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건강칼럼니스트 문종환】
지워지지 않는 비극, 아니 지울 수 없는 어두운 미래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적어도 먹을거리에 관한 한 그렇다. 농장은 없어지고 공장만 남고 있다. 동물농장이 아니라 동물공장이며, 식물농장이 아니라 식물공장이 되어 간다. 그렇게 먹을거리는 획일화되어 가고 있으며, 또한 영양학적 가치가 현저히 떨어지는 저질화가 가속되고 있다. 죽음으로 가는 밥상을 멈추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 밥상이 위험하다!
여러분은 닭이나 돼지, 소가 어떻게 사육되고 있는지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또한 대형마트의 싼 고기들이 어떤 방법으로 유통되고 있는지 생각해 본 일이 있는가?
소, 돼지, 닭들이 우리 밥상에 자주 올라올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대기업이 동물공장을 운영, 싼 고기를 생산·유통해 줬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이런 기업에 감사해야 한다. 그런데 동물공장에서 행해지는 비양심적이며 비도덕적인 행위를 알고서도 여전히 싼 고기를 먹으며 즐거워할 수 있을까?
육류생산의 3종세트 / 농산물 생산의 3종세트
멀지 않은 과거엔 가축들도 행복했던 적이 있었다. 인간을 위해 사육되긴 했지만 주인과 감성을 주고받을 정도로 친숙함이 있었다. 풀을 뜯고 밭을 일구었다. 겨울엔 건초를 끓여 소의 먹이로 사용했다. 돼지는 사람이 먹다 남은 음식을 먹었다. 닭은 탈곡 후 남은 곡식을 먹었다. 동물들의 먹거리도 사람과 별반 다를 바 없었다.
그런데 변했다. 변해도 너무 변했다. 닭은 성장촉진제가 잔뜩 함유된 사료를 부지런히 먹고 순식간에 살이 쪄서 가공공장으로 향한다. 돼지는 좁은 우리에서 역시 성장촉진제가 듬뿍 들어간 사료를 먹고 하루 빨리 살이 쪄서 도축장으로 보내진다.
소 역시 채식동물임에도 불구하고 고기의 맛과 질감을 위해 동물성 물질과 성장촉진제가 첨가된 사료에 의해 최단기간 사육돼 도축장으로 보내진다.
이렇듯 육류는 성장촉진제, 농약사료, 비위생적 사육환경, 대규모 항생제로 생산돼 우리 밥상에 오르고 채소와 곡식은 화학비료, 농약, 제초제에 의해 재배돼 우리 밥상에 오르고 있다. 육류 생산의 3종 세트(성장촉진제, 첨가물사료, 항생제)와 농산물 생산의 3종 세트(화학비료, 농약, 제초제)가 세계 농업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의 건강한 삶은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풀 밥상, 그 묘한 매력 속으로~
오늘날을 일컬어 우리는 ‘치유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성장 일변도로 달려왔던 모든 지구촌 사람들이 지치고 아파서 이제 쉬었다 가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고장 난 기관차의 폭주를 멈추게 하고 상처 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더불어 행복한 미래를 열어갈 새로운 의학의 출현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들의 세포가 즐거워 춤추게 하는 방법은 오직 한 가지뿐이다. 자연을 닮은 삶을 사는 것이다. 자연의 한 움큼 풀은 자연의 전부와 같다. 한 움큼의 풀 속에 모든 자연에너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 에너지를 버리고 썩어빠진 저질 음식에만 관심을 가져왔다. 지금부터라도 자연으로 돌아가자. 모든 것은 그 안에 있다.
야생동물들이 병에 걸리게 되면 본능적으로 치유식물을 찾는다. 그 풀을 뜯어 먹고 치유하는 것이다. 사람도 야생동물과 마찬가지로 질병에 걸렸을 때 치유식은 풀 밥상이 돼야 한다. 풀 한 포기에 사람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마법적인 에너지가 있다.
