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조아름 기자】
신우섭 원장(43세)을 만나기 위해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그의 병원을 찾았다. 외관은 일반병원과 다를 바 없지만, 병원에 들어서니 확 트인 공간에 식당이 보인다. 병원식당이라고 하면 보통 진료실과 떨어진 곳이나 지하에 위치해 있지만 이곳은 오히려 식당이 상석을 차지하고 있는 듯하다.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약 없는 임상의학회’를 창설하고 먹는 것을 치료의 한 과정이라고 외치는 신우섭 원장. 이번에는 그의 ‘약 대신 밥상으로 건강해지는 비법’을 들어봤다.
환자에게서 약을 빼앗는 의사?
신우섭 원장의 진료실 책상 앞에는 온갖 약 봉지가 수북이 쌓여있다. 자리에 앉으면서 ‘약을 권하지 않는 의사라고 들었는데?’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가며 의아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모두 환자에게서 빼앗은 일종의 전리품이다.
그는 의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찾아온 환자들에게 약을 권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먹던 약을 빼앗으면 환자들이 당혹스러워 해요. 이 의사가 왜 이러나, 미쳤나 생각할 수도 있지요. 이제껏 먹어온 약 대신 식습관을 고치라니, 환자 입장에서는 그럴 만하지요. 그래서 식습관을 교정·처방해주면 환자들은 대개 반신반의하면서 실천하거나 아니면 다른 병원으로 옮기죠. 하지만 식습관을 변화시키면서 스스로 몸이 달라지는 것을 체험한 분들은 식습관의 중요성을 깨닫고,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돼요.”
신 원장은 한때 예비의사로서의 자리를 이탈해 다른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의과대학 공부에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었다.
“공부할 때 제일 힘들었던 것이 바로 ‘병인은 모른다’(Etiology is unknown)였어요. 두꺼운 내과 책에 수많은 질병들이 나오는데, 도대체 원인을 모르는데 어떻게 병을 고칠 수 있을까 의문이 든 거죠. 우리는 그 증상만 부분적으로 완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회의가 들기도 했고요.”
약의 한계, 음식으로 극복하다~
그 후로 의사가 되었지만, 그러한 의문은 계속 남아있었다. 특히나 약을 먹기 시작하면 합병증으로 인해 약의 종류와 복용량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에 그러한 의문은 점점 커졌다. 뇌졸중도 처음에는 약을 1봉씩 먹다가 점점 늘어난다. 이는 혈압약도 마찬가지다. 이런 환자들을 보며 누구보다 ‘약의 한계’를 절감한 신우섭 원장. 그런 그가 우연한 기회에 해독(detox)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의 진료 방식도 바뀌게 되었다. 약 처방과 수술이 중심인 의료계에서 파격적인 행보였지만, 돌이켜보면 단순한 진리였다.
“식생활이 바뀌면 몸이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진짜로 그런지 궁금했어요. 당시 근무하던 병원에서 구내식당 영양사와 환자식을 바꾸면서 눈에 띄게 몸이 좋아지는 환자들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러면서 식이조절과 해독만으로도 병을 치료할 수 있겠구나, 확신이 들게 된 거죠.”
이때부터 그가 질병을 바라보는 시선도 바뀌게 되었다.
“우리 몸에 생기는 질병은 내 몸이 처한 환경에 대해 반응을 보이는 거예요. 열이 나고, 기침을 하고, 콧물이 나오고, 심지어 혈압이 올라가고 혈당이 높아지고 암이 생기는 것까지도 내 몸이 스스로 처한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치는 것이지 단순히 나를 죽이려고 하는 현상이 아니라는 거지요. 결국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몸이 망가졌으면, 생활습관을 교정해야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생활습관을 고친다는 진리는 단순했지만 실천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기존 약에 크게 기대고 있었던 환자들을 설득하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결국 한 명 한 명을 깨우치고 이해시키기로 했다. 그래서 신 원장은 지금도 왜 병이 생기고 음식이 중요한지에 대해 강연회를열고 환자들과 가능한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한다.
