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도움말 |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최창환 교수】
‘유산균발효유’하면 무엇이 생각날까? 많은 사람들이 65ml의 작은 플라스틱병에 담긴 살구 빛깔의 달콤한 음료를 떠올리지 않을까? 일명 **** 아줌마가 배달해주던 한 유명 음료 회사의 유산균 발효유 말이다. 1970년대 초 우리나라 요구르트 음료의 원조격인 이 음료로 인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산균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유산균 발효유라 하면 그 종류도 다양하고, 맛과 형태도 제각각이다. 모두 장에 유익한 세균을 유지·증가시키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유익한 세균이 많이 사는 장을 만드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우리 몸속에는 약 1800종 이상의 세균들이 1000조 마리 이상 살고 있다. 우리의 몸 세포가 약 100조 개인 것을 고려하면, 그보다 10배 더 많은 수의 세균이 몸속에 있는 셈이다. 내 몸속에 세균이 1000조 마리라니, 멀쩡하던 몸이 갑자기 근질근질 가렵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중앙대학교 소화기내과 최창환 교수는 “흔히들 세균이라고 하면 ‘더럽다.’ ‘나쁘다.’ 등의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지만, 의외로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들보다는 아무 해가 없거나 오히려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존재들이 훨씬 더 많다.”고 말한다. 이 많은 세균들의 대부분은 바로 대장에 살고 있다. 일명 ‘장내 세균’이라고 한다.
우리 몸에 좋다고 밝혀진 비피더스균 같은 몇몇 특정 균들을 제외하면 아직 연구되지 않거나 그 존재 자체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균들이 대부분으로 장내 세균에는 ‘나쁜놈’ ‘좋은놈’보다 ‘이상한놈’들이 훨씬 많은 셈이다.
건강, 면역을 위해 장속을 유익균 천하로~
이러한 장내 세균은 평생을 같이 하는 내 몸의 동반자로 ‘제3의 장기’로 비유될 만큼 중요한 역할을 한다. 탄수화물, 지방 등 여러 영양분의 흡수와 교환을 돕고, 장 면역계의 발달과 병원균에 대한 방어를 위한 장 점막 항상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비타민 K와 엽산의 생성에도 관여한다.
최근에는 비만, 자폐증, 아토피성 피부염과 같은 알러지 질환 등과 장내세균과의 연관성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특히 비만의 경우 특정 장내 세균이 음식으로부터 영양소를 더 흡수해 비만을 유도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래서 비만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우는 장내세균이 서식하는 환경도 다르고 그 세균의 종류도 다르다는 것이다.
최창환 교수는 “대장에 어떤 종류의 세균이 우위를 이루며 살고 있는가는 개인마다, 또 같은 사람이라도 섭취하는 음식물과 건강상태 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며 “결국 장 건강을 위해서 우리는 몸속에 ‘유익한 세균’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대장에 유익한 균들을 유지·증가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유익한 장내 세균 UP시키는 방법
1. 자연분만과 모유 수유하라
아기는 엄마의 질을 통해 태어나면서 질 벽에 살고 있는 유익균을 물려받는다. 반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은 배의 절개된 부분으로 나오기 때문에 질벽에 사는 유익균을 받을 기회를 잃는다. 장내 유익균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채 삶을 시작하는 것이다. 실제로 1999년 미 소아소화기영양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들의 장에는 유익균의 수가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이들보다 훨씬 적었다고 한다.
더불어 모유 수유 역시 아기의 장내 유익균 형성에 도움이 된다. 모유가 면역학적으로 아기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분유를 먹는 신생아보다 모유를 먹는 신생아의 장내 비피더스균(유익균) 수는 훨씬 더 많다. 이는 모유에 유산균의 먹이가 되는 유당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결국 분유를 먹일 경우 모유를 먹는 아기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균을 얻을 기회가 줄어드는 것이다.
2. 항생제 오남용 피하라
나쁜 바이러스를 죽이기 위한 항생제가 유해한 균과 더불어 유익한 균도 함께 죽인다. 결국 우리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또 특정 몇몇 유해균들은 항생제를 먹으면서 증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로 인해 염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물론 항생제로 인한 장내 환경 변화는 항생제를 끊음과 동시에 서서히 원래대로 복구된다. 하지만 이 역시 개인차가 있거니와, 좋은 균들이 사라진 장내환경이 건강에 좋을 리 없음은 당연하다.
3. 발효식품 많이 먹어라
장내 유익한 세균을 늘리려면 유익한 세균이 많이 든 음식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바로 발효식품이다. 대표적으로 된장, 청국장, 김치, 요구르트 등을 들 수 있다.
또 유산균만 분리시켜 만든 유산균제제도 좋다. 이처럼 좋은 균들을 통칭 ‘프로바이오틱스’라고 하는데 시중에는 건강기능식품이나 약품 형태로 나온 것들이 많다.
4. 섬유질 많이 먹어라
대개 앞에서 말한 좋은 균들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를 ‘프리바이오틱스’라고 부른다. 이 프리바이오틱스로는 바로 과일, 야채 등에 많이 들어있는 식이섬유다. 따라서 하루 25~35g의 섬유질을 먹는 것을 권장한다.
이와 함께 지방질과 단백질 섭취는 줄이는 것이 좋다. 일반적으로 질소와 황이 포함된 단백질은 장에서 발효되면서 매우 지독한 가스를 만든다. 독한 방귀를 많이 뀐다면 육식보다는 채식을 하는 것이 좋다.
5. 과음과 스트레스를 멀리하라
과음 역시 장내 안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는 마찬가지다. 술로 인해 다음날 변이 묽어지거나 설사를 한 경험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알코올 역시 장내세균을 죽인다. 지나친 스트레스 역시 장 운동에 변화를 가져와 세균수를 크게 줄일 수 있어 잘 관리해야 한다.
최창환 교수는 “공해가 많은 도시 환경, 서구화된 음식문화(육식과 패스트푸드 등), 많은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현대인들의 장내 세균 환경은 안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유익한 세균이 유지·증가될 수 있도록 평소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식이섬유와 발효식품 섭취 등을 통해 장 건강을 챙기자.”고 조언한다.
최창환 교수는 연세대의대를 거쳐 현재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에서 염증성장질환, 기능성위장관질환, 변비 등을 진료하고 있으며, 대한내과학회와 대한소화기학회 논문심사위원, 대한장연구학회 학술위원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