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이은혜 기자】
“자연요법은 제 생명의 은인입니다”
너무도 꽃다운 나이 스물여섯!
그때부터였다. 어느 날 갑자기 목에 혹이 생기면서 길고 긴 불행의 터널은 시작되었다. 숨을 쉬는 것도, 물 한 모금 마시는 것도 힘들어지면서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하루를 장담하기 힘든 목숨이었다.
그래서 지금 살아있는 것을 신기해하는 사람도 참 많다. 스스로도 축복이라 여긴다. 예순을 넘긴 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는 이은정 씨(65세). 갑상선항진증에 갑상선암까지 합세하면서 수없이 생과 사를 넘나들었던 사람, 그랬던 그녀가 오늘은 만나는 사람마다 “행복하세요~” 인사를 건네며 사는 주인공이 됐다. 그 비결은 과연 뭐였을까?
스물여섯에 드리워진 불행의 덫
인생의 황금기로 꼽히는 나이 스물여섯! 하지만 이은정 씨의 스물여섯 살은 다른 사람과는 사뭇 달랐다. 갑상선 오른쪽에 손가락 마디만 한 혹이 튀어나오면서 잔잔했던 그녀의 삶은 한순간에 헝클어졌다.
“병원에 갔더니 갑상선기능항진증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벌써 40여 년 전이라 가물가물하네요. 하지만 당시 진찰을 마친 의사 선생님이 하신 말씀은 또렷해요. 수술을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데 수술을 하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데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약물치료를 해보자고 하더군요.”
그렇게 시작된 약물치료는 채 나흘을 넘기지 못했다. 부작용 때문이었다. 약만 먹으면 심한 설사를 했다. 그래서 그냥 방치했다고 한다. 그런 때문이었을까? 피곤하고 나른하고 몸에 힘이 없었다. 늘 누워 지내기 일쑤였다. 10분 거리를 걸을 때도 5분 걷고 5분은 쉬어야 했다. 설거지를 할 때도 한 번에 끝내지 못했다. 쉬어가면서 씻었다.
“왜 병원에 갈 생각을 안했냐고요? 그 당시는 집안이 어렵기도 해서 수술은 아예 생각도 해보지 않았어요. 그런데 약도 몸에서 받아주지 않으니 방법이 없다고 여겼던 거죠.”
그렇게 힘든 20대가 지나고 30대가 되었지만 그녀의 몸은 좀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아니 점점 더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었다.
“30대 초반이 되었을 때는 숨을 못 쉴 정도로 증세가 심해졌어요. 그러면 딱히 할 수 있는 방법도 없었어요.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이 최선이었어요.”
그렇게 근근이 하루하루를 버텼지만 그것도 오래지 않아 한계를 드러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졌을 때 다시금 병원을 찾았다는 이은정 씨.
하지만 그때는 이미 병원에서 해줄 것이 별로 없었다. 수술도 할 수 없다고 했다. 목의 혹이 너무 커져버렸던 것이다. 그녀의 목에는 주먹보다 더 큰 혹이 푸르죽죽한 색깔을 띤 채 매달려 있었고 모두들 갑상선암이라고 했다. 그때 그녀의 나이는 서른아홉이었다. 주먹만 한 혹 때문에 숨도 잘 못 쉬는 그녀는 한 가지 소원만을 빌고 또 빌었다.
“제발 엄마가 살아계실 때까지만 살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었는데 제가 먼저 죽으면 엄마는 살지 못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기도는 하루하루 죽음과의 힘겨운 사투 속에서 간신히 이어졌다.
“아침에 일어나면 오전에 죽을랑가 걱정하고, 오전에는 오후에 죽을랑가, 그러다 요행히 다음날 아침을 맞으면 ‘오늘도 살아있네.’ 기뻐하고…. 하루를 기약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상태였어요. 숨을 제대로 못 쉬니 어떻게 살기를 바라겠어요?”
그런 그녀에게 행운은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찾아왔다. 몸이 아픈 와중에도 틈틈이 성당에서 봉사활동을 한 덕분이었을까? 성당에서 만난 지인이 너무도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무작정 데리고 간 곳이 있었다.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3박4일 간의 자연식프로그램이었어요. 지인의 손에 이끌려 영문도 모른 채 참가하게 되었는데 이 일은 제 인생지침을 돌려놓았어요.”
새 삶을 선물 받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삶에 늘 족쇄가 되었던 건강, 그 악연의 굴레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마련됐던 것이다.
그래서 아직도 그 날을 잊지 못하고 있다는 이은정 씨. 1987년 6월18일은 지금도 그녀 인생에서 낙인처럼 또렷이 기억되고 있는 날이다.
3박4일 자연식프로그램 생명의 빛 되다
하루하루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고군분투하던 이은정 씨에게 새 생명의 빛이 되었다는 3박4일 자연식 프로그램. 어떤 특별함이 있길래 하루를 장담할 수 없었던 사람이 새 생명을 얻었을까?
“프로그램은 간단했어요. 단식을 하고, 냉온욕을 하고, 풍욕을 하고, 된장찜질을 하고 관장을 하고…. 제게는 조금 생소한 요법들이었지만 이틀째 되던 날 결코 잊지 못할 일이 일어났어요.”
목이 확 트였던 것이다. 이은정 씨는 그때 그 기분을 용마루가 뚝 떨어지는 느낌이 들면서 목이 확 트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깊고 긴 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이때 얼핏 든 생각은 “아이고 살았다!” 였다고 한다.