“본인 몸을 잘 아는 사람은 누구보다 본인 스스로겠지요. 결국 본인이 만든 병은 본인이 치료해야 돼요. 저 같은 의사는 교육자, 조언자로서 환자가 본인의 몸을 살릴 수 있도록 꾸준히 이끌어줘야 하고요.”
그렇다면 신 원장이 그렇게도 외치는 올바른 식생활이란 무엇일까? 병 없이도 살 수 있고, 병도 고칠 수 있다니 그의 주장대로 먹는 것이 과연 어떻게 먹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치료의 답은 바로 바로 현미밥!
우리는 보통 삼시 세끼 식사를 한다. 그런데 그 밥이 어떻단 말일까? 신 원장은 얼마만큼 먹느냐가 아닌, 어떤 밥을 어떻게 먹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매일 매일 에너지를 얻기 위해 음식을 먹어요. 우리의 몸과 마음을 만드는 것이 내가 먹은 음식인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사실이죠. 그렇다면 결국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말인데, 우리 인간의 소화기관은 곡물을 섭취하는 데 가장 최적화 되어 있어요. 하지만 도정으로 이미 많은 영양소를 잃은 백미보다 각종 영양소를 가지고 있는 현미가 더 낫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거라 생각해요. 또 쌀 소비량이 줄어든 만큼, 늘어난 육류 섭취와 당분 섭취는 모든 병의 근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한 채식 위주의 현미밥을 권해요. 물론 현미밥이 주입니다.”
또한 저염식을 강조하는 요즘, 그는 오히려 소금 섭취를 권한다. 하지만 그냥 소금이 아닌 좋은 소금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이제껏 먹어온 소금들은 정제염인 경우가 태반이었죠. 단순히 짠맛만 내는 정제염은 그냥 화학물질 덩어리나 다름없어요. 그래서 ‘소금이 나쁘다’라는 인식이 생겼지만, 미네랄이 풍부한 천연소금은 오히려 몸의 생체 흐름을 조절해 주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괜찮아요. 천일염은 2008년이 돼서야 비로소 식염으로 인정을 받았어요. 마음만 먹으면 우리집 식탁의 소금을 천일염으로 바꾸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이처럼 그는 현미밥을 중심으로 채소 몇 가지를 곁들인 반찬을 올바른 식단으로, 건강을 유지시켜 주는 가장 이상적인 식단으로 본다. 실천하기에 그리 유별나거나 어렵진 않아 보인다.
“약은 궁극적인 치료법이 아니거니와, 환자들은 모든 병을 의사가 고쳐줄 거란 생각을 버려야 해요. 결국 내 몸 아닌가요? 평소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먹으면 건강해질 수 있을지 고민해보면 해답은 결국 자기 자신에게 있어요. 내 몸이 좋아하고 건강해지는 것을 먹으면 병도 당연히 낫기 마련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신 원장은 원내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하자고 권했다.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바로 ‘밥’이었다. 거뭇한 그 색도 색이지만, 무엇보다 입에 한 입 넣었을 때 혀끝에 느껴지는 짭조롬함이 특별했다. 평소 먹던 하얗고 부드러운 밥과 달라 낯설기도 했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밥의 고소함이 느껴져 밥맛도 좋았다. 현미밥을 씹으면 씹을수록 건강해진다고 말하는 신우섭 원장. 그날 그의 말대로 기자도 몸이 좋아지는 점심식사를 했다.
TIP. 신우섭 원장이 제안하는 건강식사법
1. 통곡식 위주의 채식 원칙을 지키자.
2. 좋은 피에 필수적인 천일염을 먹자.
3. 야채는 익혀 먹으면 좋다.
4. 당분이 높은 과일은 조금만 먹자.
5. 하루 세 끼보다는 두 끼가 좋다.
6. 식사는 포만감이 느껴지도록 마음껏 먹자.
7. 물은 목마를 때 마시는 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