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기옥 기자】
【도움말 | CHA의과학대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호석 교수】
뉴스를 통해서 혹은 일상에서, 분개하고 분노할 일이 늘 새롭게 등장하는 하루하루. 소위 ‘분노 중독 사회’라 불리는 시대를 살면서 미처 삭이지 못한 화와 분노가 현대인들의 마음을 갉아먹고 있다. 공격적이고 파괴적인 형태로 표출되어 인간관계를 해체하고 사회를 위험과 불안에 처하게도 한다. 이런 분노를 진정시키고 마음의 평화와 정신 건강을 유지하는 법, 분노 해소 기술을 알아본다.
PART 1. 좋은 분노 vs 나쁜 분노
공격적이고 파괴적으로 표출되는 분노. 이런 분노를 조절하는 것이야말로 죽을 때까지 해나가야 할 지상 과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분노는 나쁘기만 한 걸까?
CHA의과학대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서호석 교수는 “‘화가 나는 것’과 ‘화를 내는 것’은 아주 다른 문제”라며 “이런 분노를 어떻게 표출하느냐가 중요하며 이에 따라 분노가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연구에 의하면 분노는 대개 타인에 의해 고의로 유발된, 불쾌하고 공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경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신이 부당한 대우받는다는 느낌이 분노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며, 부도덕한 행동을 목격한 때도 분노를 느낀다고 한다.
불의에 맞선 정당한 분노가 우리 사회를 발전시킨 큰 힘이 되어 온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분노를 어떻게 표출, 해소하느냐에 따라 분노는 긍정 또는 부정의 양면성을 띠게 된다.
하지만 대체로 분노는 개인에게나 집단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분노하면 할수록 분노는 점차 증폭되고 강화된다. 처음에는 소리만 질렀지만, 점차 물건을 집어 던지고 폭행까지 하게 된다. 그래서 거의 모든 문화권은 집단을 해칠 수 있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분노를 취급하고, 함부로 화내지 않도록 하거나, 화를 평화적으로 다스리도록 발전시켜왔다.
PART 2. 상황별 분노 해소 기술
누구나 마음의 평화를 원하지만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휩싸이기도 한다.
서호석 교수는 “분노 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것은 상대가 나를 화나게 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이 충분히 수양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부당한 대우를 받는 상황일지라도 분노를 직접 겉으로 드러내는 것보다는 평온하고 침착한 마음으로 차분하게 대처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며, 무엇보다 분노로 감정을 쏟아내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먼저 배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현명하게 자신과 상대방의 분노를 해소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상황 A. 자신이 분노를 느낄 때
1 스트레스로 화가 날 땐 심호흡을 한 번 하자. 그리고 ‘이렇게 화내면 나만 손해’라는 생각을 해보자. 또한, 근육이완요법을 천천히 실시하면서 마음을 다독거려보자.
근육이완요법
● 팔, 등, 다리 등 각 근육별로 나눠서 1에서 10까지 서서히 세면서 근육을 긴장시킨다.
● 최대한 긴장한 상태에서 잠시 머문다.
● 그런 다음 다시 1에서 20을 세면서 서서히 근육을 이완시킨다.
● 20이 가까워지면서 근육의 긴장을 거의 못 느끼는 상태로 한다.
2 분노가 치미는 상황에서는 잠시 5분간 쉬었다가 진정되면 분노를 표현하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그대로 표현해봤자 시간이 지난 뒤 후회만 있을 뿐이다. 잠시 쉬면서 화가 났던 상황을 되짚어 보면 훨씬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이후 분노가 가라앉은 뒤에 자기 의견을 차분하게 주장하자.
3 화를 의식화해 구체적으로 표현하자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말로써 표현하자. 혼잣말이라도 좋다. 다른 이에게 불만을 표현할 때는 부정적인 말투보다는 불만을 구체적으로 표현하자. “매일 게임만 하고 공부 안 할 거면 나가!”라는 말 대신 “네가 공부할 시기에 제대로 안 하니 걱정이 되고 화가 난다.”고 말해 보자.
4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음을 상기하자
너무 완벽을 추구하다 보면 자기의 부족함에 화가 날 수 있다. 100점을 목표로 하나 95점을 받았다고 좌절하지 말자. 이때 부족한 5점 때문에 안달복달하고 자신을 자책하며 학대하지 말고, ‘그래도 잘했네. 100점이면 더 좋았을 텐데 5점이 부족하구나. 다음에는 더 잘해서 부족한 5점을 채워야지.’라고 생각하자.
