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서울대학교치과대학 치주과학교실 김태일 교수】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고 한다. 비록 입술은 아니지만 잇몸이 부실하면? 치아고 뭐고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게 된다. 이렇듯 잇몸은 치아만큼 중요한 것임에 틀림없지만 그 대접은 소홀한 듯하다. 잇몸이 무너지면 구강전체의 기본이 흔들린다는 것을 명심하자. 구강건강의 기본인 잇몸 관리법에 대해 알아본다.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이가 흔들리는 것 같고, 심한 입냄새아 칫솔질 할 때 잇몸이 아픈 것을 호소하던 30대 초반 B씨.
“치과에 갔더니 치아에 낀 치석 때문에 잇몸이 약해져서 그렇다고 하는데, 이 때문에 고생은 해도 잇몸 때문에 고생하게 될 줄은 몰랐죠.”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인다.
서울대학교치과대학 치주과학교실 김태일 교수는 “구강관리를 잘해도 나이가 들수록 잇몸의 노화가 진행되기 마련입니다. 잇몸의 탄력성이 줄어들어 외부의 자극에 손상되기 쉽고 아무는 속도도 느려지게 되는데, 여기에 올바르지 못한 칫솔질이나 잘못된 구강관리가 지속되면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나고 심해질 경우 잇몸에 고름이 생기거나 이가 흔들려 빠지는 치주질환을 앓게 됩니다.”라고 한다.
치아를 둘러싸고 있는 조직을 전문용어로 치주조직이라고 하는데 이는 치아 뿌리 부분에 있는 턱뼈인 치조골, 치아와 치조골을 연결해 주는 치주인대, 치아 뿌리 부분의 단단한 부분인 백악질, 치조골을 덮고 있는 잇몸인 치은 등 4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흔히 우리가 잇몸질환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잇몸뿐 아니라 치아를 둘러싼 치주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칭하는 것으로 ‘치주질환’이라고 한다.
치주질환은 왜 생길까?
치약 광고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안티 프라그’라는 얘기다. 눈치 빠른 독자라면 벌써 감이 왔을지도 모른다. 프라그 즉 바이오필름은 치아표면이나 치주조직에 달라붙어 있는 음식물과 세균이 혼합된 연한 침착물 덩어리로 구강세균이 주성분이다. 양이 적을 때는 눈에 보이지 않고 칫솔질로 제거할 수 있지만 양이 증가하여 두껍게 쌓이게 되면 잇몸과 치아의 경계면에 백황색물질로 나타나 육안으로 볼 수 있지만 쉽게 제거하기는 어렵다. 바이오필름이 오랫동안 쌓여 구강 내 무기물질과 결합해 석회화 되어 돌처럼 치아 표면에 붙어 있는 것이 치석이다. 치석 역시 초기에는 칫솔질로 제거가 가능하지만 오래된 치석은 잇몸을 파고 들어가서 제거하기가 어려워진다. 바로 이 두 가지가 치주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이외에 음식물이 치주조직 내로 끼어 들어가 출혈, 악취, 입맛의 변화, 씹을 때의 통증을 유발한다. 또한 “빠진 치아를 방치하거나 흡연 또는 당뇨병과 같은 소모성 전신질환 및 기타 불균형한 영양 상태 등은 면역력 약화를 가져와 치주질환을 부른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
잇몸관리 이렇게…
치주질환으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관리가 중요하다.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정기검진이 중요 : 집에서 열심히 칫솔질을 한다고 해도 치석과 바이오필름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힘든 일. 평균 3~6개월마다 한 번씩 치과의 정기검진을 통해 치석과 프라그를 말끔히 제거한다.
♧올바른 칫솔질 : 칫솔의 손잡이를 안정적으로 잡은 후 오른쪽 위어금니의 뒤쪽부터 시작하여 앞니를 거쳐 왼쪽 위어금니까지 칫솔질을 하고 안쪽 면을 닦아준다. 역시 아래쪽 치아도 오른쪽 아래 어금니 뒤쪽부터 시작하여 왼쪽 어금니까지 닦아준 후 안쪽 면을 닦아준다. 마지막에 윗니와 아랫니가 접촉한 부분을 닦아주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구강위생 보조기구 사용 : 치실과 치간칫솔을 이용하여 칫솔질로 제거하기 어려운 치아 사이의 공간을 청결하게 유지한다.
♧잇몸이 좋지 않다면 금연·금주 : 술은 인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염증을 가속화 한다. 흡연 역시 잇몸염증의 발생과 정도를 증가시키는 위험인자다. 비흡연자에 비해 흡연자는 평균 4배 정도 치주염에 걸릴 확률이 높다.
♧비타민 섭취 : 많지 않지만 비타민 B·C 등이 부족할 경우 잇몸 비대증이 나타나거나 잇몸질환의 치료가 더디게 진행될 수 있으므로 충분한 양의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치료도 필수 : 잇몸이 붓고 피가 나면 참지 말고 치과를 방문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다. 간단히 스케일링(치석제거술)으로 치료가 끝나기도 하지만 정도에 따라 치은소파술, 잇몸수술 등의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또 잇몸질환과 관련이 있는 전신질환(당뇨, 에이즈, 고혈압, 빈혈, 동맥경화증 등)이 있을 경우 반드시 치과의사에게 이야기한다.
김 교수는 “어느 질병이나 마찬가지로 치과질환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합니다.”라며 정기검진의 필요성과 평상시 구강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치주질환 자가 진단법
♠ 잇몸에서 피가 난다.
♠ 입에서 냄새가 난다.
♠ 잇몸색이 붉은 색이나 청적색 또는 푸르스름하게 변한다.
♠ 잇몸이 들뜨거나 잇몸에서 고름이 난다.
♠ 귤껍질같이 오돌톨한 건강한 잇몸과 달리 표면이 매끈하고 반짝거린다.
♠ 이가 길어 보이 등 잇몸의 높이에 변화가 온다.
♠ 이가 흔들리거나, 이 사이가 벌어지거나 혹은 이가 틀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