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백경미 기자】
【도움말 | 국립암센터 간암센터장 박중원 박사】
술자리가 유독 많은 연말이 다가오니, 한마디로 간이 떨린다. 술과 간은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 독한 술 계속 마시다 보면 간질환뿐 아니라 간암까지 무시할 수 없다는 데. 40~50대 남성이 걸리는 암 중 1위를 차지하는 간암. 간암의 모든 것을 알아보자.
간염에 술까지…
J씨는 간염 보균자였다. 어머니로부터 간염을 물려받아 늘 신경 써왔던 그였지만,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어쩔 수 없이 술을 입에 대기 시작했다. 간에 점점 무리가 가는 줄도 모르고 ‘별 일 있겠냐.’는 생각으로 술자리를 자주 가졌던 것이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그는 갑자기 피를 토하게 된다. 너무 놀라 부랴부랴 달려간 병원에서 간경화 판정을 받았다.
“그때부터 생각을 고쳐먹고 달라졌다면 아마 간암까지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무지했는지, 그렇게 크게 와 닿지 않더군요.”
그는 병원에서 처방받은 간경화 치료제로 위안을 삼으며 예전과 다를 바 없이 그렇게 시간을 또 흘려보냈다.
어느 날부터 늘 소화가 안 되었고 배에 자주 통증이 느껴졌던 그는, 2003년 4월 결국 병원을 찾게 된다. 심하게 피곤해져서 직장생활 하기가 힘들 정도가 되자, 아내가 검사를 받아보자고 권한 것이다.
“솔직히 몸에 이상증세가 나타나면서 어느 정도 내 몸의 심각성을 눈치 채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암일 줄은 꿈에도 몰랐죠.”
그는 결국 암 3기 판정을 받았다. 간경화로 인해 간의 상태가 나빠져 있었기 때문에 수술 여부조차 장담할 수 없었다. 다른 장기에 암세포가 퍼지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수술 날을 기다리는 시간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배를 절개해보고 직접 간 상태를 확인한 다음에 수술 여부가 결정된다고 하더군요. 심각할 경우에는 수술을 아예 포기해야 했기 때문에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하지만 운이 좋았다. 절개 해보니 간 상태는 비교적 양호했고, 그는 간의 2/3 정도를 잘라냈다.
180도 달라진 생활습관
수술은 성공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암의 경우 재발이 될 수 있으니 신경을 써서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는 금주와 금연을 하고 생활습관을 완전히 바꾸기로 결심했다.
“일단 신선한 과일, 야채를 많이 섭취했습니다. 인스턴트식품이라든지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식품은 일절 끊고 현미밥과 채소 위주의 식사를 했죠. 또한 매일 생즙을 갈아 마셨습니다.”
그는 수술 후 4년이 지난 지금도 흐트러지지 않고 계속 이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정기적으로 암 검사를 하는데 재발은커녕 간경화도 거의 나았다고. 암 제거 수술, 항암제 치료를 9개월이 넘게 받았던 그때를 떠올리면, 잘 먹고 웃으며 살아가는 지금의 모습이 고맙기만 하단다.
그런 그는 마지막으로 “간염 보유자들은 반드시 간암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으니 금주를 하도록 하고,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 간질병에 대해 미리 미리 예방하라.”고 당부한다.
간암, 넌 누구냐!
간암은 B형 및 C형 간염바이러스나 땅콩, 옥수수에 생기는 곰팡이 독소인 아플라톡신이라는 발암물질 등에 의해 생길 수 있으며, 어떤 원인이든지 일단 간경변증이 되면 간암이 생기기 쉽다.
국립암센터 간암센터장 박중원 박사는 “이중 간염바이러스 감염이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서 100명의 간암 환자가 있을 때 그 중 약 70명은 B형 간염바이러스 감염과 관련되고 10명은 C형 간염바이러스와 관련됩니다. 알코올성 간염이나 심한 지방간염 등과 관련된 경우도 15명 정도 됩니다. 간암은 간경변증이 심할수록, 연령이 많을수록, 또 남자에게서 더 잘 생깁니다.”라고 설명한다.
술은 직접적인 간암 유발인자는 아니나 과음은 간접적인 발암촉진제로서의 역할을 하며 만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음주는 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우리나라도 점차 알코올성 간질환이 늘고 있기 때문에 술에 의한 간암도 늘어나는 추세이며 비만과 관련된 지방간염도 오랫동안 방치하면 간경변증이 될 수 있고, 이에 따라 간암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박중원 박사는 “간암의 증세들은 대부분 암이 많이 진행된 후에 나타나기 때문에 증세에 의존해 간암을 제 때 진단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간암, 치료는 이렇게!
일반적으로 ‘암 치료’라고 하면 수술, 방사선치료, 항암제 치료가 3대 기본치료법이나 간암의 경우는 좀 다르다. 일반적으로 수술적 절제술, 간동맥화학색전술(TACE), 알코올 주입법, 고주파치료 등이 치료의 근간을 이루며 경우에 따라 항암제 치료나 방사선 치료 등을 시행한다. 대부분의 간암은 만성 간질환을 동반하고 있으므로 합병증 관리나 간 기능 유지 치료가 중요하다.
박중원 박사는 “간암 환자들은 대부분 간경변증이 동반되어 있으므로 배에 물이 찰 수 있는데 이런 복수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가능한 한 소금, 간장, 된장 같은 염분을 최대한 줄여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체중을 자주 재보며 유지하도록 하고, 또한 간경변증이 중등도 이상으로 심한 경우 변비는 간성혼수의 위험을 높이므로 변비가 있는 경우 의사와 상의해 치료를 해야 합니다.”라며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간암의 치료과정 중 환자들은 영양분(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을 고르게 섭취하고 신선한 야채, 과일을 적절히 먹는 것이 중요하다. 음주는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적당한 운동(산책, 빠르게 걷기, 가벼운 등산, 맨손체조 등)은 허락될 수 있으나 간 기능 상태나 합병증 동반 유무에 따라 차이가 크므로 적절한 운동량을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박중원 박사는 “간암은 비교적 예후가 나쁜 암으로 알려져 있으나,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은 암입니다. 그러므로 암을 초기에 발견하기 위해선, 위험인자인 B형 간염, C형 간염, 알코올성 간염, 지방간염, 간경변증 등을 가지고 계신 분은 아무 증세가 없어도 정기적인 검진을 받아야 합니다.”라고 당부한다.
☞간염 및 간암을 예방하는 법
♧일반인
1. B형 간염백신을 3회 접종한다
2. 개인위생 및 체중 관리
3. 적절한 음주 습관
4. 건전한 성생활
5. 약물 오남용 및 마약 금지
♧만성 간질환 환자
1. 정기 검진 및 관리
2. 필요시 항바이러스제 투여
3. 금주
4. 건강식품보조제, 생약 등의 오남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