상황 B. 상대방이 자신에게 분노할 때
상대방이 자신에게 화를 내면 대개 자신도 같이 화내게 되고 결국 싸움으로 이어진다. 이럴 땐 다음과 같이 해보자.
1 상대방이 화내는 이유를 생각해 보고, 이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초점을 맞추자.
2 상대방이 분노가 치민 상황이면 잠시 쉬도록 유도하고 진정되면 대화를 시도한다.
3 차분한 어조로 대화를 시도해본다. 대개 불공평한 느낌에 화를 내는데, 화난 이유를 상대가 자세히 표현하게끔 유도한다.
4 자리를 피하는 것도 상책이다. 위와 같은 시도에도 상대방이 계속 분노를 제어하지 못해서 자신도 화가 나서 도저히 참을 수 없거나, 되돌릴 수 없는 일을 저지를 것 같거나, 후회할 말을 할 것 같은 때에는 자리를 피하는 것도 상책이다. 화나는 상황에서 한발 물러서는 것이다. 이때 자리를 피하는 이유를 분명히 설명하는 것이 좋다. “당신과 계속 얘기하니 화만 나는군요. 내가 자리를 뜨는 편이 낫겠고 나중에 얘기합시다.”
PART 3. 화가 날 때는 이렇게~ 분노 해소 기술
본능적인 감정인 분노는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서호석 교수는 “꾸준히 일상생활에서 명상이나 요가, 심호흡, 운동 등으로 분노에 대처하고, 연습과 훈련을 통해 노력하면 분노를 예방하고 통제하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한다.
1 ‘마음챙김(mindfulness) 명상’
정서의 진정한 뿌리를 알아야 분노를 치유할 수 있다. 마음챙김 명상으로 매 순간의 정서를 똑똑히 파악할 수 있다.
2 운동
분노의 에너지를 생산적으로 변화시켜준다. 운동으로 엔도르핀이 증가하면 스트레스를 완화해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3 자신만의 화풀이 방법을 모색하라
순간의 화를 있는 그대로 표출하는 것도 올바른 방법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억지로 화를 참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서호석 교수는 “마음속에 꾹꾹 눌러 담은 화는 스트레스가 되어 여러 신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정서적으로는 우울감이나 불안감 등으로 표현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화가 날 때 화를 적절히 풀어낼 자신만의 방법을 모색해두자.
4 수동공격성을 극복하라
‘수동공격성’은 고집을 부리거나 삐딱한 태도를 보이고 꾸물거리는 등의 소극적 방법으로 상대에게 자신의 억압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다. 이는 되려 상대를 분노케 하며, 인간관계와 작업능률에도 지장을 주어 자신에게 피해를 가져온다.
5 전문가와 상담하라
분노를 참지 못하거나 조절이 안 되거나 혹은 참기만 하고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른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나 분노조절 상담지도사 등의 전문가와 상담해 보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분노조절장애 테스트>
1 일이 생각처럼 잘 풀리지 않으면 포기가 빠르고 쉽게 좌절감을 느낀다.
2 평소에도 급한 성격으로 금방 흥분한다.
3 타인의 잘못을 넘기지 못하고 마찰을 일으킨다.
4 자신이 잘한 일이라면 반드시 인정받아야 하고, 인정받지 못하면 화가 난다.
5 타인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고 억울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6 화가 나면 주변의 물건을 집어 던지고 본다.
7 중요한 일이나 약속에서 화를 참지 못해 일을 그르친 적이 있다.
8 내 잘못을 타인의 잘못으로 돌려 화를 낸 적이 있다.
9 화가 쉽게 풀리지 않아 눈물까지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10 게임할 때 의도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난다.
11 화가 나면 타인에게 거친 언행이나 폭력을 행사할 때도 있다.
12 분노를 어떻게 조절할지 몰라 쩔쩔맨다.
<평가>
3개 이하 : 분노조절이 가능한 정상적인 단계.
4~8개 : 분노조절 능력이 다소 부족한 단계.
9개 이상 : 분노조절을 못하는 단계.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을 받아 치료해야 한다.
서호석 교수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였고, 대한정신약물학회 학술이사, 대한불안의학회 교육이사, 한국정신병리진단분류학회 학술이사, 대한우울·조울병학회 이사, 대한수면의학회 이사로 활동 중이며, 현재 강남차병원 임상연구윤리위원회(IRB) 위원장, CHA 의과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부교수, 강남차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으로 우울증, 불안장애, 공황장애,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뉴로피드백 등을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