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유은정의좋은의원 유은정 원장】
비만 해소의 관건은 음식량이다. 아무리 많은 운동을 한다 해도 엄청난 양의 과식을 한다면 살은 찔 수밖에 없다. 그러면 우리는 왜 과식하게 되는 걸까? 기본적으로는 우리는 배가 고파서 먹는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쌓여서, 불안해서, 우울해서, 슬퍼서 먹기도 한다. 이런 때에는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고, 배가 부른데도 계속 뭔가가 부족한 것 같다. 끝없는 갈증 같은 허기를 채우려 먹고 또 먹고… 결국엔 폭식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를 끝없는 식탐으로 이끄는 ‘감정의 허기’를 제대로 다스릴 수 있다면 살과의 전쟁에도 종지부를 찍을 수 있지 않을까? ‘감정의 허기’를 다스리고 해소할 방법을 알아보자.?
감정의 허기? 가짜 배고픔!
배고픈 것도 아닌데 스트레스 때문에 과식 또는 폭식해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처럼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느끼는 허기를 ‘가짜 배고픔’이라고 한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뇌의 포만중추가 포만감을 느끼고, “그만 먹으라.”는 신호를 보내는데, 이 포만중추는 감정의 영향도 받는다. 즉 스트레스가 없고, 기분이 좋아도 포만중추는 포만감을 느낀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심하고, 불안하고, 우울하고, 슬프면 이러한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포만중추는 배고픔, 허기를 느낀다. 감정의 허기를 과식이나 폭식으로 없애려는 보상 심리 같은 것이다.
정신과 의사로서 비만클리닉을 운영하는 유은정의좋은의원 유은정 원장은 “먹는 것에 집착하거나 살찌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날씬한데도 몸매에 집착하는 사람들의 진짜 문제는 체중이 아니라 마음의 상처였다.”며 “그로 인한 심리적인 허기 때문에 아무리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아 폭식증의 늪에 빠지고, 또 그런 식욕을 참지 못하는 자기비하의 부정적인 감정이 이어지면서 악순환이 계속됐다.”고 말한다.
이러한 과식이나 폭식은 소화불량, 위산 분비 과다, 비만 등의 건강상의 문제뿐만 아니라 우울감, 자기비하, 실망, 허전함, 무기력증 등의 정신적 문제도 동반한다.
진짜 허기와 감정적 허기, 구별은 어떻게 할까?
유은정 원장은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고, 속이 쓰린 신체적 증상이 나타나고, 배가 불렀을 때 식사를 멈출 수 있다면 진짜 허기”이지만 “특정음식이 계속 생각나고 배가 불러도 숟가락을 놓지 못하면 감정적 허기일 가능성이 많다.”고 말한다. 적당량의 식사나 물 등으로 배를 채웠는데도 허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감정적 허기를 느끼게 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마음을 들여다보아야 하겠다.
나의 ‘감정의 허기’는 어떤 유형?
‘감정의 허기’를 느끼면 공통적으로 과식이나 폭식을 하지만, 감정의 허기를 느끼는 원인은 각기 다르다. 그 원인에 따른 유형과 대처법을 알아보자.
● 일중독형 | 일에 지쳐서 과식
현대인들은 자의 혹은 타의로 일중독에 빠져 있다. 자아실현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개는 낙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일을 놓지 못한다. 이들은 음식으로 일의 피로를 해소한다. 음식은 긴장 해소, 재충전의 도구, 휴식을 뜻한다. 핵심 감정은 불안감.
▶처방 : 혼자만의 휴식. 퇴근길에 짧은 산책, 홀로 영화 감상, 마사지, 반신욕 등 자신만의 자유시간을 가진다.
● 다이어트 강박형 | 계속 참다 끝내 폭식
식욕을 과도하게 억제하는 다이어트가 폭식을 부른다. 음식을 줄이면 감정이 자극돼 오히려 먹는 것에 더 집착하게 된다. 스프링을 억지로 누르고 있다가 손을 떼면 더 높이 튀어 오르는 것과 같다. 다이어트는 머리가 아닌 감정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핵심 감정은 무력감.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자신에게 느끼는 감정이다.
▶처방 : 위로 푸드(comfort food). 먹고 싶은 음식은 죄책감 없이 먹는다. 지나친 통제는 오히려 심리적 허기를 키운다.
