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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고백] 지긋지긋 간염 잠재운 박길춘 씨 체험고백

2007년 09월 건강다이제스트 청량호 128p

【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생각을 바꾸고 생활습관을 바꾸면 절로 건강해져요”

40세 이후의 얼굴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박길춘 씨(52세), 그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수년간 병원을 다니며 간염과 싸워온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온화하고 밝은 얼굴이다.

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만 했던 간염수치를 잡아 간경변, 간암으로의 진행을 막았다. 간염을 오래 앓아온 환자의 대부분이 박길춘 씨 정도의 나이가 되면 간경변이나 간암으로 진행되는 수순을 밟는 것에 비추어 볼 때 그는 ‘행운의 사나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부르기엔 좀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그의 행운은 저절로 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타고난 낙천성과 자연에서 그 해답을 얻은 그의 비결을 들어보자.

얄궂은 운명의 굴레

“아버지가 49세의 젊은 나이에 간경화로 돌아가셨어요, 또 작은 아버지는 간암으로 돌아가셨죠.”

가족력이 걱정돼 1980년대 중반, 그의 나이 30대에 간염백신 주사를 맞았단다. 하지만 얄궂은 운명은 그를 피해가지 않았다. 1차 백신을 맞은 후 2차 백신을 맞으러 갔더니 맞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미 그의 몸 안에서 간염바이러스가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간염이라는 것이 당장에 몸이 악화되는 병이 아니라서, 또 당시 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1년이나 6개월에 한 번씩 혈액검사를 받는 것이 전부였다. 술을 마실 때 앉은자리에서 담배 한 갑 피우는 것은 일도 아니었던 그가 발병 사실을 안 다음부터 10년 넘게 피우던 담배도 끊었다.

그러나 담배를 끊었어도 젊은 혈기에, 또 한참 일할 나이에 그의 몸은 술과 스트레스로 피폐해져 갔다. 사업상 술자리가 잦았고 워낙 가리는 것 없이 먹는 것을 좋아했던 박길춘 씨. 몸에 큰 이상이 없으면 그리 문제될 것이 없었겠지만 그는 다른 사람과 달랐다. 그의 몸에는 간염 바이러스가 활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간염 수치와 고군분투

박길춘 씨가 불혹은 넘긴 40대 어느 날, 그날도 정기적인 혈액검사가 있던 날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혈액검사 결과 간염수치(GPT/GOT)가 100 가까이 올라가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40 이하인 정상범위를 유지했지만 그런데 그날은 100 가까이 나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수치라면 반드시 치료를 필요로 하는 수치였기 때문이었다.

“그때 마침 인터페론이라는 주사제가 새로 나왔던 시기예요. 1개에 2만 원 정도 하는, 보험적용도 안 되는 비싼 주사제에 희망을 걸고 하루에 한 번씩 거르지 않고 두 달 가량 주사를 맞았죠.”

그런데 대인기피증이 올 정도로 심한 우울증이 나타났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머리를 감으면 한 움큼씩 빠지는 탈모 증상에 기겁을 할 정도였다. 결국 부작용이 워낙 심해 곧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그런 와중에 간염 수치는 다시금 정상범위까지 내려가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뿐! 그로부터 10개월 뒤 또다시 간염수치가 조금씩 상승하더니 결국 2001년 8월에 이르러서는 200 가까이 올랐다.

또다시 약물요법을 실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간염 수치를 잡는 약물로 알려진 제픽스라는 치료제로 자꾸만 치솟는 간염 수치를 다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또 일년이 흘렀다.

마치 롤러코스터 타듯 지긋지긋하게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던 간염수치. 그러나 인간은 역시 망각의 동물인가보다. 그렇게 널뛰기를 하는 간염 수치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방심하는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1년 정도 제픽스를 복용하자 증상이 더 이상 악화되지 않게 되면서 ‘이젠 괜찮아졌나보다’ 하고 안심하고 있었어요. 정기적인 검사도 차일피일 미루면서 지내던 2003년 5월 어느 날 다른 때보다 피로감을 더 느껴 병원에 가서 혈액검사를 했더니 GPT가 523, GOT는 316까지 올라가 있는 게 아니겠어요. 당장 입원하지 않으면 큰일난다고 해서 곧바로 입원을 했죠.”
그랬다. 입원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그의 간수치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고 있었던 것이다.

