욱 해롭다.”고 말한다. 튀김과 마가린이나 버터가 든 음식은 가능한 먹지 않는다.
또한 오징어, 문어 등 발이 많이 달린 어류에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다. 김병진 교수는 “생오징어보다 마른오징어에 콜레스테롤이 많으므로 지나치게 먹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5. 채소·해조류·과일을 자주 먹는다!
패스트푸드, 과자, 케이크, 도넛 등은 입은 즐겁게 할지는 모르지만 혈관을 병들게 하는 주범이다. 담백하게 채소나 해조류 위주로 식탁을 차리고, 약간의 과일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6. 밥 먹을 때 웃는다!
스트레스는 그 자체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올린다. 반면 웃으면 혈관확장물질이 분비되어 혈액순환에 좋다. 김병진 교수는 “웃는 게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바쁘게 하루를 보내다 보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 웃는 게 어렵다.”며 “하지만 밥 먹는 것은 안 잊어버리기 때문에 밥 먹을 때마다 마주 보고 10초씩 큰소리로 웃으면 된다.”고 말한다. 여러 명이 웃다 보면 더 오래 웃을 수 있다.
7. 술은 적당히 마신다!
술은 한 번 마시면 적당히가 안 되는 것이 가장 문제다. 어떤 술이든 2잔 이상 마시면 해롭다. 김병진 교수는 “술과 함께 먹는 안주도 문제”라며 “동물성 지방이 넘쳐나고 기름지고 짠 안주는 혈관을 병들게 한다.”고 말한다.
8. 표준체중을 유지한다!
자신의 신장에 맞는 표준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비만은 동맥경화를 돕는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 등과 관계가 깊다. 일정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표준체중을 유지한다.
TIP. 대한심장병학회의 동맥경화 예방하는 심장수호 7계명
1 동맥경화의 위험요소(이상지질혈증·고혈압·당뇨·흡연 등)를 잘 조절한다.
2 소금·당분·콜레스테롤이 적은 음식을 먹는다.
3 채소류·해조류·과일 등을 즐겨 먹는다.
4 일정한 운동과 식이요법을 통해 표준체중을 유지한다.
5 적절한 신체활동을 한다.
6 금연 및 금주를 한다.
7 스트레스를 줄이고 희망적이며 긍정적으로 생활한다.
김병진 교수는 관상동맥질환, 심혈관 중재술, 심장초음파 등을 전문으로 연구하고 있다. 대한순환기학회, 대한고혈압학회, 대한심장초음파학회 등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에서 2008 Clinical research award를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