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피옥희 기자】
【도움말 |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순환기내과 박창규 교수】
질환으로 병원을 찾으면 으레 물어보는 것이 바로 ‘가족력’이다. 실제로 암, 고혈압, 비만, 고지혈증, 당뇨 등의 질병은 가족력이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이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도 사실. 지금부터 질병의 대물림을 피하기 위해 미리 알고 있어야 할 가족력에 대해 꼼꼼히 알아보도록 한다.
가족력 있으면 일반인보다 발병률 증가
“혹시 가족 중에 병을 앓았던 사람이 있습니까?”
유방암 검진을 받으러 간 50대 주부 김모 씨.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제일 먼저 받은 질문은 다름아닌 가족의 병력이었다. 질병에 대한 고위험군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이라면 일반인에 비해 발병률이 높기 때문. 따라서 검사나 치료 전에는 반드시 가족력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력이란 부모나 조부모, 가까운 형제 중 같은 질병을 두 명 이상 앓고 있는 경우를 “가족력이 있다”고 말한다. 특히 암과 대사성질환이 가족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유방암을 앓고 있는 가족이 있다면 일반인에 비해 발병률이 8배, 대장암은 5배나 높다. 당뇨나 고혈압, 심장질환과 같은 대사성질환도 가족력의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가족력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맞물려 나타나기 때문에, 가족의 식생활문화도 무시할 수 없다. 부모의 식생활습관 즉, 운동을 싫어하는지, 짜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지, 성격이 급한지 등등 가족 간에도 동일한 문화가 있기 때문에 환경적요인 역시 배제할 수 없다.
고대구로병원 순환기내과 박창규 교수는 “가족력을 알면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의 질병, 사망원인을 분석해 환자의 치료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 스스로도 어느 정도의 가족력이 있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라고 역설한다.
때문에 나를 중심으로 자녀와 부모, 그 2세대 위 가족들의 질환이나 위험요소를 공인된 기호로 그려보는 ‘질병가계도’가 필요하다. 질병가계도란 특정질환이나 병에 있어서 가족의 유전인자와 생활습관, 정신적 유대관계 등을 포함해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러한 질병가계도는 질환을 예측하거나 치료하는 데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암, 가족력을 예방하라!
가족력의 영향이 매우 높은 암. 그 중에서도 유방암과 대장암, 갑상선암, 난소암, 전립선암은 가족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을 경우, 암 발병률이 일반인의 3~4배 이상이다. 특히 폐경기 전 가족 중에 유방암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일반인에 비해 발병확률이 9배나 높다. 따라서 유방암 가족력이 있다면 20세 이후 2년에 한 번, 30세 이후 매년 검사를 받고, 스스로도 유방 촉진검사를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대장암 역시 가족력의 영향이 매우 큰 암이다. 가족 중 질환자가 있다면 적어도 5년에 한 번 대장내시경이나 대장조영술을 하고, 수시로 대변장혈검사를 받도록 하자.
유방암과 대장암에 비해 난소암은 약 20%, 위암은 약 10% 정도가 가족력의 영향을 받는다. 상대적으로 발병확률이 낮기는 하지만 난소암 가족력이 있다면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을 받고, 골반초음파 검사를 해주는 것이 좋다.
위암 가족력이 있다면 위내시경 검사, 위장조영술 등 정기검진은 필수. 더불어 환경적 요인이 더욱 큰 만큼 생활습관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대사성질환, 가족력을 예방하라!
암과 더불어 가족력의 영향이 높은 것이 바로 ‘대사성질환’이다.
박창규 교수는 “우리 몸 안에는 단백질과 당분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이러한 대사과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통틀어 대사성질환이라 하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이 해당됩니다. 보통 2~3가지가 한꺼번에 오는 것이 대사증후군이며, 이는 매우 심각한 증상이므로 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라고 강조한다.
심장질환이나 협심증 등은 가족력의 영향이 매우 큰 것이 사실. 일반적으로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이 한꺼번에 오면 혈관에 기름때가 끼면서 협심증이 나타난다. 협심증 예방의 첫걸음은 바로 건강한 생활습관과 음식조절, 꾸준한 운동, 절주와 금연 등이다. 특히 대사성질환의 가족력이 있을 경우 일반인에 비해 심장병 발병률이 2배나 되므로 조심해야 한다.
유전적으로 심장이 늘어나 제 기능을 잘 못하는 확장성심근증이나 비후성심근증, 고혈압과 당뇨로 인한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돌연사를 일으키는 악성부정맥이 생기는 것도 가족력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만일 가족 중 젊은 나이에 돌연사, 급사한 경우가 있다면 심전도 검사를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냉정하게 말하면, 가족력을 피할 수는 없다. 하지만 환경적 요인을 바꾸기만 한다면 언제든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박창규 교수가 추천하는 가족력 발병률을 이기는 10가지 예방수칙
1. 기름진 튀김이나 육류, 자극적인 음식은 피하라.
2. 저염식과 저칼로리 음식에 주력하라.
3. 동물성지방은 피하고 콩과 견과류, 생선을 많이 먹어라.
4. 금연과 금주는 기본, 규칙적이고 건전한 생활을 하라.
5. 정상체중과 정상혈압을 유지하라.
6. 매일 하루 1시간씩 운동하되, 가벼운 근력운동도 함께 하라.
7. 가족력이 있다면 항상 정기적으로 검진하라.
8. 스트레스를 피하고 충분한 수면을 하라.
9. 억지로라도 물을 많이 마셔라.
10. 발병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