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피옥희 기자】
【도움말 | 고려대학교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최재현 교수】
알약, 물약, 캡슐, 한약재 등 소화제의 종류도 가지가지. 특히 의사의 처방 없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그만큼 오남용도 쉽다. 이에, 소화제에 대한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고, 올바른 복용법과 소화 잘 시킬 수 있는 생활습관 등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소화불량증 개인차 심해…
국내 대표 액상소화제 까스000, 까스00는 자그마치 42년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과식을 했거나 속이 더부룩하면 으레 액상소화제를 찾으니, 어찌보면 전국민의 애호식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쏟아져 나오는 소화제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아, 오·남용 문제가 심각한 것이 사실. 또 소화에 대한 개인편차가 심해, 증상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고려대학교안산병원 소화기내과 최재현 교수는 “체했다, 소화가 안 된다는 것은 의학적 단어는 아닙니다. 주로 환자가 체했다고 말하는 것은 ‘급성 소화불량증’을 의미하죠. 6개월 이상 속이 더부룩하고, 인상이 찌그러질 정도로 뱃속이 불편한 느낌이 계속되면 ‘만성 소화불량증’이라고 구분합니다. 간은 담즙을 생성해 지방의 소화를 돕고, 췌장은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등 소화와 연관된 모든 장기가 잘 연동되어야만 소화가 잘되는 것이니, 어느 한 곳이 좋지 않다고 소화가 안 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라고 설명한다.
또 위, 췌장, 담도, 대장, 소장에는 전혀 병이 없고 기타 염증이나 감염 등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아래와 같은 증상이 있을 때 이를 소화불량증으로 구분한다.
최재현 교수가 말하는 네 가지 대표 증상은 ▶상복부에 통증이 있거나 ▶역류가 되거나 ▶평상시에도 포만감이 있거나 ▶금방 배가 부른 경우 등이다.
문제는 소화불량증이 위, 십이지장, 췌장에 문제가 있을 때에도 증상이 유사하기 때문에 단순히 소화불량으로 생각해 소화제만 먹게 되면 자칫 병을 키울 수도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화불량증과 더불어 경고증상이나 징후가 있을 때에는 즉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특히 50세 이상 중·장년층 중 ▶빈혈이나 위장관출혈이 의심될 때 ▶몸무게가 급격히 감소하거나 음식을 삼킬 때 통증유발 ▶구역이나 배에서 뭔가가 만져지는 느낌 ▶눈이 노랗게 되는 황달 증세 등이 나타난다면 한 번쯤 경고증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소화 효소제와 위장관운동 촉진제의 차이!
우리가 습관처럼 먹는 소화제. 그러나 과도한 복용은 우리 몸 안에 있는 소화단백질까지도 모조리 소화시켜 췌장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인슐린 분비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따라서 소화제의 기능을 명확히 알고, 반드시 전문의나 약사의 처방에 맞게 복용해야 한다.
소화제는 크게 소화효소제와 위장관운동 촉진제로 나뉜다. 우리 몸에 소화효소가 부족하게 분비되면 음식물을 분해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소화효소제를 먹어 음식물을 분해시켜주는 것이 바로 소화효소제이다.
위장관운동촉진제는 인위적으로 위장관운동을 시킬 때 복용하는 것으로, 두 효능이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 특징. 다만 물약은 흡수효과가 빠른 대신 약효가 빨리 사라지고, 알약은 천천히 효과가 발휘되는 대신 약효가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차이가 있다.
최재현 교수는 “일반적으로 알약은 소화효소제가 많고, 물약의 경우 소화효소제와 위장관운동촉진제 두 종류로 나뉩니다. 하지만 췌장에 문제가 있지 않는 한 우리 몸에 소화효소가 부족한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소화효소제 중 위배출 촉진제나 가스제거 약품을 섞은 복합제가 많기 때문에 그런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겠죠. 다만 순수 소화효소제의 의미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소화제는 환자 스스로 선택하기보다는 반드시 자신의 증상을 전문가와 상의해 선택해야만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
무, 말린 귤껍질 소화에 좋아…
동의보감에 따르면 ‘무는 소식 지소갈消食 止消渴’이라고 했다. 음식의 소화를 잘 시키고 소갈을 멎게 한다는 뜻으로 소화불량을 해소하는 데 좋다는 것. 실제로 무에는 디아스티아제라는 소화효소가 많이 들어 있다. 무를 이용한 대표 요리는 무를 채썰어 양념을 넣고 살짝 볶아낸 무나물. 또 무를 얇게 썰어 식초와 설탕 녹인 물에 절인 다음, 여러 채소를 얹어 돌돌 말아먹는 무보쌈도 있다.
말린 귤껍질도 소화를 돕는 좋은 식품이다. 일반적으로 감기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한의학에서는 진피라는 한약재료로 사용될 만큼 장운동을 촉진시키는 데 탁월하다. 끓인 물에 말린 귤껍질과 대추 등을 넣어 차로 마시면 된다.
평소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쉽게 할 수 있는 지압법을 활용해보자.
소화불량을 예방하는 대표 혈자리는 합곡(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이 만나는 곳의 3cm 위 지점)과 중완(배꼽과 명치 사이 정 중앙 지점), 태충(엄지발가락과 집게발가락이 만나는 곳의 3cm 지점)이다. 단, 중완을 지압할 경우 반드시 시계방향으로 돌려서 문지르듯 지압하도록.
소화를 잘 시키려면 과식과 폭식을 피하고 가벼운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삶의 소화제’이니 만큼, 약물에 의존하기보다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영위하는 것이 필요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