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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 내 감정이 병을 부른다?

2007년 12월 건강다이제스트 감사호 150p

【건강다이제스트 | 정소현 기자】

【도움말 | 국립서울병원 정신과 임선진 전문의】

20대 중반의 K씨. 먹기만 하면 체한다. 좀처럼 소화가 되지 않고 여기 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 짱짱하게 내리쬐는 햇볕에, 창밖으로 날리는 민들레 홀씨 하나를 보면서도 하염없이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우울하고 아무런 의욕도 나지 않아요. 어떻게 하죠?”라며 하소연이다. 몇 개월 후에 만난 이 여자. 세상이라도 바뀐 듯 까르르~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어디 그뿐이랴. 여기 저기 아팠던 몸도 말끔히 나은 듯하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외로움, 걱정, 노여움, 분노, 불안, 초조함, 화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은 스트레스를 부른다. 적절하게 스트레스를 풀어버리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정신과 신체가 병이 든다. 위 K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직장 동료들과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K 씨는 우울감과 더불어 소화불량, 만성피로감 등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자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지고 짜증만 내었던 것. 그러나 피아노를 배우면서 마음도 안정되고 우울감에서 해방되자 직장 동료들과의 관계도 개선되고 신체에 켜졌던 적신호도 청신호로 바뀌게 되었다고.

정신과 신체는 상호 작용한다

국립서울병원 정신과 임선진 전문의는 “꼭 K씨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울감 등을 동반하여 정신과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신체상의 문제를 발견하게 됩니다. 만성신부전증과 같이 신체 질환으로 정신이 피폐해져 정신과를 찾는 경우도 있지만 정신적인 것이 원인이 되어 과민성대장증후군과 같은 소화성 장애, 고혈압 등 건강에 문제가 생긴 후 내과, 외과 등을 전전한 끝에 정신과를 방문한 후 신체적인 증상까지 호전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분들 중에는 실제로 몸이 아픈 경우도 많지만 몸이 아프지 않아도 본인은 몸이 진짜 아픈 것 같은 통증 및 증상을 느끼는 경우도 많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이런 것을 정신신체의학이라고 하는데, 증오·슬픔·우울감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 인체는 긴장하거나 신경이 예민해지는 등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때 스트레스에 대항하기 위해 뇌의 교감 신경이 자극되면 스테로이드 호르몬 중의 하나인 아드레날린이라는 몸의 긴장감을 높이는 호르몬 및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면서 그에 따른 연쇄 반응으로 카테콜아민, 세로토닌, 글루코코르티코이드(코티솔)등이 분비된다.

이들 호르몬이 분비되면 우리 인체는 곧바로 반응한다. 혈압, 맥박수, 호흡수가 증가하고 혈액은 근육으로 몰리면서 산소를 공급, 혈당과 지방의 대사가 일어난다.

특히 코티솔은 에너지 사용과 심혈관계를 활성화시키지만 성장, 생식, 면역기능 등은 저하시켜 림프구 증식과 우리 몸에 이로운 자연살해세포인 NK세포의 활동이 감소돼 면역력 약화를 초래하고 만성두통, 불면증, 고혈압의 위험도를 높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우울하게 되면 흡연, 음주를 하게 되고 먹는 것으로 풀려다 보니 자연히 비만이 따라 온다. 흡연, 음주, 비만이라는 위험한 생활양식은 각종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이 같은 생활양식 뒤에는 우울, 불안, 스트레스와 같은 부정적인 감정들이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많은 독자들이 경험으로 알고 있을 터.

외로움, 분노, 우울감 등의 감정을 제때 돌보지 않을 경우 우울증,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과적인 문제뿐 아니라, 신체의 면역력을 떨어뜨리므로 신체는 고혈압, 소화성 장애, 목의 이물감, 어깨 결림과 생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이상신호를 보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이러한 증상이 지속될 경우 심혈관계 질환, 암과 같은 큰 병을 불러올 수도 있다.

반면 기쁨, 행복, 환희, 즐거움 등의 긍정적인 생각은 우리 몸이 즐거울 때 분비되는 옥시토신, 엔돌핀과 같은 물질이 분비되도록 유도하므로 몸의 면역력을 증가 시킬 뿐 아니라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 차 있을 때 나오는 여러 가지 호르몬 및 신경전달물질 등 불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낼 필요가 없어 건강한 상태의 항상성이 유지되기 때문에 건강에 득이 될 수 있다.

임선진 전문의는 “부정적인 감정이 좋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 피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합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못 느끼는 것도 병입니다. 부정적인 감정과 긍정적인 감정이 조화를 이뤄야 합니다. 더불어 정신과 육체가 건강하려면 부정적인 감정에 대처하는 자신만의 전략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조언한다.
자신만의 전략은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본인의 환경, 여건에 맞게 찾되 여의치 않을 경우 전문의 또는 전문 기관을 찾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외로움, 우울감에서 탈출하고 싶다면!

♠대화를 즐겨라

혼자서만 안고 있는 것은 최악이다. 속에 이러한 감정의 응어리들을 가지고 있으면 이야기로 풀어야 한다.

♠신체적인 활동을 해라

운동이나 취미생활, 봉사활동도 좋다. 이러한 활동을 하는 동안만이라도 부정적인 감정들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전문기관을 찾아라

정신과나 상담기관을 찾는 것을 꺼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기관을 방문한다고 해서 기록이 타인에게 공개되는 등의 해가 없다.(기록 공개는 본인의 요청이 없으면 타인에게 공개할 수 없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변하는 내 감정… 더 이상 감정의 노예가 되지 말자.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한 발자국 떨어져서 거리를 둬보면 불같이 화나던 마음도 별것 아닌 것임을 터득하게 될 것이다. 그것이 건강하게 사는 법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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