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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주의 이달의 특선] 중년 남성의 성생활 위기 도대체 왜?

2012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힐링호 134p

【건강다이제스트 | 플라워산부인과 성클리닉 이병주 원장】

평소 가정적이던 남성이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면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감정표현과 행동을 갑자기 보이곤 한다. 이런 남성들이 병원에 와서 호소하는 아픔들은 다양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에 대한 허탈감과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무거운 감정, 자기 직업에 대한 비난, 사회 전반에 대한 불신, 결혼생활에 대한 후회, 아내에 대한 이유 없는 짜증 등이다.

특히 성관계에서도 전에 없던 도발적이고 자극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 평소 성생활에서 소극적인 아내는 남편의 이런 성적 행위를 받아들이기 힘들어 한다. “지금까지 남편에게 순종하고 가정생활에 별 어려움 없이 잘 지내 왔는데 지금 남편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잠자리에서 이상한 것만 요구하고 다른 여자와 비교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생각을 하니 신경이 예민해지고 불안해져서 잠도 못 자겠어요. 이쁜이수술이라도 하면 남편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요?”

어느 날 병원에 찾아온 한 여성도 남편의 갑작스런 성적 변화를 외도 때문인 것으로 생각하고 굉장한 위기감을 느낀 듯했다.

하지만 대부분 그런 것이 아니다. 이제 와서 성생활이 문제가 된 것은 그동안 남편이 그냥 참고 눌러 왔기 때문이다. 아내의 이런저런 눈치를 보면서 성관계를 한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러던 남편은 40대를 넘어서자 자신도 모르게 제2의 사춘기인 ‘사추기’를 겪게 된 것이다. 그래서 좀 더 젊어지고 싶고, 연애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가 보고 싶고, 아내와 여행도 가고 싶고, 색다른 성경험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런 자기 내면의 욕구를 어떻게 조절할 길이 없자 아내의 단점만 들추어내서 갈등을 일으킨 것이다.

이런 남편의 변화를 경험한 아내는 삶의 벼랑에 선 것 같은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한다. 남편이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말다툼을 하고, 급기야 외도를 의심하며 휴대전화까지 점검하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그렇다고 사추기를 겪는 모든 중년 남성들이 성생활에 있어 도발적이고 적극적이라는 말은 아니다. 40대 후반으로 사업에 성공한 남편을 반강제적으로 데리고 병원을 찾은 부인이 있었다. 부인의 불만은 간단했다.

“깨가 쏟아지는 신혼부부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부부관계라는 것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 사람은 그것이 꼭 필요하냐고 말합니다. ‘그냥 손만 잡고 살면 안 될까? 육체적 사랑보다 정신적인 사랑이 더 중요하지! ’라고 말하면서요. 하지만 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요.”

정상적인 부부라면 손만 잡고 사는, 즉 육체관계를 초월해 순수하고 정신적인 사랑만을 추구하는 관계가 되긴 힘들다. 그런데도 성적 요구가 없는 남편들은 이런 병적인 단계를 합리화한다. 이들과 상담을 해보면 육체를 초월한 사랑이 아니라 대부분 성관계를 두려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성관계를 피한다. 이런 남자들은 대부분 남성호르몬의 수치가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남성호르몬을 보충해주면 사랑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남편이 섹스리스거나 섹스리스 부부는 아니지만 한 달에 한 번이나 두세 달에 한 번 정도밖에 성관계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남편들 중 조루나 발기부전이 있는 사람은 자신감이 떨어져 부부관계를 갖는 것을 더욱 꺼리는 경향이 있다.

뜻하지 않았던 발기부전 경험으로 성적 능력이나 자신감이 결여된 사람은 자신의 문제가 치료될 수 없다는 인식을 버리고 자기 문제를 보여줄 의사를 찾아가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부인과 같이 의논하고 부인이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부부성상담에서 남편이 조루나 발기부전일 경우 아내 역시 성관계 시 자극을 줄 수 있는 시간이 짧은 것에 대해 너무 안타까워한다. 여기서 생길 수 있는 문제는 남편의 조루나 발기부전에도 부인이 성적 욕구가 있음을 표현하면 남편들은 자기가 부인을 만족시켜 줄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 때문에 치료에서 도망치려고 한다는 것이다.

남편도 부인도 모두 성적 욕구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다. 이를 바탕으로 더 나은 부부생활을 만들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한다. 부인의 경우 남편의 성적인 두려움을 일으킬 수 있는 무차별적이고 격한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인이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성관계를 리드하거나 남편이 해주는 애무를 충분히 즐겨주고 기뻐해주면 남편들은 잃어버린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편 혼자 이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음을 깨닫는 것이다. 남편과 부인이 한 팀이 되어야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중년의 성생활에서 일부 문제가 생기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성적 능력은 다시 회복할 수 있으며 앞으로 남아있는 20~30년 동안의 성생활이 더욱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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