● 분풀이형 | 분노를 먹는 것으로 삭임
누군가를 향한 분노·실망감을 밖으로 표출하지 못할 때 심리적 허기가 발동한다. 먹는 것은 즐거움이 아니라 분노의 표현이자 화풀이용이다. 분노를 억누르다 보면 다른 무언가로 표출되기 마련이다.
▶처방 : 감정 털어놓기. 자신의 내면에 귀를 기울이고 그 감정을 남에게 털어놓는다. 자기감정에 최대한 솔직한 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전략이 된다.
● 자기 파괴형 | 자기 모습에 늘 불만
여성의 90% 이상이 ‘나는 다이어트가 필요하다.’고 여긴다. 더 예쁘고 날씬해지고 싶은 건 자연스러운 욕망이지만 자기 비하가 심하면 심리적 허기도 커진다. 존재에 대한 결핍감을 음식으로 채우겠다는 보상 심리다. 이 유형은 남보다 자신을 평가할 때 훨씬 엄격해서 주변에서 ‘너도 날씬하다’고 말해도 소용없다. 폭식증·비만환자의 상당수가 자기 파괴형에 속한다.
▶처방 : 자아 존중감 회복. 매일 하루에 한 가지씩 자신을 칭찬하고, 그에 합당한 선물을 스스로에게 준다. 자신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감정은 위로받는다.
● 착한 여자형 | 지나친 배려심이 독
타인에겐 친절하면서 스스로에겐 음식으로만 보상해 살찌는 경우다. 이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에 신경을 쓰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런 지나친 배려심은 때로 자신에게 스트레스(독)로 돌아오는데 이를 풀기 위해 음식이 필요한 것이다.
▶처방 : 자기주장 연습. 거절은 의사 표현일 뿐 이기적인 행동이 아님을 명심한다.
● 외톨이형 | 외롭고 허전해서 과식
혼자 있을 때 자꾸 무언가를 먹으려 한다면 외로움을 의심해보자. 자취생, 기러기 아빠, 낮에 혼자 있는 주부들 가운데 외톨이형이 많다. 외로움을 음식으로 달랜다. 음식이 곧 친구인 셈이다.
▶처방 : 친구 찾기. 꼭 사람일 필요는 없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삼는다. 동호회, 운동모임 등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유은정 원장은 “겉보기에는 감정적 허기가 다이어트의 문제로 보이지만, 심리적인 원인은 사랑을 받고 싶은 마음, 허전함, 공허함에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가는 인생의 여정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감정의 허기, 이렇게 다스려라
감정의 허기가 밀려오면 어떻게 이를 다스려야 할까? 가짜 배고픔을 해소하는 생활 실천법을 소개한다.
1 진짜 vs 가짜 배고픔 구별하라
허기가 느껴지면 일단 10~20분 정도 참아본다. 과식을 막을 수 있고, 심리적인 허기인지 살펴볼 수 있다. 때로는 허기와 목마름이 구별이 안 되는 경우도 많으니 물을 한 컵 마셔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2 음식에 노출 No! 양치나 가글 OK!
음식을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둔다. 배가 많이 고플 때는 장을 보거나 음식점에 가지 않는다. 특히 뷔페처럼 과식하게 되는 곳을 약속장소로 잡지 않는다. 자꾸 음식이 당길 때에는 양치질 또는 가글로 입을 헹구면 음식에 대한 욕구가 사라진다.
3 감정을 살펴보고 다독여라
식사했는데도 자꾸 배가 고프다면 심리적인 허기 이면의 감정을 살펴보자. ‘아, 내가 심심해서 먹는구나.’ ‘지금 짜증이 났구나.’ ‘화가 났구나.’ 등 자신의 감정을 살펴볼 여유를 가져본다.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허기가 줄어들 수 있다.
4 다른 일에 집중하라
음식 말고 산책, 운동, 전화, 게임 등 다른 관심거리를 찾는다. 재미있는 일을 찾아 그것에 집중하면 심리적인 허기는 줄어든다.
5 입안을 가득 채우라
껌이나 사탕을 먹어 입안에 무엇인가 가득 차 있게 한다. 입안이 차 있으면 아무 생각 없이 먹는 행동이 줄어든다.
6 먹는 행동으로 이어지는 습관을 버리자
습관적으로 먹는 행동을 줄이려면 그 습관을 끊는 방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퇴근 후 집에 들어가자마자 냉장고 문을 여는 습관이 있다면, 그 행동을 하기 전에 샤워나 목욕을 하자. 그러면 먹고 싶은 충동이 사라질 확률이 높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