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갑자기 늙어버린 모습이 보기 싫어서, 정력에 좋다니까, 피부에 좋아서 등… 어디어디에 좋다더라.’ 태반주사에 대해 문의하는 글들이 인터넷상에서 쉽게 검색되는 현실. 주사뿐만 아니라 먹는 약품으로도 나올 만큼 태반관련 의약품의 인기는 상당하다.
더불어 웰빙, 몸짱 바람을 타고 노화방지, 피로회복, 체력증강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치르고 있는 마늘주사의 인기도 이에 못지 않다.
때문인지 이들 주사제가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되고 있다. 과연 좋기만 할까? 부작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 만병통치약처럼 인식되고 있는 태반주사와 마늘주사에 대해 알아본다.
만병을 다스리는 주사?
기미·주근깨 때문에 고민이 많은 30대 주부 H씨. “기미·주근깨에 태반주사가 그만이라는 데, 한 번 맞아볼까 봐요.”라며 말을 잇는다. 더불어 주변에 태반주사나 마늘주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귀띔도 한다.
애초에 태반주사는 갱년기 증상을 호소하는 중년여성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요즘에는 성기능 효과에 관심을 둔 40-50대 남성들을 비롯하여 피부와 몸매에 관심이 많은 20-30대 젊은 여성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요층이 존재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각종 내과, 산부인과, 피부과, 성형외과 등 태반주사와 마늘주사를 취급하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이들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도대체 태반주사가 무엇이고 마늘주사는 또 어떤 것인가? 우선 그 궁금증부터 알아보자.
태반주사는 모체와 태아 사이의 영양공급 통로인 태반에서 아미노산을 비롯한 몸에 이로운 물질을 축출하여 만들어낸 주사제로, 갱년기 증상 완화와 간 기능 개선을 목적으로 식약청의 승인을 받았다.
수입제품과 국산제품으로 나뉘는데 수입제품의 단가가 높은 편이다. 이 외에도 태반주사는 혈액순환, 만성피로, 생리통, 탈모증, 성기능 개선, 아토피성 피부염, 노화방지, 면역력 증가, 통증 개선 등의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양한 효능만큼 그 안전성과 효능 면에서 검증되지 않은 부분도 많다는 지적이 있다.
신준호 성형외과 신준호 원장은 “태반주사는 공식적으로 간 기능 개선 및 갱년기 기능장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정을 받았지만 경험적으로 두 가지 이외에 많은 부분에서 효과를 나타내는 면을 부정하기도 어렵다.”며 “특히, 갱년기 증상 완화에 따라 여러 면에서 부가적으로 광범위하게 효과를 봤다는 얘기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밝힌다. 인간과 태반을 떼어놓고 설명하기 어려운 것처럼 태반은 우리 몸에 여러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태반 관련 의약품은 원료가 태반이기 때문에 태반의 감염 여부 및 안전성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식을 줄 모르는 태반 의약품 붐에 출처가 불분명한 제품의 유통 및 오·남용이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문제제기를 하는 시각도 있다.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가정의학과 김수현 교수는 “현재 태반주사에 대한 각종 임상시험 결과 등 정확하게 판단 내릴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태반주사가 나쁘다,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태반주사가 마치 만병통치약인 듯 인식되어지는 것 또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편, 마늘주사는 비타민 B1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어 비타민 B1결핍 치료제로 허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빠른 피로회복, 피부미용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연예인, 스포츠 선수, 수험생, 육체노동자 등에게 선호되고 있다. 수입제품과 국내제품으로 나뉘며 주로 태반주사의 보조제로 병행하여 많이 쓰이고 있다. 이러한 마늘주사도 본연의 효능 이외에 다방면에 효능이 있다고 과장되어 알려지는 경향이 다분하다.
특히 단일 제재를 원료로 만든 태반주사와 달리 기본이 되는 비타민제와 다른 제재를 혼합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다른 제재에 과민반응을 보이거나 비타민제에 의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도 있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신 원장은 “마늘주사는 혈관으로 맞는 주사이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천천히 맞아야 하고, 혼합제제이기 때문에 혼합하는 제재의 용량 등에 대해 각별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태반주사와 마늘주사제는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에 효과를 봤다고 해서 약국에서 개인이 구입할 수 없다. 또한 이러한 붐을 타고 일부 불법으로 시술하거나 주사제를 사고 팔기도 하는데 이는 국민 건강을 위해하는 요소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주사제를 맞는 것은 자유의지이다. 하지만 검증된 곳에 가서 정확한 용법에 따라 주사를 맞는 것이 중요하다.
나에겐 약이, 당신에게 독이 될 수 있다
병원마다 차이가 있지만 보통 태반주사 및 마늘주사를 한 번 맞는 데 드는 비용은 2만 5천 원에서 5만원 사이다. 평균 8?10회 정도 장기간 맞아야 효과가 있다고 하는 태반주사와 달리 마늘주사는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만 맞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개원가 병원에서는 시너지 효과를 위해 태반주사와 마늘주사를 병행할 것을 권장하고 있지만 쇼크, 약물에 대한 과민반응 등 혹시 있을지 모를 부작용에 대해서는 대부분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두 주사제를 병행할 경우 비용은 수십 만원을 훌쩍 넘어 버린다. 이들 주사제를 맞을 때 특별히 주의가 필요한 사람을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임산부 및 어린 아이 등은 피하는 것이 좋다.
일각에서 주장하듯 플라시보 효과를 전면 배제할 수 없지만 꾸준히 태반주사와 마늘주사를 찾는 이들을 보면 효능이 없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만은 사실이다.
태반주사 후 구역질, 전신권태감, 주사부위 통증 등 경미하고 일시적인 부작용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아직 태반주사와 마늘주사로 인한 치명적인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다고 해도 100% 부작용이 없는 의약품이 존재할 수 없듯 아무리 좋은 것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요즘은 병에 걸리기 전에 병을 예방하는 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은 국가적으로도 이로운 일임에 틀림없지만 자신의 몸에 맞는지 제대로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무분별하게 건강을 찾는다면 과연 득이 될까?
고비용도 문제지만 자신의 몸 안에 인위적인 물질이 들어온다는 것에 대해 보다 신중함을 기해야 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