본격적인 몸 돌보기를 시작하다

정기적으로 혹은 비정기적으로 꾸준히 병원에 가서 자신의 염증 수치를 체크했었지만 시간의 흐름 앞에서 그의 몸은 간염으로 서서히 무너지고 있었다. 하지만 천성이 낙천적이었던 그는, 병원에 있으면서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왜 하필’이란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이왕 제 몸 안에 들어와 있는 거 운명처럼 받아들이기로 했죠. 병원에서 곰곰이 생각해 봤죠. 수치상으로만 내 몸을 체크했었지 정작 내 몸을 위해 한 일은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퇴원한 이후부터 그의 모든 생활은 많이 달라졌다. 그동안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었던 일을 시작했던 것이다. 우선 간염을 가진 사람들의 동호회와 간염을 연구하는 민간연구단체 등에서 정보를 얻고 자신에게 맞는 부분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그가 선택한 것은 자연을 닮은 식이요법, 운동 등이었다. 몸을 살리기 위한 고군분투가 시작된 셈이다.

‘자연식’에서 그 해답을 찾다!

“운동이든, 먹는 것이든, 뭐든지 무리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라며 운을 떼는 박길춘 씨.

운동을 몰랐던 그가 가까운 근처의 산을 부인과 함께 오르기 시작했다. “정상에 오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가까운 거리를 산책하는 마음으로 올랐어요.”

사는 곳의 덕도 톡톡히 봤단다. “남양주 외곽서 살다보니 집 근처에 자생하는 돌미나리, 돈나물, 민들레 등을 자주 먹었죠. 또 신선초, 케일 등 신선한 야채즙도 꾸준히 마셨고요. 입에 쓰고 신 것이 몸에는 좋다네요.”

이렇듯 그는 자연에서 나는 그대로를 섭취하려고 애썼고 좋아하던 육류 섭취도 줄였다. 보리·현미·강낭콩·팥 등을 섞은 잡곡과 채식 위주의 식사를 했다. 또 “아내가 청국장 발효기를 이용해 직접 만든 청국장에 오디 시럽을 섞어서 마신 것도 건강을 찾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얘기한다. 오디 대신 제철 과일을 갈아서 청국장에 섞어 마셔도 된다는 귀띔도 잊지 않는다.

현재는 놀라워진 몸의 변화를 체험하며 2~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하고 있는 박길춘 씨. 수년간 간수치도 정상으로 유지되고 있고 나이도 거꾸로 먹는다고. 금년 3월 말에 받은 피검사 결과 GPT가 35, GOT는 30으로 나왔다. “오히려 간염을 앓고 있는 것이 전화위복이 된 것 같아요. 생각과 생활습관이 바뀌니까 몸도 가뿐해져서 오히려 10년 전의 모습보다 더 젊어진 기분으로 삽니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간혹 간염 수치에 급급해 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수치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수년간 오르락내리락 했던 수치와의 싸움에서 그가 배운 것은 현대의학의 힘을 빌리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음식을 섭취한다면 못 고칠 병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점점 식품과 약품의 사이가 모호해지고 있듯이 사회에서도 만성활동성간염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융통성을 가져야 합니다. 아직도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꽤 됩니다. 부디 부끄럽게 생각하지 말고 또 숨기려고만 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저처럼 자신감을 가지세요.”

※만성활동성간염 : 우리 몸의 백혈구가 방어를 위해 간염바이러스와 싸우면서 염증이 생긴 간은 오랜 세월을 거쳐 딱딱해지고 이것이 간경변, 간암 등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정기적인 검진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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