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백나래 기자】
【도움말 |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신동엽 교수 】
갑상선은 자동으로 조절이 가능한 기관이므로 어떤 이상이 생겨 삶이 엉망이 될 때까지도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기본적인 기능과 중요성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예방을 위한 습관과 함께 초기 발견 후 대처가 가능하다면 평생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면 갑상선 기능을 건강하게 사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호르몬을 분비하는 갑상선
“먹은 것도 없는데 살이 자꾸만 쪄요. 잠을 푹 자도 계속 피곤하고요. 다이어트 하려고 운동을 할까 했는데 그것조차 버거운 거 있죠. 배는 왜 이리 묵직한지. 갑자기 변비가 생겨서 화장실 가는 게 괴로울 정도예요.”
부산시 수영구 민락동에 사는 이현아(34세) 씨는 갑자기 변한 몸 상태가 이상해 병원을 찾았고, 자신이 갑상선기능저하증이라는 병에 걸렸음을 알게 됐다. 생각지도 못한 병이었다.
갑상선은 인체에서 여러 가지 호르몬을 분비하는 가장 큰 내분비 기관으로, ‘아담의 사과’라 부르는 목 앞 중앙 갑상연골 아래쪽에 나비 모양의 형태로 위치하고 있다.
음식물을 통해 섭취한 요오드를 원료로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어 몸에 필요한 만큼 혈중으로 분비하는 역할을 한다.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신동엽 교수는 “갑상선 호르몬은 주로 에너지 대사 속도 조절에 관여하고, 특히 소화나 태아의 성장 발달에 있어서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한다.
너무 많거나 or 너무 적거나
갑상선 기능 이상은 분비되는 호르몬의 변화로 인해 발병한다. 신동엽 교수는 “갑상선 기능 이상은 몸에서 필요로 하는 것보다 많이, 혹은 적게 분비가 되어 생기는 증상으로 피검사를 통해 갑상선 호르몬 농도를 측정해 이상 유무를 판별할 수 있다.”고 말한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생긴다. 일반적으로 정상인의 갑상선은 만질 수 없지만, 갑상선 기능 항진증 환자의 경우 갑상선 자체가 커져 불룩하게 튀어나와 만져지는 것이 특징이다.
또, 대사의 속도가 매우 빨라져 식사량이나 운동량의 변화가 없는데도 체중이 줄거나 배변 횟수가 많아진다. 그뿐만 아니라 여성의 경우 갑상선 호르몬이 여성호르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생리량이 줄어들거나 중단되는 경우도 있다. 자율신경계 역시 이상 증세가 많이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심장박동이 빨라져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손이 떨리는 증상 등이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항진증과는 반대로 호르몬이 필요량보다 적게 분비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대사의 속도가 느려지면서 몸이 붓고 변비가 생긴다. 체중 역시 증가하며 기온이 따뜻해도 추위를 타기도 한다. 생리량은 평소에 비해 많아진다.
갑상선 기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것들
그렇다면 갑상선 호르몬 분비에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뭘까? 신동엽 교수는 “가장 흔한 이유는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가장 중요한 재료인 ‘요오드’를 부족하거나 과하게 섭취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요오드는 해산물 등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에 많이 함유되어 있기에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요오드 결핍으로 인해 갑상선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는 드물다. 반대로, 해조류나 다시마환 등의 건강보조식품을 너무 많이 섭취할 경우 일시적으로 몸 안에 요오드가 많아져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과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또, CT 등 영상 검사 시행 시 먹게 되는 조영제 등으로 인해 갑상선 기능이 떨어질 때도 있다. 이런 경우들처럼 다양한 이유로 갑자기 갑상선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일시적인 갑상선 이상으로 본다.
최근에는 혈액검사 방법의 민감도가 높기 때문에 아주 경미한 갑상선 호르몬 수치도 감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일시적인 이상일 수 있기 때문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혈액검사를 반복해 경과를 보거나 추가 검사를 통해 기저질환 유무를 판단, 알맞은 치료 방법을 선택한다.
갑상선 기능 이상 치료는 어떻게?
갑상선 기능 저하증의 치료는 증상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것에 비해 복잡하지 않다. 부족한 갑상선 호르몬을 보충할 수 있는 약물을 복용하면 호르몬 수치가 정상적으로 회복된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은 저하증에 비해 치료방법이 복잡하다. 갑상선 호르몬 생성을 막는 항갑상선 약물 투여, 갑상선 절제 수술, 방사성 요오드 치료 등 환자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해 치료한다.
갑상선 건강 지키는 생활 속 노하우
요즘 우리 주변에는 젊은 나이에 갑상선암 수술을 했다는 사람이 참 많다. 또 갑상선 기능 항진증으로 살이 쏙 빠져 힘들어 하는 사람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걸핏하면 트러블을 잘 일으키는 갑상선!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을까? 신동엽 교수는 크게 3가지를 조심하라고 말한다.
1 특정 제품 과잉 섭취 금지하기
갑상선 기능 이상을 유발하는 원인 중 하나가 요오드 섭취다. 일상적인 식생활 안에서 요오드 섭취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요오드가 다량 함유된 특정 제품을 과다하게 먹거나 끼니마다 해조류를 너무 많이 먹는 것은 주의하자
2 스트레스 관리는 필수
유전적 소인으로 갑상선 이상이 있는 경우엔 100% 예방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염증을 악화시키거나 촉발시키는 요인 중 하나가 스트레스다.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는 기존의 유전적 소인을 기반으로 갑상선 기능 이상을 초래할 수 있는 염증을 유발시킨다. 건강한 사람이나 갑상선 이상이 있는 사람 모두 건강한 식생활과 더불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습관이 갑상선 건강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이다.
3 초기 질환 잡아내기
갑상선호르몬의 이상은 초기에 발견한다면 간단한 약물 치료 등으로 쉽게 조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갑상선 이상으로 의심되는 증상이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가 기저질환의 유무를 빠르게 확인하고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동엽 교수는 연세대 의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미국갑상선학회 정회원 및 대한갑상선학회 평생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연세대학교 노화과학연구소 객원 연구원으로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에서 진료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