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유경 기자】
【도움말 |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2국 금융보험팀 김창호 박사】
질병보장보험은 말 그대로 보험이다. 예기치 않게 아프거나 다쳐서 돈이 많이 들 때를 위한 것이다. 보험금을 받아 요긴하게 쓰기 위해 한 달 한 달 생활비를 쪼개 기꺼이 넣는다. 그런데 종종 잘못 가입한 보험은 든든한 대비책이 아닌 애물단지로 돌변한다. 철썩 같이 믿었는데 생각과 달리 보험금을 받지 못하기도 하고 심지어 보험 해지를 당하기도 한다.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질병보장보험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먼저다. 질병보장보험 똑똑한 가입법과 활용법을 알아본다.
PART 1. 어떤 보험이 좋은 보험일까?
수많은 보험 상품,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보험용어, 복잡함을 넘어 ‘멘붕’을 부르는 보험약관, 언제 어디가 아플지 모르는 까마득함…. 그래서 보험 상품 선택은 어렵다. 과연 어떤 보험이 좋은 보험일까?
1 많이 팔린 보험이 좋다?
베스트셀러! 소비자를 혹하게 하는 수식어다. 그러나 보험 상품에 가입할 때는 베스트셀러에 혹하지 않는 것이 좋다. 한국소비자원 피해구제2국 금융보험팀 김창호 박사는 “많이 팔린 보험 상품이라고 해서 좋은 상품이라고 볼 수 없다.”며 “보험회사에서 주력으로 팔고 있는 보험 상품일 수 있다.”고 잘라 말한다.
보험 상품에는 흔히 보험설계사라고 하는 보험 판매자에게 주는 판매 수당이 포함되어 있다. 새로 보험 상품을 내놨을 때는 초기 판매율을 높이려는 경향이 크다. 보험판매자가 받는 판매 수당을 올려주는 것이다.
김창호 박사는 “보험판매자 입장에서는 판매 수당이 많으면 고객에게 그 보험을 먼저 권유하고, 장점만을 말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한다.
많이 팔린 보험 상품이라고 해서 믿고 가입하지 말고 해당 보험 상품의 약관과 내용을 신중하게 검토한 후 가입해야 한다.
2 만기환급금이 있는 보험이 좋다?
보험에는 만기환급형 상품과 순수보장형 상품이 있다. 만기 때 낸 보험료의 일정 비율을 돌려주는 것이 만기환급형이고, 순수보장형은 말 그대로 보험 계약이 끝났을 때 돌려받는 보험료가 없다. 그래서 같은 보장을 받아도 순수보장형은 만기환급형보다 보험료가 저렴하다.
보험료 부담은 줄이고 보장을 받고 싶다면 순수보장형을, 만기 때 납입했던 보험료를 어느 정도라도 환급받고 싶다면 만기환급형을 선택하면 된다. 단, 만기환급형 보험상품이라도 일부만 환급되는 상품이 있고 특별 약관에 사용된 보험료까지 전액 환급되는 상품도 있으므로 잘 알아보고 가입해야 한다.
김창호 박사는 “순수보장형과 만기환급형 상품 중 어떤 것이 좋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순수보장형 상품이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보험의 원래 목적에는 더 알맞다.”고 말한다.
그럼 보험료를 내는 기간은 짧게 하는 것이 좋을까, 길게 하는 것이 좋을까? 보험료를 오래 낼수록 한 달에 내는 보험료는 줄어들지만 오랜 기간 보험료를 내야 한다. 김창호 박사는 “납입기간도 짧은 것이 좋다, 긴 것이 좋다고 무 자르듯 말하기는 어렵다.”며 “그러나 가장 이상적인 보험은 납입기간은 가능한 한 짧게, 보장 기간은 길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인다.
3 실손의료보험은 하나만!
병원비보험, 의료비보험 등으로 불리는 실손의료보험은 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낸 의료비를 보험금으로 주는 상품이다. 정해진 진단금이 아닌 실제 손해가 발생한 만큼만 보험금을 주는 것이다.