그 이후의 일은 아무래도 좋았다. 속 시원히 숨을 쉴 수 있게 되면서 목에 달린 푸르죽죽한 혹도 괜찮았고, 음식을 제대로 삼키지 못하는 것도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다. 이때부터 3박4일 자연식 프로그램은 그녀의 신앙이 되었다. 삶의 이정표가 되었다. 목숨 걸고 실천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 때 그녀의 몸에는 믿기지 않는 변화가 생겼다. 푸르죽죽한 목의 혹이 살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기뻤다. 그래서 더 열심히 악착같이 자연요법을 실천했다. 그렇게 산 세월이 1년이 되고, 5년이 흘렀다. 그리고 그것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 사이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요. 목에 있던 주먹만 한 혹은 이제 얼른 봐서는 모를 정도가 됐어요. 모두들 3개월 살면 오래 사는 것이고, 길어야 1년을 넘길 수 없을 거라던 제가 이렇게 쉰을 넘기고 예순을 넘도록 살아 있으니 이보다 더한 축복이 어디 있겠어요. 그래서 지금 오늘이 너무나 소중하고 행복합니다.”
그런 때문일까? 이은정 씨는 종종 주변 사람들로부터 “너는 기적이다.”“너는 인간승리자다.”라는 찬사를 듣는다. 그런 말을 들을 수 있게 돼서 축복이라고 말하는 이은정 씨.
혹시 지금 그녀의 몸 상태는 어떨까 궁금증이 살짝 든다.
“사실 숨 잘 쉬고 밥 잘 먹게 되면서 병원에 갈 필요성은 전혀 못 느꼈어요. 굳이 병원에 가서 몸 상태가 어떤지 검사해보지 않아도 제 몸 상태가 어떤지는 짐작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다가 2년 전쯤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볼 기회가 있었는데 모든 게 정상으로 나왔어요.”
그것을 너무도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는 이은정 씨.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자연요법에는 그만한 치유력이 비축돼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물이 약이고 공기가 보약임을 믿으며 자연요법 예찬론자로 산다. 그런 그녀가 늘 실천하고 있는 ‘이은정표 자연식 프로그램’, 살짝 엿보자.
이은정표 자연식 프로그램은…
1. 하루 두 끼식하기
아침은 배설의 시간으로 여긴다. 그래서 오전에는 물 종류 외에 안 먹는다. 감잎차 한 잔과 죽염은 조금 섭취한다.
2. 주식은 6곡 잡곡밥이나 7곡 잡곡밥을~
여러 가지 잡곡을 섞어서 지은 잡곡밥을 먹는다. 현미, 수수, 조, 콩, 보리, 율무 등 6곡 잡곡밥이나 7곡 잡곡밥을 소량 먹는다. 자연식을 시작한 처음 1년 간은 밥 대신 6곡 가루 혹은 7곡 가루 2숟가락을 먹었다. 현미, 수수, 조, 콩, 율무 등의 곡류를 깨끗이 씻어서 말린 뒤 가루로 내어 그것을 밥 대신 2숟가락 먹었다. 그렇게 1년 정도 실천했을 때 몸은 더없이 가벼웠지만 살이 너무 빠져 잡곡밥으로 대체했다.
3. 매일 생채식하기
여러 가지 잎채소와 뿌리채소 5~7가지를 섞어서 생채식으로 먹는다. 채를 썰어서 참기름이나 들기름, 죽염, 깨소금을 넣어서 무쳐서 먹는다. 듬성듬성 썰어서 겉절이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잎채소와 뿌리채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조미료 일체 삼가기
음식에 조미료는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멸치나 다시마, 새우, 양파, 무 등을 써서 맛을 낸다.
5. 간식 절대 삼가기
간식을 하면 몸이 곧바로 반응한다. 하루에 두 번 먹고 두 번 배설하는 것이 원칙이고, 그럴 때 몸도 가뿐하다. 그런데 간식을 하면 배설 리듬이 깨진다. 그럴 때는 단식을 해서 독소를 빼낸다. 특히 매실엑기스를 물에 타서 먹으면 해독효과가 있다. 여기서 말하는 매실엑기스는 매실 주스가 아니다. 물, 설탕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순수 매실액이다. 매실 씨를 빼낸 뒤 살을 갈아서 솥에 넣고 3~4일간 달이면 새까만 고약이 되는데 이것을 물에 타서 먹으면 해독효과가 있다.
6. 1년에 한 번씩 단식하기
단식을 하면 몸도 마음도 그렇게 가뿐할 수가 없다. 적어도 일 년에 한 번씩은 꼭 한다.
7. 풍욕하기
하루에 1~2번은 꼭 한다. 오전에 햇빛이 잘 드는 실내에서 하면 좋다. 피부 호흡이 되면서 몸이 가뿐해진다.
8. 냉온욕하기
하루에 한 번씩 한다. 혈액순환이 잘 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9. 마고약 찜질하기
갑상선에 생긴 혹에는 마고약 찜질을 늘 해주었다. 마+생강+토란+우리밀가루+소금 등으로 만든 찜질약인데 발라주면 나쁜 독소를 빼내는 효과가 있다. 갑상선에 생긴 혹은 단식+풍욕+냉온욕+생채식+마고약 찜질을 하면서 서서히 줄어들어 지금은 흔적만 남아있는 상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