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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일의 건강칼럼] 무슨 검사가 그렇게도 많아?

2007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감사호 144p

【건강다이제스트 | 서울메디칼랩 원장 김형일 의학박사】

인생에서 값진 것들은 대부분 경험에서 나온다. 하지만 아무리 그것이 중요한 덕목이라 할지라도 감옥살이와 병원 입원은 하지 말아야 될 경험이다. 하지만 아차 하는 찰나에 일이 꼬여 병원에 입원하는 경험을 갖기도 한다. 입원이 두려운 것은 병원이라는 공간자체보다는 대부분의 경우 수도 없이 많은 검사에 경악하게 되는 것이다.

정말 세상에 무슨 놈의 검사가 그렇게도 많은 것일까?

해도 해도 끝이 없다. 아침에 피 뽑아갔는데, 저녁 때 또 뽑아간다. 혈액검사면 다 같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검사, 혈액응고검사, 용혈반응검사, 혈액은행검사, 혈우병검사, 조혈기능검사….

소변검사도 마찬가지다. 혈뇨검사, 당뇨검사, 세균뇨검사, 단백뇨검사, 신장염, 전립선염, 요도염검사, 세균배양검사, 비뇨기계 종양세포검사, 기생충검사….

간기능검사도 그렇고, 신장기능검사도 그렇고, 전해질검사, 심장검사, 폐기능검사, 류마티스, 통풍검사, 관절염검사, 성인병검사, 그리고 암검사, 골수검사, 뇌척수액검사, 유전자검사, 염색체검사, 그리고 또 내시경검사, X-ray, 초음파, CT, MRI, 조영촬영검사, 핵의학검사…. 정말이지 검사종류 명칭만으로도 수 십 장의 기록이 필요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사실 이런 것들은 대부분 20세기 말경에 이르러서야 겨우 인간들에게 실험되기 시작한 것에 불과하다.

작금의 현실에서는 이렇게도 무분별하고 겁 없이 수도 없는 많은 검사들을 진행하여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작용과 손실을 유발시키는 실례가 허다하게 발생되고 있다.

사람들은 “복잡하고 어렵고 아파도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속이 시원하다.”

“힘들어야 검사 받는 것 같다. 그래야 믿을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한다.

사실은 노련하고 경험 많고 실력 있는 의사는 그렇게 굉장한 검사를 잘 시키지 않는다. 훌륭한 의사일수록 환자의 말을 잘 듣고 대화하는 시간을 오래 가지려 노력한다.

그런데 의사보다도 환자들이 오히려 한술 더 뜬다. 검진하지 않고, 시진, 문진, 촉진, 탁진, 청진까지만 해서 진단을 내면 엉터리 의사이고 시설이 형편없는 병원이라고 말한다. 환자들은 병원에 가려면 의사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데도 불구하고 그럴 마음은 거의 없다. “그 병원에 그런 최신 기계가 다 있지요?”라고 먼저 묻고 기계가 확인되어야 그 병원에 간다. 점점 더 요란한 기계와 휘황찬란한 시설이 더 중요한 시대로 바뀌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는 인구밀도당 가장 많은 CT와 MRI와 PET 등 각종 첨단의료장비를 갖는 나라가 되고 말았다.

가능하기만 하다면 불필요한 검사는 경험하지 말아야 한다. 그 중에서도 또 가능하다면 특별히 크고 유명하고 굉장한 기계로 검사 받는 경험은 더욱 없을수록 좋은 일이다. 기계보다는 의사를 믿는 것이 최선이다. 그중에서도 환자의 말을 자세히 들어주고 쉬운 말로 설명을 잘해주는 의사가 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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