김창호 박사는 “실손의료보험은 딱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여러 상품에 가입해도 중복 보장이 안 되기 때문이다.
PART 2. 보험료만 내고 보험금을 못 받는 경우는?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기만 하면 무조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종종 낭패를 부른다. 천금같이 귀한 보험료를 내고도 보험금을 못 받는 상황을 알아보자.
1 보험금 받으려면 3가지 의무를 지켜라!
김창호 박사는 “보험 계약자에게는 3대 의무가 있는데 보험료를 내야 하는 의무, 고지의무, 통지의무가 그것이다.”고 말한다. 고지의무와 통지의무는 뭘까?
고지의무란 계약 전에 보험회사에 알려야 할 의무를 말한다. 보험청약서의 질문사항을 사실대로 답하고, 자필 서명으로 답한 사항에 거짓이 없다고 서약하는 것이다. 김창호 박사는 “만일 고의나 실수로 청약서에 적어야 할 사항을 빠뜨리거나 사실과 다르게 알렸을 때는 보험회사가 보험계약을 해지하거나 보장 항목을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통지의무란 계약 후에 보험회사에 알려야 하는 의무를 말한다. 보험약관에 적힌 보험회사에 알려야 하는 사항인 직업, 직무, 취미, 주소, 연락처 등이 바뀐 경우는 지체 없이 그 내용을 보험회사에 알리는 것을 말한다. 만약 이런 사항의 변경을 알리지 않았다면 나중에 보험금을 받을 상황이 생겨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기 어렵다.
2 내 병, 보험설계사가 아닌 보험회사에 알리자!
앞서 말한 대로 보험에 가입할 때는 과거에 치료나 수술을 받은 전력, 현재 질병 상태 등을 알려야 한다. 꼭 지켜야 할 고지의무다. 그런데 이 내용은 보험청약서의 고지의무란에 적어야 보험회사에 알린 것으로 인정받는다. 즉, 보험 가입을 하기 전에 자신의 병력을 보험설계사에게만 이야기하고 끝내서는 안 된다.
김창호 박사는 “보험설계사는 고지의무 수령권 자체가 없어 법률상 효력이 없다.”고 말한다. 실제로 병력을 보험설계사에게 말했는데 알릴 필요 없다고 했거나, 보험설계사가 고지의무 수령권한이 있는 것처럼 말해 보험회사에 따로 알리지 않아서 손해를 본 사람들이 적지 않다. 고지의무는 반드시 보험설계사가 아닌 보험회사에 알려야 한다.
<김창호 박사가 제안하는 똑똑한 암보험 가입법>
병 때문에 생긴 아픔보다 돈 때문에 더 고통스럽다는 병, ‘암’이다. 그래서 암보험에 관한 관심은 수그러들지 않는다. 암보험을 가입할 때는 어떤 점을 주의하는 것이 좋을까?
김창호 박사는 “보험회사에서는 암의 직접적인 치료에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한다. ‘암의 직접적인 치료’는 의미가 매우 좁게 해석된다. 위암 환자가 대형병원에서 위암 수술을 하고 요양병원으로 옮겨 면역력 증강 치료를 받았다면 위암 수술에 대해서만 암의 직접적인 치료라고 보는 식이다. 또한 암환자라고 해도 중환자가 아니면 대형병원에 오래 입원하기 쉽지 않다. 보통은 소규모의 입원 전문병원이나 요양병원으로 옮겨서 장시간 치료를 받는다. 이러면 암의 직접적인 치료를 위한 입원으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김창호 박사는 “따라서 암보험은 논란의 소지가 없는 암 진단금의 액수가 큰 보험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또한 발병률이 아주 낮은 특수암의 파격적인 보장 범위에 열광하지 말자. 발병할 소지가 큰 일반암의 보장 범위가 넓은 암보험이 좋다.
김창호 박사는 ‘보험박사’로 불린다. 생명보험회사와 손해보험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어 어느 한 쪽에 편중되지 않은 실무 보험 지식을 두루 갖췄다. 현재 한국소비자원에서 보험과 관련된 소비자 상담과 피해구제를 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