의사들은 암을 포함한 난치성 질환자들에게 언제나 이런 말을 한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드세요.”라고. 이 말은 신선한 채소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식물성 영양소들이 우리들의 질환 치유에 많은 공헌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 풀 밥상을 차려 먹는다면 어떨까? 그 자체가 치유 밥상이 되는 것이다. 자생하는 풀은 재배하는 채소보다 영양학적 가치가 훨씬 뛰어나다. 당연히 기능성도 높다. 또한 직접 뜯어 먹으면 발품만 팔면 된다. 발품을 팔면서 활동하니 운동돼 좋고, 자연 속에 들어가게 되니 기분도 좋아진다. 일거삼득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아니 이것도 먹을 수 있어?
쑥, 질경이, 민들레, 명아주, 쇠비름, 엉겅퀴, 왕고들빼기 등 우리가 익히 듣고 봐서 비교적 잘 알고 있는 풀들이다. ‘쑥’ 하면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잘 알고 있는 경우도 드물다. 왜냐하면 우리 생활에, 그리고 밥상에 쑥이 올라오는 기회가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자연이 사람에게 준 가장 값진 선물 중의 하나가 쑥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는 쑥만큼 광범위한 질병·질환에 쓰이는 풀이 없으며 또한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되는 것이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쑥의 주요 작용은 지혈·진통·강장보혈·해열·이뇨작용으로 복통, 혈변, 자궁출혈, 월경과다, 경련, 마비, 기관지염, 류머티즘, 통풍, 기침, 감기, 폐결핵, 폐렴, 만성간염, 설사 등에 쓴다.
암 중에는 위암에 효과적이다. 여성에게 더 좋은 풀이다. 이런 증상을 다스리기 위해서는 쑥의 다양한 활용법이 또한 기대된다.
건조시킨 쑥을 진하게 끓여 욕탕에 붓고 목욕을 하거나, 쑥뜸의 재료로도 사용되고, 독충에 물렸을 때 짓찧어 바르기도 하고, 생즙기에 갈아서 생즙으로 마시면 고혈압과 신경통에 좋다. 어린 쑥을 따서 쑥국을 끓여서 먹으면 별미이며, 말려 가루 내어 양념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또한 쑥차로도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쑥술은 천식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큰 쑥을 잘라 방이나 거실에 묶어 걸어두면 쑥향이 실내에 은은하게 퍼져 기분을 좋게 할 것이다.
무병장수의 풀인 ▶질경이는 동물실험 결과 암세포 증식을 80%까지 억제할 수 있는 풀로 알려져 있다. ▶민들레는 위궤양과 만성간염에 탁월한 효과를 경험하게 해줄 풀이다. ▶명아주는 고혈압과 대장염에 쓰이는데 한꺼번에 다량 섭취하지 말 것을 권한다. 장명채(長命菜)라고도 불리는 ▶엉겅퀴는 어혈을 풀어주고 유방암과 병든 간의 회복에 좋다. 역시 흔해서 평가 절하된 ▶왕고들빼기는 채소보다 훨씬 훌륭한 영양식품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러한 풀들 중 영양학적 가치가 우수해 재배 풀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 민들레와 왕고들빼기다. 앞으로 야생풀들의 영양학적 가치가 더 많이 알려지게 되면 재배 풀로 전환될 가능성이 많은데 문제는 야생이었을 때와 재배했을 때의 영양학적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화학비료 등으로 크게 키워 양을 늘리는 방향으로 재배된다면 풀의 본래의 가치는 사라지게 될 것이다.
풀 밥상, 이렇게 차려보자
현미잡곡밥, 쑥 된장국, 질경이와 엉겅퀴 김치, 어수리 장아찌, 명아주 나물, 막장에 민들레와 왕고들빼기, 참당귀 쌈채, 더덕·잔대·도라지 3종 세트 고추장 구이, 식사 1시간 정도 지난 후 후식으로 오이풀 잎을 따서 차로 만들어 두고 먹어도 좋다.
계절에 따라 간식으로 오디나 산딸기, 다래나 머루, 찔레순 등 다양하니 기호에 맞게 섭취하면 건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풀 밥상은 우리의 전통 발효음식 문화와 과거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채취에 먹던 구황식물의 결합이다. 그것은 단순히 풀의 의미를 훨씬 넘어서는 문화와 삶이 함께 하는 것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앞으로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상차림의 방향이다. 선택은 여전히 여러분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